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잡으면 매출 터진다"…정체된 렌털업계, '호텔 영업' 박차

판매량 정체된 정수기 시장…새로운 먹거리 떠오른 호텔
호텔가 ESG 바람 타고 경쟁 치열해진 코웨이·SK매직

워커힐 호텔앤리조트가 설치한 SK매직의 정수기.(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제공)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정수기를 비롯한 생활가전 렌털업계가 사실상 보급 포화 상태를 맞으면서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적극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을 펼치려는 호텔들을 상대로 한 영업 경쟁이 치열하다. 한 번의 계약으로 대규모의 기기를 공급할 수 있어 업계는 호텔 전담 원스톱 서비스까지 선보이며 유치 활동에 나서고 있다.

22일 렌털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정에 정수기 보급률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서 각 업체들은 해외사업, 신사업 등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환경부가 발간한 '2023 환경백서'를 보면 지난해 연간 정수기 판매대수는 264만대로 2018년 250만대를 기록한 이후 비슷한 수준으로 정체된 상태다. 국내 정수기 보급률은 5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렌털업계가 국내에서 새롭게 주목하고 있는 시장은 바로 호텔이다. ESG 경영이 중요해지면서 업장에서 플라스틱병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으려는 호텔들의 수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호텔 영업에는 코웨이(021240)가 선제적으로 나섰다. 코웨이는 올해 초부터 메리어트 계열 호텔 체인 고객사를 대상으로 쇼케이스를 진행하고 르메르디양 서울 명동 호텔,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 호텔에 정수기를 공급했다.

보통 호텔들이 각 층 탕비실에 대형 정수기 1대를 들여놓고 객실 냉장고에 생수를 두던 것과 달리 두 호텔은 모든 객실에 정수기를 설치했다.

렌털사들이 호텔에 주목한 이유는 호텔들의 객실 수를 고려하면 B2B(기업간 거래) 중에서도 한 번의 대형 계약으로 다량의 제품을 공급할 수 있어서다.

코웨이가 르메르디앙 서울 명동에 공급한 정수기만 405대에 달한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에는 283개 객실에 정수기가 놓였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 객실에 설치된 코웨이 정수기. ⓒ 뉴스1 김형준 기자

정수기에 더해 롯데호텔 서울 이그제큐티브 타워에 조성된 '웰니스 전용 객실'에는 코웨이 비렉스 안마의자 페블체어와 노블 공기청정기2 제품이 들어가기도 하는 등 호텔의 렌털사 제품 수요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SK매직도 같은 SK네트웍스 계열인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의 그랜드 워커힐 서울과 비스타 워커힐 서울에 제품을 공급하며 호텔 영업에 돌입했다.

SK매직은 내부적으로 B2B(기업간 거래)팀에 호텔 영업 담당자를 지정하고 영업에 나서고 있다. 정수기를 들인 호텔에는 각 호텔 전담 관리 및 서비스팀을 운영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에 제공하던 생수병을 비치하고 분리, 회수하는 등의 호텔 측의 노력이 감소하고 주기적인 관리 서비스를 제공해 관리 걱정도 없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SK매직은 총 90여개 워커힐 스위트 객실에 정수기를 공급했다. 설치 제품은 초소형 직수 정수기로 기존 직수 정수기 대비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단열재 사용률을 줄인 친환경 설계가 적용됐다.

지난 3월부터 50실 이상의 호텔에서는 일회용품을 무료로 제공할 수 없도록 하는 환경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다만 페트병은 규제 사항은 아니다.

워커힐 관계자는 "생수병이 (환경)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폐기물 절감과 고객 서비스 강화 차원에서 정수기를 도입했다"며 "사업과 연관된 모든 영역에서 친환경 전략을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ESG가 중요해진 만큼 많은 호텔들이 정수기 도입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모든 객실은 아니어도 일부 객실들부터 정수기를 들이는 업장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j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