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억대 연봉 됩니다"…30만 장애인 일자리 찾아주는 브이드림
[혁신으로 극복하는 장애①]장애인과 기업을 연결하다
장애인 종합 플랫폼 목표…보조기기·커머스·이동서비스로 확장
-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이정후 기자
(서울=뉴스1)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이정후 기자 = #. 친형제 같았던 '베프'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청천벽력을 들었다. 살아만 있어 달라고 눈물로 기도했다. 친구가 눈을 떴을 때 생명을 되돌려 받았다는 기쁨도 잠시, 하반신 마비라는 현실에 좌절하는 친구 옆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절친했던 사촌 언니마저 난치병에 걸려 장애를 얻게 되면서 삶이 망가져내리고 있었다. 장애가 생기면서 경제활동은 할 수 없는데 모든 생활에 비용은 더 많이 필요했다. 이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직접 '일자리'를 찾으러 다녔다. 장애인 취업연계 플랫폼 '브이드림'의 출발이었다.
김민지 브이드림 대표가 창업을 하게 된 계기다. 절친과 사촌 언니가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게 되면서 이들이 장애를 얻기 전 발휘했던 역량을 다시금 활용할 수 있게 도와주자는 생각으로 일자리를 연계했다.
일자리를 찾고자 하는 장애인은 너무나 많았다. 장애인을 고용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 기업도 국내에 숱했다. 그 두 주체를 연결만 하면 일이 쉬운 줄 알았다. 그런데 정작 장애인을 채용하는 기업은 많지 않았다. 장애인 의무 고용 비율을 위반해 '벌금'을 내면서도 여전히 장애인 채용을 꺼렸다.
우리나라에서 상시 근로자가 50명 이상인 기업은 장애인 근로자를 의무 고용해야 한다. 민간기업의 경우 법적 의무 고용률은 3.1%다. 만약 100명을 고용하고 있다면 최소 3명의 장애인을 채용해야 하는 셈이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과태료를 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의 의무 고용률은 3.8%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의무 고용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고용노동부의 '2023년도 장애인 고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장애인 의무 고용 대상 민간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2.99%로 법적 기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김민지 브이드림 대표가 장애인과 기업을 연결하는 사업을 고민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전 직장에서 대외사업 총괄 업무를 맡았던 김 대표는 다른 기업을 만날 때마다 '장애인 의무 고용'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기업들은 장애인 고용을 하고 싶어도 인재를 찾는 방법을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김 대표가 장애인과 기업을 연결하는 사업을 결심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그의 주변에는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어도 후천적 장애 때문에 경제적 자립이 어려운 지인들이 많았다. 이들을 기업과 연결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김 대표는 "장애와 관련된 경험은 없었지만 '내가 한번 바꿔봐야겠다'라는 생각 하나로 맨땅에 헤딩했다"고 말했다.
◇개인 직무역량 DB 구축…적재적소 기업에 연결
김 대표는 2018년 브이드림을 세운 뒤 전국 복지관, 특수학교 등을 돌아다니며 장애인 인력 풀을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 장애인마다 직무 능력과 역량이 다르기에 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해야만 장애인 고용이 필요한 기업에 연결할 수 있었다.
창업 초기에는 장애인, 기업, 관련 기관 등 어느 곳 하나 설득하기 쉽지 않았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직원 3명으로 출발해 기업과 장애인을 만나러 밤낮없이 뛰어다녔다"며 "현장에서 문제에 대한 답을 찾으면서 장애 유형과 기업 업종별 데이터를 쌓았다"고 말했다. 현재 브이드림은 전국 30만 명의 장애인 인력 풀을 확보했다.
브이드림은 시각장애, 청각장애 등 다양한 장애 유형을 15가지로 구분하고 이들이 적재적소의 일터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브이드림을 통해 일자리를 구한 장애인들은 제조업, 금융업 등 20여 개 업종에서 디자인, 사무보조, 마케팅 업무를 맡고 있다. 대부분 비장애인과 같은 업무다.
김 대표는 "15가지 장애 유형 중에서 지적·발달 장애를 제외한 13가지 장애 유형은 비장애인과 인지 능력이 똑같은 장애"라며 "컴퓨터를 사용할 수만 있다면 사무직, 디자인 등 300여 가지로 세분화한 디지털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업을 고도화하면서 브이드림은 장애인 특화 재택근무 플랫폼 '플립'(Flipped)을 개발하고 장애인 고용 기업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플립은 장애인 근로자의 △출결 △회의 참여 △업무 수행 △전자서명 등을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재택근무 장애인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지시할 수 있다.
