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공짜배달 끝, 돈 받을게요"…배달앱 '출혈경쟁' 3개월로 끝나나

무료배달 구독 서비스 '배민클럽' 월 3990원 유료화 선언
'공짜배달 전면전' 마무리 수순…쿠팡이츠·요기요 선택은?

서울시내에서 한 라이더가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배달플랫폼 1위 배달의민족이 지난 4월부터 시작된 '공짜배달 전쟁'에서 사실상 발을 빼기로 했다. 자사 무료배달 구독 서비스 배민클럽을 유료화하기로 결정하면서다. 다음 달 20일부터는 월 1990원을 내야 배민의 배달비 무료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포장주문 수수료 '눈치싸움'에서 가장 먼저 이탈한 배민이 공짜배달 출혈경쟁에서도 '유료화'를 선언하면서 지난 4월부터 시작됐던 공짜배달 전쟁이 막을 내릴지 주목된다.

특히 공짜배달 신호탄을 쏜 쿠팡이츠는 이번 경쟁으로 요기요를 제치고 배달플랫폼 점유율 2위로 뛰어오르는 등 쏠쏠한 성과를 거둔데다 배민의 유료화에도 당분간 공짜배달 정책을 고수할 의지를 보여 1위와 2위 격차마저 좁혀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3일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배민은 이날 외식업광장을 통해 '배민클럽' 유료화를 공지했다. 배민클럽은 배민이 지난달 28일 도입한 무료배달 구독 서비스다.

공지에 따르면 9일부터 배민클럽 사전 가입 기간이 시작되며 사전가입 기간 고객들의 결제 수단을 등록해 배민클럽에 가입할 수 있다. 이때 가입했다면 다음 달부터는 이용료가 결제된다.

배민클럽 정상가는 3990원이지만 프로모션 기간인 다음 달 20일부터는 1990원에 만날 수 있다. 프로모션 종료 시점은 별도 안내하겠다고 했다.

배민클럽에 가입하면 알뜰배달(다건배달)은 배달비 무료, 한집배달(단건배달)은 배달비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추가 거리에 따른 배달비도 무료다.

배민은 지난달 28일 배민클럽을 론칭하고 '체험기간'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이 기간 별도 가입 없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 왔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배달대행 업체 앞에 배달용 바이크가 주차되어 있다. ⓒ News1 박정호 기자

배민은 배달비 무료 혜택에 더해 향후 다양한 추가 혜택을 포함시켜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로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배민 관계자는 "쿠팡이츠와 요기요는 각자 멤버십(로켓와우)과 구독 서비스(요기패스X)로 무료배달 서비스 제공을 위한 비용을 받아왔고 자사는 이번에 주요 업체 중에는 가장 늦게 유료화(구독비)를 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배민 관계자는 "배민클럽의 '배달팁 무제한 무료'라는 기본 혜택 외에도 향후 커머스 등 다양한 추가 혜택을 포함시켜 고객 효용을 높일 예정"이라며 "입점 업주 분들의 주문 수 증대와 매출 향상에도 도움드릴 수 있도록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경쟁력 있는 구독 서비스가 될 수 있도록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1위 배민이 가장 먼저 무료배달 전면전에서 물러나자 업계에서는 요기요와 쿠팡이츠도 슬그머니 '무료배달 서비스'를 끝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요 배달앱 3사는 4월부터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무료배달 서비스를 실시해 왔다. 쿠팡이츠가 가장 먼저인 3월 26일 쿠팡 멤버십 로켓와우(와우 멤버십)에 무료배달 혜택을 추가했고 배민은 4월 1일부터 '알뜰배달' 무료화를 실시한 후 지난달 28일에는 배민클럽 체험기간을 통해 무료배달 서비스를 했다. 요기요는 4월 5일부터 배달 유형에 관계 없이 전국에서 배달비 무료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배민클럽과 유사한 구독 서비스 '요기패스X'를 보유한 요기요가 추가 이탈할 가능성도 점친다.

요기패스X는 월 구독료를 내면 배달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멤버십 서비스다. 지난해 11월 9900원으로 론칭했는데 6개월 만에 4900원으로 인하한 바 있으며 지난 3월 29일부터는 2900원으로 추가 인하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과 제휴해 '요기패스X with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내놓기도 했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가입자라면 요기패스X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업계 관계자는 "요기요 고민이 깊을 것이다. 배민클럽과 똑같은 '요기패스(X)를 선보이자마자 갑자기 무료배달 전쟁이 벌어져서 곤란하던 차였을 것"이라며 "배달비 무료 구독 서비스를 두고 따로 무료 배달 혜택을 제공하다 보니 요기패스 포지션이 애매했다. 가뜩이나 실적도 좋지 않다. 배민이 총대를 매줬기 때문에 요기요도 같은 루트(무료 배달을 없애는)를 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요기요 운영사 위대한상상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 655억 원, 단기순손실 4841억 원을 기록했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배달 노동자가 배달업무를 하고 있다. ⓒ News1 황기선 기자

쿠팡이츠와 요기요는 배민과 관계없이 무료배달 서비스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와우 멤버십 무료배달 혜택을 전국으로 확대한 쿠팡이츠는 향후에도 소비자 혜택을 더 강화하겠다고 했다. 쿠팡은 또 업계에서 유일하게 내년 3월 이후에도 포장 수수료 무료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요기요 관계자는 "당장 배민이 (배달비 유료화한다고 자사 정책에)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다. (배달비를) 무료로 하죠"라며 "다만 시장상황을 봐서 (정책이) 달라질 수는 있다. 혜택을 줬다가 뺏었다가 하는게 아니라 (시장) 상황을 관철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조 4155억 원, 영업이익 6998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5% 늘어난 수준이다.

그 덕에 배민을 인수한 독일 음식배달 플랫폼 기업 DH(딜리버리히어로)는 지난해 처음 4127억 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배당 성향은 81.5%다.

minj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