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쓰기도 어렵네" 공공기관, 3년 연속 창업기업 제품 구매 미달

법정 비율 8%인데 제도 시행 후 1.8%→3.9%→3% 기록
공공기관 "법정 비율 너무 높다…업체 찾기도 어려워"

18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3 대구원스톱기업지원박람회'를 찾은 대기업-중소기업 담당자들이 구매상담을 하고 있다. 2023.4.18/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중소벤처기업부가 업력 7년 이내 기업의 판로를 지원하기 위해 창업기업을 '공공기관 우선구매제도'에 추가한 지 3년이 지났지만 공공기관의 창업기업제품 구매 비율은 도입 이후 단 한 번도 법정 비율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이 연간 계획으로 제출하는 목표 구매 비율마저 법정 비율보다 낮게 책정되면서 창업기업 제품의 공공구매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우선구매제도에 따라 당해년도 구매 총액의 50% 이상을 중소기업 제품으로 구매해야 한다. 지난해 기준 854개 공공기관이 총구매액의 77.4%에 달하는 127조 3000억 원을 투입해 중소기업 제품을 구매했다.

공공기관 우선구매제도는 중소기업 제품을 △기술개발 제품 △여성기업 제품 △장애인기업 제품 △창업기업 제품으로 세분화하고 있다.

각 제품에 대한 법정 구매 비율은 모두 다른데, 구체적으로 기술개발 제품 15%(중소기업 물품 구매액 기준), 여성기업 제품 5%, 장애인기업 제품 1%, 창업기업 제품 8%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공공기관의 중소기업 제품 구매 비율은 △기술개발 제품 18.7% △여성기업 제품 9.5% △장애인기업 제품 1.6%로 법정 비율을 웃돌았다.

하지만 창업기업 제품의 구매 비율은 임의 규정(유예 기간)으로 시작한 2021년 당시 1.8%에 이어 의무 기간으로 변경된 2022년에도 3.9%, 2023년 3%를 기록하며 목표치 달성에 실패했다. 시행 3년이 지난 지금도 법정 비율 8%의 절반을 넘기지 못하는 셈이다.

문제는 창업기업 제품을 구매하려는 공공기관들의 의지와 목표가 낮다는 점에 있다.

공공기관들이 올해 구매 계획을 미리 세워 제출한 '2024년도 중소기업제품 공공구매 계획'에 따르면 창업기업 제품에 대한 구매 목표 비율은 6.1%다. 구매 비율 달성은커녕 목표치마저 법정 비율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공공기관은 구매 예산의 8%를 창업기업 제품으로 채우는 게 쉽지 않다고 호소한다. 특히 창업기업의 짧은 업력 때문에 업체와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기관 관계자는 "법정 비율을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8%를 창업기업 제품으로 채운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법 시행을 앞둔 유예 기간이 짧았을뿐더러 거래 희망 기업을 창업기업 기준 내에서 찾는 게 어렵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공기관 관계자는 "다른 공공기관과 거래를 한 기록이 있거나 어느 정도 신뢰성이 확보된 업체면 좋겠지만 업력이 짧다 보니 이를 검증하고 구매까지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창업기업의 법적 기준이 업력 7년 이내로 제한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법정 비율을 충족하기 위해 거래처를 계속 변경해야 하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중기부도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22년에는 창업기업제품 구매상담회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며 "창업기업 제품의 구매 비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