브이드림은 장애인 대상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학습 관리 시스템(LMS)을 통해 영상 편집 교육, 웹 디자인, SNS 마케팅 등을 교육하는 방식이다. 브이드림과 협업하는 복지관의 장애인들은 해당 직무 교육을 발판 삼아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
구직을 통해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게 된 장애인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일을 할 수 있게 돼 좋다', '우리 아이가 첫 월급을 받았다'는 내용의 감사 편지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김 대표는 "장애인 근로자 중에서도 1억 연봉자가 나와야 한다"며 "장애인은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인식을 바꾸고 싶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고용으로 비용 부담 줄인 기업들…"계열사 모두 확장"
장애인을 고용하는 대신 거액의 부담금을 내던 기업들도 브이드림의 솔루션을 통해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재택근무 방식에 난색을 보이던 기업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한 뒤에는 재택근무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면서다.
그동안 기업들은 장애인 근로자의 업무 역량에 대한 의구심과 근무 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채용을 기피했다. 하지만 브이드림의 솔루션이 해답이 됐다. 특히 외주로 처리했던 디자인 업무 등을 장애인 근로자로 채우면서 비용 절감 효과도 일석이조로 누리고 있다.
브이드림의 고객사는 점점 늘어나 현재 450여 곳이다. 최근에는 차병원의 모든 계열사 앞에서 발표를 진행해 장애인 90여 명의 고용을 연결했다. 이 밖에도 퍼시스그룹에는 '3D 렌더링' 작업을 하는 장애인을, 오리온에는 번역 업무를 하는 장애인을 매칭했다.
김 대표는 "예전에는 브이드림의 규모가 작아서 미덥지 않았는지 한두 명만 채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레퍼런스가 쌓이니까 계열사로 확장을 모두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커머스·이동 서비스로 사업 확장…매출 구조도 '튼튼'브이드림은 장애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신규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자사 역량을 집중해 장애인 종합 플랫폼을 키울 계획이다.
이미 브이드림은 장애 예술인의 작품을 제품으로 만들고 전시회를 개최하는 '브이아트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휠체어 전용 이동서비스 '브이패스'를 선보였다. R&D 센터를 중심으로 보조공학기기를 개발해 사업을 시작하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첫발도 뗐다. 장애인 의무 고용 제도가 있는 해외 국가가 모두 블루오션이다. 현재는 몽골과 키르기스스탄에 솔루션 도입을 협의했고 국내 대기업이 대거 있는 베트남으로도 진출할 계획이다.
사업 확장에 따라 매출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 48억 원이었던 매출액은 올해 200억 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장애인 의무 고용 비율은 법적으로 유지되는 만큼 한 번 확보한 고객사는 브이드림의 장기 고객사다.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월간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한 상태다.
가파른 성장세에 이달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운영하는 '포스트 팁스'(TIPS) 프로그램에 선정되기도 했다. 팁스 졸업 기업 중 우수한 기업을 선정해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는 프로그램으로 최대 5억 원의 자금을 지원한다.
향후 브이드림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토탈 케어 솔루션을 개발하고 응급 상황을 실시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브이드림은 2026년 상장을 목표로 한다. 소셜 미션을 가진 기업으로써 장애인들이 자신들의 꿈을 더욱 펼칠 수 있도록 돕겠다는 포부다.
"브이드림은 배리어스(Various, 다양한) 드림, 빅토리(Victory, 승리) 드림이라는 뜻이에요. 장애인들이 모두 각각의 꿈이 있더라고요. 이 꿈들을 모두 승리의 꿈으로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정리=이정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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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가진 '보통사람'이 다수이기에, 몸이나 지능이 불편한 소수의 장애인은 '보통'과 다르다는 이유로 사회에 나오기가 쉽지 않다. 그들도 충분히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지만 그 '연결고리'를 찾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혁신'이 신체적, 지능적 장애를 메꿔주고 있다. 혁신 기업의 기술과 아이디어가 장애라는 틀에 갇힌 인재들을 사회로 이끌어내고 있다. 이 장애를 극복하는 혁신기업들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