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티메프 불똥"…내년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 예산 22% 뚝

중기부 내년 예산 797억 편성…222억 감액
소상공인들 "온라인 진출 절실…티메프 때문에 기회 줄어선 안돼"

티몬·위메프 사태 피해자들이 서울 강남구 티몬 사옥 앞에서 조속한 정산 및 환불 조치, 구영배 큐텐 회장 등 관련자 수사를 촉구하는 검은 우산 집회를 하고 있다.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소상공인의 온라인 시장 진출을 촉진하는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지원사업' 내년 예산이 올해보다 222억 원 줄었다. 티몬·위메프 사태로 인한 '불똥'을 우려하던 소상공인들은 '올 것이 왔다'며 온라인 진출길이 좁아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2일 기획재정부 등 관가에 따르면 내년도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지원사업 예산은 정부안 기준 797억 원으로 편성됐다. 올해와 비교하면 21.7% 감소한 수준이다.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지원사업'은 중소상공인의 온라인 시장 진출과 디지털 전환을 돕기 위한 사업으로 2020년 시작했다.

이 사업은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위축, 오프라인 시장이 축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상공인의 매출 회복에 큰 도움을 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과에 힘입어 관련 예산도 매년 늘어났다. 관련 예산은 2020년 529억 원으로 시작해 2021년 762억 원, 2022년 1128억 억원까지 늘었다. 지난해 944억 원으로 소폭 줄어드는가 싶더니 올해 1019억 원으로 확대 편성됐다.

당초 이 예산을 가지고 올해 8만여 개 소상공인의 온라인 진출을 지원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티메프 유탄'을 맞으며 제동에 걸렸다.

세부 사업 중 '온라인쇼핑몰 판매 지원' 부문에 티몬과 위메프 등 큐텐 계열사가 포함된 탓에 중기부는 한 때 지원사업을 일시 중단했다.

온라인쇼핑몰 판매 지원사업은 소상공인들이 온라인몰에 입점할 수 있도록 상세페이지 제작을 돕고 민간 쇼핑몰 기획전 입점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티몬과 위메프 외에도 G마켓, 11번가 등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이 참여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 2024.7.30/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이런 가운데 급기야 내년 예산까지 축소 편성되자 소상공인들은 온라인 시장 진출 기회가 줄어들게 생겼다며 우려한다.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지원사업'을 통해 티몬에 입점한 경험이 있는 소상공인 김모 씨는 "티메프 사태로 많은 미정산 금액이 있어 어려운 상황이지만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지원 사업을 통해 대형 플랫폼에 입점해 온라인 판매도 하고 제품 인지도 제고 등 다양한 지원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소상공인들의 온라인 진출은 꾸준히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배고픈 상태”라고 말했다.

다른 소상공인 박모 씨는 "시장점유율이 높았던 티몬, 위메프가 빠진 자리를 쿠팡, 네이버가 독점할까 두렵다”라며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소상공인에게 불합리한 계약 조건을 제시하는 등 소상공인 온라인 진출 문턱이 높아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티메프 사태와 무관하게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지원사업을 지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씨는 "시중 은행에서도 파산 직전인 위메프의 상환 능력을 보통으로 평가했다. 금감원에서도 인지 및 조치하지 못한 이번 사태를 각 정부 부처에서 사전에 인지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티메프 사태로 소상공인이 온라인 시장에 진출할 기회가 줄어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도 "이커머스 업계는 자본잠식을 감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인 후 자금을 회수하며 회복, 성장하는 것이 관례다. 재무 건전성을 사전에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을 수 있다"며 "제2의 티메프 사태를 방지하고 건강한 이커머스 시장 환경 조성을 위해서 재정적 문제를 사전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국회 예산 심의 전이라 확정적이진 않은 상황"이라며 "(심의) 과정 중에서 감액되거나 증액되거나 변경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minj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