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인기라는데"…나 홀로 투자 반토막 난 문화 산업
흥행 양극화 현상 심화…투자 망설이는 벤처캐피탈
작품 아닌 회사 투자로 위험 분산하는 등 돌파구 찾기 나서
- 이정후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대표적인 K-콘텐츠인 '영상·공연·음반' 산업에 대한 벤처투자가 지난해 대비 반토막 났다. 흥행 양극화 현상과 글로벌 OTT와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문화 산업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27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신규 벤처투자 규모는 5조 4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
투자받은 기업을 업종별로 구분하면 'ICT서비스' 산업이 1조 2966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신규 투자가 43.7% 늘어 투자액, 증가율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전기·기계·장비' 산업은 9457억 원, '바이오·의료' 산업은 8348억 원, '화학·소재' 산업은 4667억 원의 투자가 몰리면서 전년 대비 각각 40.9%, 39.2%, 17.6%씩 증가했다.
반면 영상·공연·음반 산업에 대한 투자는 1664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54.4% 감소했다. 대부분의 산업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는 것과 달리 오히려 침체기에 접어든 모습이다.
중기부에 따르면 영상·공연·음반 분야에 포함되는 사업체는 대부분 영화사다. 즉 이번 상반기의 경우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아 영화를 제작하는 경우가 전년 보다 많이 줄었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투자 위축은 영화 산업의 위축과 무관하지 않다. 코로나19로 촉발한 영화산업 침체기는 아직 팬데믹 이전 수준을 온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2024년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전체 매출액은 6103억 원으로 2017~2019년 같은 기간 평균의 72.7%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 중 한국영화의 매출액은 3583억 원으로 같은 기간 평균 대비 91.2%를 기록해 선방한 것처럼 보이지만, 영화 산업 전체 관객 수는 2017~2019년 평균의 62.3%에 불과해 소비자 자체가 줄어든 상황이다.
더욱이 '파묘'와 '범죄도시4'를 제외하면 상반기 한국영화 개봉작 중 매출액 200억 원, 관객 수 200만 명을 넘긴 한국영화가 없어 흥행 양극화 현상 역시 심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영상·공연·음반 산업에 투자할 목적으로 펀드를 운용 중인 벤처캐피탈들은 최근 영화·공연 등 단일 작품에 투자하는 '프로젝트 투자'에서 콘텐츠 회사에 직접 투자하는 '제작사 투자'로 기조를 바꾸고 있다.
문화 산업에 투자하는 한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프로젝트 투자는 실패할 경우 회수할 수 있는 자금이 아무것도 남지 않지만, 회사에 투자하면 실패 가능성을 낮출 수 있어서 제작사 직접 투자를 예전보다 활발하게 검토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대형 OTT 서비스도 벤처투자 감소를 가속화하고 있다. 대규모 제작비를 투입한 OTT 기업의 오리지널 작품이 흥행을 주도하다 보니 중소형 제작사의 제품은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이 때문에 문화 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 업계는 흥행 IP 확보 여부나 AI 기술 접목 등 다양한 기준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실시하고 있다.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가치가 높은 IP를 보유한 회사나 IP를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기업을 중요하게 본다"며 "최근에는 글로벌 진출이 가능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지도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천만 영화에 투자하더라도 투자사가 가져가는 수익은 최대 3배 정도"라며 "AI 기술을 이용해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는 기업들도 업계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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