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은 드라마랑 달라…주 80시간 일하고 돈 빌리러 다녔죠"
부산 슬러시드, 센디 염상준 대표-박예지 청년 창업가 대담
창업에 대한 냉정하고 현실적인 조언…"업종 따라 성공 달라"
- 이정후 기자
(부산=뉴스1) 이정후 기자 = "센디를 11년 동안 운영하면서 다섯 번 정도 월급을 주지 못했던 것 같아요. 돈이 떨어질 때 정말 힘들었습니다. 창업가들이 넘어지더라도 아프지 않게 넘어지는 방법을 알려줘야 해요."(염상준 센디 대표)
지난 25일 지역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열린 '부산 슬러시드 2024'에서 염상준 센디 대표는 청년 창업가들을 응원하면서도 냉혹한 창업의 현실을 가감 없이 공유했다. 그 역시 청년 창업가로서 크게 성공했다가 빠르게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다.
이날 부산 슬러시드 행사는 창업 생태계 관계자들이 나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세션이 메인 이벤트로 진행됐다.
염상준 센디 대표와 박예지 학생 예비창업가(Keep-U 대표)가 대담자로 참여한 '부산에 살고 싶은데요, 부산에 살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세션은 지역 청년 창업가의 고민과 이에 대한 선배 창업가의 조언이 오가는 형식으로 열렸다.
부산에 위치한 센디는 동명의 화물운송 중개 플랫폼 서비스 운영사다. 2013년 설립해 모바일 이사 비교견적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했으며 2018년 지금의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
지난해 7월 5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해 누적 투자 약 165억 원을 기록한 센디지만 염상준 대표는 청년 시절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한 창업가다.
그는 "20대 때 요가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해 6개월 만에 홍대, 강남을 포함해 12개 지점을 열었다"며 "운 좋게 엑싯(자금회수)도 하게 되면서 27살에 수억 원을 손에 쥐었지만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면서 31살에 신용불량자가 됐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창업을 하면 사업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워라밸은 없어지고 주 80시간씩 일하면서도 돈을 구하러 다녀야 한다"며 "청년 창업가들은 이를 견뎌낼 수 있을지 없을지 고민하고 미리 경험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창업이 무조건 잘될 것 같지만 10개 창업 기업 중 1곳이 투자를 받고 투자받은 회사 100개 중에 한 곳이 시리즈A 투자를 받는다"며 "창업가들이 넘어지더라도 아프지 않게 넘어질 수 있도록 가르쳐 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 창업에 대한 청년 창업가의 고민에 대해서는 서울에서 도전하는 것이 사업을 펼치기에 수월할 수 있다며 솔직한 의견을 공유했다.
박예지 학생 예비창업가는 "부산에서 좋은 아이템으로 경쟁하면 더 많은 기회를 누릴 수 있을 것 같지만 창업 인프라가 잘 구축된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는 고민이 있다"고 털어놨다.
염상준 대표는 "스타트업이 꼭 서울로 가야 한다는 것은 업종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사업은 돈과 인재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에 서울에 가서 사업을 펼치는 것도 정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부산을 떠나는 이유는 일자리가 부족해서"라며 "부산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으로 스타트업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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