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떨고 있니"…가전공룡 LG '구독' 확장에 심란한 렌털업계

LG전자, 매출액 기준 렌털업계 2위 수준…"해외로 확장"
기존 렌털업계 '촉각'…제품 다각화·부문 효율화 등 활로 모색

LG전자 가전 구독 제품들.(LG전자 제공)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중견업체들이 강세를 보였던 렌털 사업 부문에 '가전공룡'으로 통하는 LG전자(066570)가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렌털업계에도 긴장감이 돌고 있다.

LG전자의 '가전 구독' 사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기존 렌털업계는 렌털 품목을 다각화하고 사업 부문을 효율화하는 등 저마다 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9일 렌털업계에 따르면 최근 LG전자는 렌털 형태의 '가전 구독' 사업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LG전자의 가전 구독 품목은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등은 물론 냉장고, 김치냉장고 등 대형가전까지 포괄한다.

지난 상반기 LG전자 가전 구독 사업의 매출은 7733억 원으로 전년 대비 77.9% 성장했다. 같은 기간 2조 841억 원의 매출을 올린 코웨이(021240)에 이어 렌털 부문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쿠쿠홈시스(284740)의 상반기 매출액은 5061억 원, SK매직은 4089억 원으로 코웨이와 LG전자의 뒤를 잇고 있다.

렌털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LG전자는 앞으로도 가전 구독 서비스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김이권 LG전자 H&A 상무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한국 시장의 사업 경쟁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구독 사업 확대를 실행하고 있다"며 "연내에 태국, 인도 시장까지 확대하는 계획을 갖고 있으며 미국, 유럽, 선진국 시장 확대를 위해 다각적으로 사업성에 대해 검토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도 LG전자의 렌털 사업 확장에 주목하고 있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체 가전의 약 5%를 차지하는 가전 구독은 국내 시장에서의 가파른 성장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확대로 가전부문 성장세를 견인할 것"이라고 봤다.

왼쪽부터 코웨이 '2024년형 아이콘 얼음정수기', 쿠쿠홈시스 '제로100 슬림 바리스타 얼음정수기', SK매직 '원코크 얼음물 정수기'.(각 사 제공)

정수기 등 주요 품목들의 포화 현상이 심화한데다 대기업 경쟁사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기존 렌털 업계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렌털 사업 분야를 개척한 코웨이는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는 물론 말레이시아 등 해외 사업도 호조세를 보이며 지난 8월 렌털 계정 수 1000만을 돌파했다.

업계 3~4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쿠쿠홈시스와 SK매직은 사업 품목을 다각화하거나 과감한 사업 구조 개편 등으로 활로를 찾아 나서는 분위기다.

공기청정기와 정수기 등을 위주로 렌털 영업을 했던 쿠쿠홈시스는 올해부터 매트리스 사업을 본격화하며 품목 다각화에 나섰다. 회사는 자체 매트리스 브랜드 '레스티노'를 출시하고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특급호텔과 CJ대한통운 '오네' 전국 사업장, 농협은행 등 기업에 제품을 납품하고 공공기관과 군부대에 공기청정기, 비데, 정수기 등을 공급하며 B2B(기업간 거래) 시장 점유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SK매직은 사업 부문을 개편하는 전략으로 수익성을 강화했다. 회사는 가스레인지, 전기레인지, 전기오븐 사업을 경동나비엔에 양도하고 수익성을 개선해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3.5% 증가했다.

SK매직은 일부 영업 부문 양도로 확보한 자금을 차세대 먹거리인 '인공지능(AI) 기술'에 투자할 예정이다. 이르면 연내 AI를 접목한 웰니스 제품을 출시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렌털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LG전자의 가전 구독 서비스를) 유심히 보고 있는 것은 맞는다"며 "대형가전 등 기존 렌털업계와 겹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한편으로는 가전 제품은 구매해 소유해야 한다는 기존의 소비자 인식에서 벗어나 구독을 선호하는 고객이 늘면서 렌털 시장에도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j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