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52시간 '수술'한다는 추경호…中企 "반갑긴 한데…"
중기계와 만남 가진 추경호…법안 발의하며 중대재해법 유예 시동
52시간제 유연화 약속…평행선 달리는 노동계·야당에 험로 예고
- 김형준 기자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처법) 적용 유예와 주 52시간제 유연화를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중소기업계가 모처럼 반색하고 있다.
다만 노동계, 야당과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인 만큼 법 개정 등 추진 과정에서는 난항이 예상된다.
18일 업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전날 추 원내대표와 같은 당 정점식 정책위의장, 김상훈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장,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아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을 비롯한 중소기업계와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추 원내대표는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개정안을 공식 발의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발표한 제22대 국회 '1호 법안' 중 하나로 중처법 적용 2년 유예를 꼽은 바 있다.
◇與 1호 법안 '중대재해법 유예'…노동계·야당과는 '평행선'
중처법 유예안과 관련해 추 원내대표는 "중처법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나 근로자와 사용자 간 위험 소재의 잘 구분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50인 미만 기업은 아직 준비가 안 됐기 때문에 시간을 갖자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여당 원내대표의 유예안 추진 약속에 중기계는 반색하는 분위기지만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야당과 노동계는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중대재해에 대한 사업주의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중처법 유예를 '개악'으로 보고 있어 타협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 지난 2월 여야는 중처법 유예안을 두고 합의를 도출하는 듯했지만 본회의를 앞두고 무산됐다. 야당 측은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등을 요구사항으로 제시했고 여당이 이를 검토하는 방향으로 흘렀으나 결국 유예안은 본회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하고 21대 국회 회기 종료로 폐기됐다.
국민의힘이 1호법안에 중처법 유예를 포함한 것과 관련해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영세사업장이 안전조치를 감당할 수 있도록 정부의 특별지원 등이 선행돼야 하지만 어떠한 노력도 없이 유예만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여야의 평행선에 중소기업계는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는 중이다. 중기계는 올해 1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처법이 전면 적용되면서 제반 사항 준비를 위한 시간을 달라며 법 적용 2년 유예를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
실제 영세 사업장의 경우 중처법 준수를 위한 시설, 인력 수급 등에 난항을 겪고 있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 적용이 강행되면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목적이 달성되기보다는 선량한 범법자들이 양산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중기중앙회 등 중소기업 단체들은 전국을 돌며 중처법 유예를 위한 결의대회를 개최하는 한편 헌법재판소에 중처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까지 청구해 사안은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상태다.
◇"납기도 못 맞춘다" 노동시간 유연화 요구…야당은 "주 4일제"
중기중앙회와의 상견례에서 추 원내대표가 공언한 주 52시간제 유연화도 법 개정이 순탄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노동계는 아직도 한국은 OECD 평균 근로 시간 대비 149시간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있어 장시간 노동 근절 입법화가 시급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나아가 총선 압승을 거둔 야당은 주 4일제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어 노동시간 유연화 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평행선을 달릴 공산이 크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월 총선에서 주 4일(4.5일) 도입 지원 등으로 노동시간을 2030년까지 OECD 평균 이하로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이와 반대로 추 원내대표는 장시간 근로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고 일·가정이 양립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업종별로 상황이 모두 달라 52시간을 지키되 이를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중소기업들은 주 52시간제로 납기 준수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중기중앙회 조사 결과 수출 중소기업의 56%, 중소 제조업체의 28.3%가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수주 납기 준수에 애로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올 연말이면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제 적용 계도기간이 종료되면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근로 시간 유연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중처법 유예, 근로시간 유연화에 대한 추 원내대표의 약속은 좋지만 국회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노동계에서 요구하는) 주 4일제 논의의 경우에는 중소기업과는 아직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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