"30살에 실패해 母 돈 날려" 대박 난 프린트카페 이현우 대표

[퍼스트클럽] 이현우 유피소프트 대표 인터뷰
HR플랫폼→무한잉크→무인 프린터 매장 연쇄 창업

이현우 유피소프트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뉴스1 사옥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9.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 2007년 겨울, 30세 청년은 '폐인'과도 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키 170대 후반 건장한 성인 남성이었지만 몸무게는 52㎏에 불과했다. 어머니가 평생 아끼고 아끼며 모아둔 노후자금 1억 원은 이 청년이 '사업'을 하겠다고 끌어다 썻다가 1년도 안돼 모두 날렸다. 메시지 알림이 온다. 신용보증기금에서 빌린 대출금을 갚으라는 독촉 메시지다. '연대보증'이 아직 남아있던 시절. 이모, 고모 등 친인척까지 보증의 굴레를 쓰게 됐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뭐가 문제였을까.

(서울=뉴스1)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이정후 김진환 기자 = 이현우 유피소프트 대표는 과거 자신의 창업 스토리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어린 나이에 호기롭게 창업했고 지독한 실패를 맛봤다.

드라마처럼 창업이 빛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젊은 스타트업 사장님'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어줄 '금수저'만 가능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실패였다. 그리고 이 실패는 '사업'의 본질을 더 철저하게 공부하도록 하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가 경험했던 것처럼 창업은 쉽지 않은 길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최근 발표한 '2024년 상반기 창업기업동향'에 따르면 창업기업은 전년 대비 4.3% 감소한 62만 2760개로 집계됐다. 상반기 법인 사업체의 파산 신청 건수는 1000개에 육박한다. 하루 평균 5개 기업이 문을 닫는 꼴이다.

그 어느 때보다 창업하기 힘든 시기라는 이야기도 나오는 요즘, 실패를 딛고 일어서 재창업으로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는 이현우 유피소프트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30대 초반에 맛본 사업 실패…2년 만에 폐업

이 대표는 서울의 한 HR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기계처럼 근무하는 일상에서 다른 길을 고민했던 그는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에 입학하며 창업에 눈을 떴다.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결심한 그가 선택한 아이디어는 지금의 채용 플랫폼과 비슷한 모델이었다. HR기업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온라인 구인·구직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목표였다.

당시 이 대표는 '오프라인 매장'을 타깃으로 해 사업자와 구직자를 연결하는 '샵스태프'를 만들었다. 오프라인 매장이 많았기에 시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그의 사업은 오래가지 못했다. 구직자 수요는 높은 반면 구인기업은 서비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서 유지 비용만 계속해서 지출했다.

"어머니한테 1억 원을 빌렸던 게 10개월 만에 소진되더라고요. 신용보증기금에서 빌렸던 돈도 다 써버렸고요. 당시에는 연대 보증 제도가 있어서 이모, 고모, 지인들까지 모두 피해를 보게 돼 어떻게든 갚아야 했어요."

결국 30살에 뛰어들었던 사업은 2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아야 했다. 평범한 성인 남성 체격인 그는 실패와 빚의 압박 속에 당시 52㎏까지 살이 빠졌다고 회상했다.

이현우 유피소프트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뉴스1 사옥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9.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위기에서 발견한 기회…무한잉크 시장 개척

"창업을 할 때는 '업의 본질'을 알아야 해요. 저는 그걸 모른채 막연히 창업에 뛰어들었던 것이 패인이었죠.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인지, 고객이 원하는 일인지, 수요가 있는 서비스인지 철저한 분석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실패하기 쉽습니다. 창업에 대해 그럴싸한 '명분'을 붙이는 분들 많아요. 저도 그랬죠. 그런데 업의 본질을 꿰뚫고 이끌어나갈 명확한 '플랜'(계획)을 마련하지 못했다면 창업하면 안됩니다."값비싼 수업료를 치르고서야 깨달음을 얻은 그에게 남겨진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직장으로 돌아가 월급을 받으며 돈을 모으는 것과 창업에 재도전해 성공하는 것. 하지만 당시 월급으로는 한 달에 100만 원 모으기도 빠듯했다.

재창업을 결심한 그는 '사업'의 본질부터 다시 공부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과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에 대해 고민하고 분석했다. 이때 읽은 자산가들의 자서전만 수십 권에 달했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게 '프린터 잉크' 시장이었다. 당시 미국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경기 침체로 많은 회사들의 화두는 비용 절감이었다.

그중에서도 사무실 필수 기기인 프린터의 잉크는 매번 교체해 줘야 하는 고가의 소모품이었다. 이 대표는 이 시장을 포착했다. 프린터 외부에 '잉크 탱크'를 부착해 카트리지 교환을 없앤 '무한잉크' 렌탈 사업이었다.

