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에서 받아라, 우리도 피해자다"…피해 보상 '폭탄돌리기' 조짐
여행업계, 일부는 '재결제' 권고…플랫폼 대행사 단독 행동도
삼겹살 대신 사탕 1알 꼼수 배송…일방 취소에 소비자만 피해
- 이정후 기자, 장도민 기자,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김정현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장도민 김정현 기자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티몬·위메프의 대금 정산 지연 사태로 애꿎은 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티몬·위메프 입점 셀러들이 대금 미정산을 우려해 상품 판매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인데, 정작 환불 창구는 유동성 문제를 겪는 티몬과 위메프로 안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손해를 피하기 위한 '폭탄 돌리기' 행태가 여러 곳에서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은 "어디서도 환불을 받지 못하고 피해를 소비자가 모두 떠안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큐텐 계열사 티몬과 위메프는 최근 입점 셀러들을 대상으로 정산금 지급 지연을 공지했다.
판매 상품에 대한 대금을 지급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입점 셀러들은 소비자가 이미 구매한 상품을 대상으로 주문을 취소하고 있다.
◇"여행상품 재결제하라는데, 이중결제 아닌가요?"
피해는 여행업계를 중심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특히 여름휴가 시기와 맞물려 국내외 항공·숙박 등을 예약했던 소비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이에 국내 주요 여행업계는 지난주부터 티몬과 위메프에서의 여행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하고 비상대책팀(TF)을 구성하는 등 소비자 피해 최소화에 나섰다.
구체적으로 하나투어(039130), 모두투어(080160), 노랑풍선(104620)은 7월 출발 상품을 구매한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원래 예약 내용과 변경 없이 정상적으로 여행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8월 출발 예약 건은 티몬·위메프에서 취소한 뒤 여행사에서 재결제할 것을 권할 방침이다.
참좋은여행(094850)은 출발 예정인 티몬·위메프 판매 상품을 모두 취소하고 여행사에서 재결제할 것을 공지할 계획이다. 교원투어는 이달 28일 출발 일정 상품까지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29일 이후 건은 여행사에서 재결제할 것을 안내하고 있다.
다만 티몬과 위메프의 결제·승인 취소를 대행하는 결제대행업체(PG사)들이 전날 결제 취소와 신규 결제를 모두 막은 사실이 전해져 취소 및 환불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 구매자는 "티몬에서 가족 여행을 예약했는데, 여행사에서 재결제를 하라며 환불은 알아서 티몬에서 받으라고 하고 있다. 이는 이중결제 아닌가"라며 "소비자 사정으로 취소할 땐 온갖 이유로 항공 취소수수료, 여행사 취소수수료를 붙여서 돈을 뜯어가면서 자기들 상황으로 취소할 때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인테리어 시공일 잡아놨는데…" 천만원 단위 피해도 발생
수백만 원에서 1000만 원이 넘는 고가 제품인 가구·인테리어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구매 단위가 큰 만큼 불안감에 발을 구르고 있다. 인테리어 제품의 경우 외부 시공 업체와의 작업 스케줄을 맞춘 경우도 있어 추가 피해도 우려된다.
티몬에 입점한 한 가구업체는 정산 지연 문제로 인한 배송 중지를 고지하며 구매 제품에 대한 환불금은 티몬을 통해 접수하라고 요청했다.
티몬에서 가구를 구입한 한 고객은 "(인테리어 업체)직원이 티몬으로 구매하면 더 싸다고 링크 보내줘서 계약했는데, 정산이 안 되는 바람에 일방적으로 시공 취소 연락을 받았다"라며 "이어 다른 업체 시공까지 스케줄을 잡아놨는데 다 틀어지게 됐다. 예약한 금액만 1000만 원이 넘는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사 시기에 맞춰 가구를 구입해 배송받기로 한 고객들도 모두 차질을 겪고 있다.
한 피해자는 "가구업체로부터 구매한 제품은 취소해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는데, 안내받은 연락처는 티몬 고객센터였다"라며 "티몬에서 확인 요청이 올 경우 취소 승인을 할 예정이라고 안내받았다. 수십만 원짜리 제품을 샀는데 이런 경우가 어디 있나"라고 토로했다.
한 대형 인테리어 기업 관계자는 "티몬에서 요청이 와야 우리도 취소 승인을 할 수 있다. 시스템이 그렇게 돼 있다"라며 "대금 정산이 가능할지 몰라서 답답하기는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배달앱까지 번진 '티메프 사태'…상품권 강제 중지
티몬·위메프 사태는 배달 플랫폼 시장으로도 불똥이 튀었다.
요기요는 상품권 발행·판매·환불 등 관련 업무를 대행사인 A사에 위탁해서 운영하고 있는데, A사의 판매 대행사인 B사가 일방적으로 미사용 상품권을 취소한 것이다.
티몬과 위메프에서는 요기요의 2만·3만·5만 원 상품권을 7~8%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해 이용자들이 대량으로 구매해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구매한 상품권을 앱에 등록한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사용자 동의도 없이 등록된 상품권을 취소하는 게 맞느냐"는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요기요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티몬이 판매 대금에 대한 정산금 지급을 하지 않으면서 판매 대행사 B사는 요기요와 사전 협의 없이 임의로 해당 상품권의 사용을 중지 처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티몬을 포함해 복잡한 이해 당사자들의 협조 없이 요기요 자체적으로 이번 문제를 온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문제의 발단이 된 티몬의 모회사 큐텐에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다. 반면 이용자들의 피해에 대한 명확한 대응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배달의민족은 이달 초까지 티몬과 위메프에서 상품권을 판매했으나 대금 지연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 판매를 중단해 관련 피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산 못받았다"며 삼겹살 대신 사탕 1알 배송
위메프에서 육류를 판매하는 한 셀러는 구매자들에게 "위메프에서 정산을 못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 주문한 상품이 아닌 다른 상품을 보냈다"며 "(구매자가) 취소를 신청하면 처리하겠다"고 공지했다.
이들은 삼겹살을 구매한 구매자들에게 청포도 사탕 1알을 보내 구매자들의 항의를 받았다.
이는 배송이 지연되거나 판매자가 임의로 주문을 취소할 경우 보상해야 하는 배송지연 보상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풀이된다.
임의로 '구매자가 환불·반품요청을 했다'며 물건을 회수하려는 판매자도 있었다.
티몬에서 모니터를 구매한 한 이용자는 "배송완료됐다는 제품이 없어 택배기사님께 연락하니 환불요청을 했다고 하더라"며 "택배 차를 찾아가 물건을 받아왔다"며 황당함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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