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노조에게 파업은 '권리'이지만 하청은 생존 위협받아"
중견·중소 "원청 파업으로 인한 연쇄 피해…거래 끊길라"
정부 이송된 노란봉투법…처리 시한 오는 20일까지
- 김형준 기자
"대기업에서 노조가 파업을 하게 되면 그 효과는 협력사에까지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대기업 공장이 멈추면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견기업, 중소기업의 납품 공장도 당연히 멈추게 되는 너무 당연한 사실을 왜 외면하는 겁니까. 노동자의 권리, 노동조합의 활동 보장 다 좋습니다. 그런데 중견, 중소기업 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닌가요. 우린 생존이 달린 문제입니다."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이 야당 주도로 국회 문턱을 넘기면서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들까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무분별한 파업이 발생해 노사관계가 악화하고 국가 경제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파업으로 인한 부정적 연쇄효과를 우려하는 중견·중소기업계는 다시 한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일 중견·중소기업계는 전날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대통령이 당장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건의안까지 냈다.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늘리고 쟁의행위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원청을 상대로 한 하청노조의 교섭권을 인정해 주는 내용도 담겼다.
경영계는 법안이 처음 발의됐을 때부터 불법 파업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노란봉투법에 강한 반대 입장을 피력해 왔다.
중견·중소기업은 노동조합 조직률이 대기업만큼 높지 않아 직접적인 피해는 적을 수 있지만 대부분이 대기업의 협력사인 만큼 대기업 파업으로 인한 연쇄 피해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박양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은 "대기업에서 노조가 파업을 하게 되면 그 효과는 협력사에까지 미칠 수밖에 없다"며 "대기업 공장이 멈추면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견기업의 납품 공장도 당연히 멈추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견기업은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기도 하지만 중소기업에는 수요기업이기도 하다"며 "(노란봉투법으로) 사용자 범위가 확대되면 원청이기도 하고 하청이기도 한 중견기업은 책임 소재의 문제에서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상황에서 노조 파업으로 인한 리스크로 외국계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고 대기업들은 해외 거래처를 확대해 국내 중견·중소기업에 더 큰 타격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하청 노조가 원청과 교섭하게 되면 대기업의 부담이 증가해 해당 하청 업체와의 거래량을 줄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사용자 개념이 확대돼 하청 노조가 하청이 아닌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할 수 있게 되면 부담을 느낀 원청은 거래를 끊거나 거래 관계를 줄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중소기업의 노조 조직률은 아주 낮은 편이지만 대기업이 파업하면 하청 중소기업의 납품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고 교섭권 확대로 원청의 거래 관계 단절에 대한 부담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제 노란봉투법은 국회의 손을 떠나 정부로 이송됐다. 정부로 이송된 법안은 15일 이내에 공포하거나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 노란봉투법의 처리 시한은 오는 20일까지다.
노란봉투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고 이후 국회 재표결이 부결되며 법안은 자동 폐기됐다.
중견·중소기업계는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로 넘어온 법안을 검토하고 거부권을 다시 한번 행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중기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다시 한번 국가 경제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한다"고 밝혔다.
중견련도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을 포함, 정부의 용단과 적극적인 실천으로 노란봉투법의 비합리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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