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당'과 '황리단길'은 정부가 만든 것이 아니다[기자의눈]

중기부의 '글로컬 상권 프로젝트'에 쏠리는 눈
지역 '로컬 브랜드' 육성…정부의 '측면지원' 성공할까

경북 경주시 황리단길 곳곳에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황리단길은 동부사적지와 연결된 젊음의 거리로 커피숍,레스토랑, 지역 특산품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어딘가에 맛집이 생겼다면, 어떤 지역에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릴 법한)한 핫플레이스가 생겼다면 거리와 관계없이 사람들이 몰리는 시대다.

성심당이 대표적인 사례다. 1956년부터 대전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영업해 온 로컬 빵집 성심당은 맛은 물론 합리적인 가격 등으로 입소문을 타며 성장을 거듭해 왔다.

이젠 말 그대로 중견기업 규모의 '기업가형 소상공인'이 된 성심당은 단지 성심당을 가기 위한 여행을 떠나는 '빵지순례(빵+성지순례)객'들까지 대전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지역의 대표 '로컬 브랜드'는 해당 지역의 정주 인구뿐만 아니라 관광객, 인근 지역으로부터 유입되는 관계 인구에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 인구 유출로 쇠락하는 지역 상권을 살리는 강력한 무기 중 하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4일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인구 소멸 위기 대응을 위한 '글로컬 상권 프로젝트'의 닻을 올렸다. 프로젝트는 지역의 창의적인 소상공인(로컬 크리에이터)을 중심으로 성심당과 같은 앵커기업을 육성하고 일명 '○리단길'을 조성해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관(官)이 나서서 상권 활성화에 성공한 사례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서울의 경리단길, 망리단길, 경주의 황리단길 등 중기부가 언급한 '○리단길'은 정부의 지원이 아니라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났거나 지역 청년들의 노력으로 이뤄졌다. 앵커기업도 마찬가지다. 결국 상권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성공할 수 있으니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관건은 자생력이다. 침체한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나서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다만 방점은 로컬 브랜드나 지역 상권이 클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그들이 잠시 인기를 얻다 사라지지 않고 지속할 수 있도록 민간 중심으로 지원하는 데 찍혀야 한다. 정부 주도의 상권은 지원이 끝났을 때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중기부가 이번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상권 활성화를 앞에서 끄는 것이 아니라 '측면지원'하겠다고 강조한 점은 고무적이다.

중기부는 민간 상권기획자와 로컬 크리에이터를 직접 지원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해당 상권에 계속해서 자본이 흐를 수 있도록 돕겠다는 입장이다. 출범식에 참석한 한 상권기획자는 "공무원 조직에서 '측면지원'이란 말을 사용한 것은 놀라울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측면지원이 쉬운 일은 아니다. 프로페셔널해야 가능한 일이다. 어떤 분들이 (상권 활성화를) 잘하는 분들일지, 어떤 기준을 갖고 지원해야 할지 고민하는 일은 앞에서 끄는 것보다 어렵다. 측면지원을 한다는 것은 공무원들의 자세와 역량이 달라져야 한다는 뜻이다."

글로컬 상권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오영주 중기부 장관이 남긴 말이다. 부디 중기부의 민간 중심 '측면지원'이 성공해 전국 곳곳마다 성심당 같은 빵집이, 보헤미안 같은 카페가, 황리단길 같은 '핫플'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j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