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견기업으로 키워준다고?…'점프업' 관건은 '매력도'
중기부, 중기업 100개사 선발해 중견기업 육성 계획 발표
"지원 규모엔 의문…성장가능성 제대로 평가해 선발해야"
- 김형준 기자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중소벤처기업부가 유망한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도약(점프 업) 프로그램'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저성장 국면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던 중소기업계가 대체로 환영하는 기색을 보이고 있다.
연 2억 5000만 원의 오픈 바우처 사업과 스케일업을 위한 맨투맨 컨설팅 등이 어느 정도 성장 궤도에 오른 중기업들이 사업에 참여할 만한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기부가 세부 추진 사항을 발표한 점프 업 프로그램에 대해 중소기업계에서는 기대감과 함께 정책 대상 선발 과정 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교차하고 있다.
점프 업 프로그램은 혁신 역량과 성장 의지를 갖춘 중소기업 100곳을 선발해 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골자다.
AI 기반의 정량 평가와 민간 전문가들의 현장 평가를 통해 100개사를 뽑고 이들을 대상으로 전용 프로그램을 신설해 중견기업으로의 스케일업을 돕겠다는 계획이다.
신설 프로그램의 가장 큰 줄기는 전문가 집단의 디렉팅(컨설팅)과 오픈 바우처다.
중기부는 스케일업 경험을 보유한 벤처기업인과 전 대기업 임원 등으로 한 전담 디렉터 풀과 글로벌 컨설팅사를 주관기관으로 한 컨설턴트 풀을 구성해 기업당 1~3명씩 전문가를 파견할 예정이다.
또 1년에 최대 2억 5000만 원, 3년간 최대 7억 5000만 원 상당의 오픈 바우처를 신설해 스케일업에 수반되는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해당 바우처는 식비, 인건비 등 일부 미지원 서비스를 제외하고는 자율적으로 비용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적지 않은 중소기업들이 각종 세제 혜택과 정책 수혜를 고려해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을 꺼리고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스케일업에 나설 수 있도록 설계한 점프 업 프로그램에 업계도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성공적인 프로젝트라고 평가받는 중기부의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사업과 같이 전문가들의 밀착 지원과 자금 지원을 통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다는 맥락에서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100개 중소기업들을 정부가 집중 육성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며 "회사의 부족한 역량을 컨설팅을 통해 키워줄 수 있는 쪽으로 지원하면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다만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업, 매출액 규모로는 중기업(업종별 10억~120억 원)과 중견후보기업(300억~1000억 원)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연 2억 5000만 원 규모의 오픈 바우처 등 신설되는 지원 사업에 기업들이 얼마나 매력을 느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100개의 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단순히 정책 자금 혜택을 받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전락하지 않고 말 그대로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잘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효상 유니콘경제경영연구원장은 "정부가 선정한 100개사에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엔 좋을 것"이라면서도 "2억 5000만 원의 바우처 자체가 크다고 보진 않는다. 결국은 잘 되려는 기업들을 어떤 기준으로 뽑아 지원할 것인지 'How to'(어떻게)가 중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추문갑 본부장은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스스로 성장하고 싶어 하는데 어느 정도 큰 기업들을 정부가 지원한다고 해서 얼마나 클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 "지나치게 특혜성으로 많은 지원을 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어 성과는 시범적으로 진행해 본 후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부는 올해 말부터 유망 중소기업 100개사 선발 절차에 돌입한다. 민관합동평가단을 통해 기술사업성과 스케일업 역량을 평가하고 산업·기술 분야별로 분과위원회를 구성해 전원합의 방식으로 최종 참여사를 결정할 예정이다.
김우중 중기부 지역기업정책관은 "이번 사업을 위해 기업 약 2000개 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fgi(집단 심층면접)도 실시했다"며 "오랜 기간 준비하며 (정책을) 시장에 타진했을 때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ju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