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진출 韓기업 "日 뭉칠 때 우린 각개전투…'정보 허브' 있어야"
[인터뷰]드림에이스·레티마크·맵시·메디픽셀·식파마·오픈플랜 등 대표
中企 지원 재외공관 협의체에 '정보·네트워크 허브' 역할 당부
- 이민주 기자
(싱가포르=뉴스1) 이민주 기자 = 싱가포르에 진출한 한국의 기업들은 국내에서 주목을 받는 업체라 할지라도 막상 해외에 첫 발을 디딜 때는 'Nobody'(보잘 것 없는 사람), 아무도 아닌 사람이 된다고 했다.
'혈혈단신'으로 싱가포르 시장에 나온 이들에게 힘이 되어 주는 것은 '정보'와 '네트워크'라고 했다. 이들은 중소벤처기업부가 구성한 '중소기업 지원 재외공관 협의체'가 정보를 취합하고 공유해줄 수 있는 '허브'로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27일 싱가포르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싱가포르 콘래드 오차드 호텔에서 열린 'K-Innovation Day 행사 일환으로 열린 '재외공관 간담회'에 참석했다.
간담회에서 싱가포르 진출 기업들은 주싱가포르 대사관, 코리아스타트업센터(KSC) 싱가포르 등 관계자와 만나 현지 사업 계획과 애로사항 등을 공유했다.
임진우 드림에이스 대표이사, 박다진 레티마크 지사장, 김지수 맵시 대표, 송교석 메디픽셀 대표, 서정환 식파마 대표, 이관후 쎄슬프라이머스 대표, 조영진 오픈플랜 지사장 등은 싱가포르 현지 벤처캐피털과 주싱가포르 한국대사 등을 한 자리에 모아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감사를 표하며 비슷한 네트워킹 행사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임 대표는 "한국은 지금까지 수출로 커온 나라다. 이제는 (기업에 있어) 수출은 필수적인 일이 됐다"며 "국가 위상이 높아지며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다지만 K-스타트업이 현지에 오는 순간 '노바디'가 된다. 현지에서 투자를 받으려는 것도 돈이 필요해서라기보다 유대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오늘 같이 정부기관인 중기부에서 주도해 큰 행사를 열어주니 고마운 마음"이라며 "진출 초기 기업들이 현지 투자자를 만나려고 쫒아다녀 봐야 그들은(투자자들) 대꾸도 안 해준다. 그런데 한국 정부에서 이렇게 행사를 여니 투자자들이 많이 왔다"고 했다.
'K이노베이션데이'(K-Innovation Day)와 같은 행사가 이들에게 중요한 이유는 바로 해외 진출기업에게는 경쟁력이 되는 '네트워킹'과 '정보 공유'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조영진 오픈플랜 지사장은 "해외에 진출하려면 인구, 시장 규모 등과 같은 현지 시장에 대한 데이터(정보)가 필수적인데 한국에서는 찾을 수 있는 정보가 너무 제한적인 것이 현실"이라며 "현지 사업을 두고 업계에서는 '정보 싸움'이라고도 한다. 다방면으로 정보를 취합하고 있지만 딱 원하는 데이터를 찾기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서정환 식파마 대표에 싱가포르 진출 당시 가장 필요했던 정보가 무엇이었는지 묻자 "제일 큰 자산은 결국 인맥, 사람에 대한 정보다. 가령 A 씨가 업무상 VC업계, 업황에 대해 잘 알고 있고 현지에 대한 정보도 빠삭하다고 하자, 그러나 그 정보는 결국 그의 머리 속에 있기 때문에 그와 친해지거나 직접 만나야만 들을 수 있다"며 "그런 코어 정보를 아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오늘 K-Innovation Day와 같은 행사"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나아가 현지 진출 기업과 지원기관이 각자 누적한 정보와 네트워크를 축적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중기부와 외교부 올해 출범한 '중소벤처기업 지원협의체'가 관련 정보의 '허브'로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현재 관 주도로 진출 국가에 대한 정보를 가장 축적하고 잘 공유하는 나라는 '일본'이라고 했다. 이들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싱가포르에 있는 일본거래소 현지 지점을 중심으로 활발히 정보와 인적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조영진 지사장은 "우리 기업들이 현지에서 각개전투를 하는 느낌이라면 일본은 함께 싸우는 느낌"이라고 했다.
임진우 대표는 "일본은 무서울 정도로 서로 교류한다"며 "이들은 일본거래소 지점을 중심으로 교류하며 정보를 선점하고 사업 기회를 얻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을 위한 정보를 취합하고 공유해줄 수 있는 허브, 구심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교석 메디픽셀 대표는 "현지 시장 관련 정보를 구하려고 해도 어떤 것은 코트라(KOTRA)에 있고 어떤 정보는 또 중기부에 있고 정보도 다 다르다. 요청도 각각 해야한다"며 "재외공관 중소벤처기업 지원협의체가 정보를 모아주고 공유해줄 수 있다면 현지 진출 기업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해외 진출기업에 큰 힘이 되어주는 중기부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송 대표는 "기업을 운영한 지 7년이 됐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정부 기관의 지원 체계가 고도화됐다는 것을 체감한다"며 "그렇기에 이번에 출범한 재외공관 중소벤처기업 지원협의체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 기업들에 사다리를 놓아주려는 노력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이후부터는 우리 스스로가 해내야 할 일이다. 열심히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K-Innovation Day 행사는 국내 스타트업의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진출 지원을 위해 현지 창업생태계와의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협력체계 마련하기 위해 열렸다.
min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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