프린트카페 숭실대정문점(유피소프트 SNS 갈무리)

◇블루오션 '무한잉크'…무인화 트렌드 읽고 사업 전환

없는 돈을 끌어모아 만든 7000만 원으로 뛰어든 '무한잉크' 사업은 블루오션이었다. 입소문이 나면서 도입 의뢰가 줄을 이었고 첫 달 만에 원금을 회수했다. 시장 분위기를 읽고 새로 시작한 사업은 승승장구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2014년 매출은 12억 원에 달할 정도로 사업은 커졌다. 하지만 무한잉크 사업은 기술 장벽이 너무나도 낮았다. 누구나 쉽게 뛰어들 수 있어 경쟁사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변화가 필요했다.

이 대표는 당시 글로벌 시장에서 거론되던 '무인화' 트렌드에 주목했다. 인구 구조상 노동 인구가 줄면서 무인 가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그는 2015년 무한잉크 사업에 대한 투자를 멈추고 무인 프린터 사업에 뛰어들었다. 다만 결제 관련 기술력이 없으니 대기업의 솔루션을 프린터에 접목해 대학교와 스터디카페 등에 약 380대를 공급했다.

이후 '프린트카페'라는 매장 브랜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대학교 등에 무인 프린터를 1~2대씩 두는 것이 아니라 전문 매장 형태로 손님 몰이에 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무인 가게'는 대호황을 맞았다.

이 대표는 "대학가 상권의 가게 권리금이 뚝뚝 떨어졌다"며 "하루에 2~3개 매장을 계약하는 등 말 그대로 뽑기하듯이 매장을 구했다"고 말했다.

프린트카페 내부 모습(유피소프트 SNS 갈무리)

◇IT 기술력 내재화…"무인 프린터로 글로벌 간다"

사업은 빠르게 커졌지만 대기업 기술력에 의존하는 사업 모델은 고민거리였다. 때마침 해당 기업의 IT 기술 관련 사업부가 매물로 나오면서 이 대표는 또 한 번 승부수를 던졌다. 기술 독립을 위해 큰돈을 들여 해당 사업부를 인수한 것. 사명을 유피소프트로 변경한 것도 이때쯤이었다.

IT 솔루션 역량을 내재화한 유피소프트는 '완전 무인화'를 내세워 프린트카페 사업을 고도화했다. 중앙 관제 시스템을 구축해 사업자가 매장에 있지 않아도 대부분의 업무를 원격으로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직원이 상주하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컴퓨터 보안 문제를 PC 초기화 기능 등을 적용해 차단했다.

프린트카페의 매장 수는 2019년 1곳에서 2024년 9월 기준 전국 240곳으로 늘었다. 직영점 30개, 가맹점 210개 수준이다. 이용자 수도 꾸준히 늘어 이달 기준 누적 764만 명이 프린트카페를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후발 주자와의 차별화를 위해 멤버십 사업도 도입했다. 선불 충전 서비스 '유피페이'를 선보여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용자 락인 효과(이용 중인 상품·서비스에서 다른 상품·서비스로 변경하는 게 어려워지는 현상)를 누리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글로벌 무인화 트렌드에 발맞춰 해외 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국내 1000개 매장, 글로벌 5000개 매장 오픈을 목표로 먼저 일본에 진출한 뒤, 미국까지 진출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진출 계획까지 세우고서야 비로소 이 대표는 '투자'쪽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창업 초기 타인의 자본을 몽땅 날려본 경험으로 함부로 자본 투자를 받지 않았던 그다. 필요한 자금이 있다면 금융권을 통해 '차입'(대출)했고 성실하게 모두 갚았다.

이 대표 입장에선 한두시간 발표만으로 투자자들을 홀려 돈을 투자받는 것은 업의 본질과 거리가 먼 일이라고 판단했다. 파악한 업의 본질에서 필요한 만큼 자금을 사용했고, 무리하지 않을 만큼 사업을 확장했다.

현재의 탄탄한 현금흐름과 안정적인 수익은 이같은 기조에서 나온다. 투자금이란, 어쩌면 '책임지지 않는 돈'일 수 있다는 나약한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는 "2020년 6월에 30억 원을 차입해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했다"면서 "아직 투자를 받지 않고 있지만 글로벌 진출을 위한 자금은 '투자'를 받아볼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우 유피소프트 대표이사 약력

△2006년 9월~2009년 2월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석사 졸업

△2006년 9월~2008년 2월

-샵스태프 대표이사

△2008년 3월~2022년 1월

-잉크와오피스 대표이사

△2022년 1월~현재

-유피소프트 대표이사

■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정리=이정후 기자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