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같은 기술 뺏겼는데 배상은 단돈 6천만원"…억울한 스타트업

기술 탈취 피해 기업, 승소해도 '쥐꼬리' 배상액
중기부, 피해 범위 넓혀 손해배상액 현실화 추진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스타트업의 기술을 탈취한 가해 기업에 손해배상액을 5배까지 부과한다고 하지만 기술 탈취 행위를 인정하는 경우 자체가 많지 않아요."

대기업으로부터 기술 탈취 피해를 한 스타트업 대표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고충을 토로했다.

스타트업의 경우 협력 관계인 대·중견기업의 눈치를 보기 때문에 기술 탈취가 발생하더라도 법적 다툼을 벌이기 어렵고, 법원에서 싸우더라도 상처만 남는다는 이야기다.

12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스타트업이 중기부의 행정조사와 분쟁조정을 신청한 사건의 50%는 '기술 탈취' 문제 때문에 발생했다.

기술 탈취 사건은 고소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기소율이 21%에 그친다. 일반 형사사건 기소율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기소 자체가 적은데 무죄율은 형사사건의 10배에 달한다.

스타트업은 거래처와의 관계 악화나 업계에서의 부정적인 시선을 무릅쓰고 법정 싸움을 각오하지만 사실상 상처만 남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재판에서 승소하더라도 스타트업이 보상받은 평균 손해배상액은 6000만 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스타트업이 기술 탈취로 인해 입은 피해에 대한 온전한 회복이라고 보기에는 적은 배상액이다.

업계에 따르면 스타트업이 받는 손해배상액이 적은 이유는 기술을 탈취한 대기업이 아이디어 단계에서 스타트업의 기술을 훔치고 협력 관계를 끊어버리기 때문이다.

미래 가치가 대부분인 아이디어 단계에서 기술을 뺏기면 실제 스타트업이 입은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실제 시장에서 판매된 상품이나 제품이 없다 보니 손해배상액 산정 자체가 어려운 것이다.

중기부는 이와 같은 손해배상액 문제를 현실화하기 위해 중소기업기술보호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손해배상액 인정 기준을 '제품 판매에 따른 손해액'에서 '기술개발 과정에 투입된 비용'까지 인정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게 골자다.

이는 '기본 손해액'을 기준으로 고의성 여부에 따라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현행 손해액 산정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판매에 따른 손해액에서 기술 개발에 투입된 비용까지 피해 범위를 넓혀 '기본 손해액' 기준을 키우면 손해배상액의 전체 규모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의 처벌 규모는 이달 10일 시행된 상생협력법 개정안을 통해 확대된 상황이다. 해당 법에 따르면 수위탁 거래 관계에서 기술을 탈취할 경우 최대 5배까지 배상 책임을 부과할 수 있다.

특허청 역시 올해 8월 21일 시행되는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에 따라 특허권 침해, 영업비밀 침해, 아이디어 탈취 등에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최대 5배 부과하기로 하며 부처 간 정책에 발을 맞추고 있다.

중기부는 중소기업기술보호법 개정을 통해 스타트업의 기술 탈취 피해 인정 범위를 넓힐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고 평균 6000만 원에 불과한 손해배상액을 현실화할 계획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스타트업이 갖고 있는 대부분의 아이디어나 콘셉트들은 노출되는 순간 경쟁력을 잃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투입했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 개발에 투입된 비용 등이라도 인정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뜻에서 고민한 결과"라고 말했다.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