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 폭염'에 택배업계 노심초사…물품지원에도 "사고날라"

CJ대한통운·한진·롯데글로벌로지스 등 폭염 시 휴식 권고
근무·휴게 시간 강제할 수 없어 한계…물품 지원 등 나서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한 택배 노동자의 상의가 땀에 흠뻑 젖어 있다. 2023.8.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택배업계가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물품분류 및 상하차가 이뤄지는 물류 창고 등에서 온열질환으로 쓰러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류 창고는 택배 차량의 신속한 출입과 많은 양의 택배 물품 적재로 층고가 높고 양 문이 개방된 형태가 많아 냉방도 소용이 없는 사례가 적지 않다.

업계는 더위를 식힐 수 있는 휴게시설을 만들거나 물품을 지원하고, 휴게시간을 정해 종사자들의 휴식을 독려하고는 있지만 '특수고용직 노동자'인 택배기사의 근무·휴게 시간을 강제하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000120) △한진(002320)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국내 택배 업계는 기상청의 폭염주의보·폭염경보 발효 기준을 토대로 근무시간과 휴게시간의 조정을 권고하고 있다.

이는 폭염특보 시 10~15분 이상 휴식을 부여할 것을 권고한 고용노동부의 '온열질환 예방가이드'에 따른 것이다.

기상청은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주의보',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는 '폭염경보'를 내린다.

CJ대한통운은 매일 오전 전국 택배 대리점에 안내문을 발송하고 폭염주의보·폭염경보 기준에 따른 근무 및 휴게 시간 조정을 권고하고 있다.

전국 276여 개 서브터미널에는 냉방설비를 갖춘 휴게시설과 제빙기를 운영 중이다. 상하차 업무가 이뤄지는 서브터미널의 경우 작업 공간이 넓고 외부 공간과 연결되어 있는 경우도 있어 냉방에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탈수 예방을 위한 식염포도당과 사고 발생 시 긴급 대응을 위한 폭염응급키트 등을 비치했다. 온열 질환 주의사항과 예방 수칙 안내 방송 등도 전달하고 있다.

한진이나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다른 택배업계의 폭염 대책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진·롯데글로벌로지스 역시 폭염주의보나 폭염경보 기준에 따라 정기적인 휴게시간을 확보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노동자의 자발적인 건강 확인을 위해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온열질환 증상과 증상이 발현될 경우 대응 방안을 안내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한진, 택배기사 하계용품 지급(한진 제공)

한진은 지난달 18일 전국 한진택배 기사 1만 1000여 명에게 '목걸이형 선풍기'를 지급했다. 소비자에게 택배를 전달하는 최종 배송지는 별도의 냉방 기기가 없어 폭염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폭염에 따른 근무 관리와 더불어 심야 배송 근절을 위해 오후 9시 이후에는 택배 배송 프로그램을 차단하는 등 택배기사의 휴식도 유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자구책 마련에도 업계에서는 택배회사 본사-대리점-택배기사로 이어지는 계약 구조로 인해 직접적인 대책 마련에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수고용직 노동자인 택배기사의 경우 자신이 소화한 업무량만큼 소득을 올릴 수 있어 본사가 직접 근무·휴게 시간을 통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택배기사와 고용 계약을 맺은 대리점 업계도 최근 장기간 이어지는 폭염에 대해 고민이 깊다.

한 택배대리점연합 관계자는 "대리점도 온도가 높을 때는 택배기사에게 '쉬었다 하라'고 말하지만, 어차피 자신이 처리해야 할 물량이라 못 지키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올해는 기온이 37도를 기록하는 등 폭염이 지속돼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한국생활물류택배서비스협회와 실효성 있는 폭염 대책이 마련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며 "노조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논의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