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재수생 야놀자, 이번엔 성공할까…'쿠팡' 전철 우려도[줌인e종목]

[비상장]美 증시 전문가 영입·현지 법인 설립 등 사전 준비 '착착'
기업가치 확대 등 과제 남아…상장 성공해도 주가 유지 관건

야놀자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5000만 원으로 설립해 12조에 근접한 회사' '모텔 청소부 출신 대표의 성공신화' '대실 중개 서비스로 시작해 나스닥 문을 두드리는 회사' '제2의 쿠팡'

이는 여행 플랫폼 기업 '야놀자'를 설명할 때 따라붙는 말이다.

여러 차례 외부 투자와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키운 야놀자가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제대로 된 몸값 받기에 재도전한다.

다만 아직은 국내시장에 치우친 비즈니스 모델, 녹록지 않은 기업가치 평가 등으로 예상에 못 미치는 가치로 평가될 경우 나스닥 입성을 다시 한번 미룰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뉴욕 증권거래소 모습 ⓒ AFP=뉴스1

◇나스닥 성공 기준은 10조 '데카콘'

야놀자가 나스닥 상장을 재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여행업계와 자본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14일 장외시장에서 야놀자는 직전 기준가 대비 10% 안팎의 높은 상승률을 보이며 거래 수위를 다투고 있다.

증권플러스비상장에서 야놀자는 직전 기준가 대비 8000원(13.56%) 오른 6만 7000원 안팎에서 거래됐다. 서울거래비상장에선 직전 기준가 대비 5000원(8.13%) 오른 6만 6500원에 사고 팔리고 있다.

공인 주식시장과 달리 비상장 장외거래 플랫폼에선 사인간 거래가격의 '체결평균가'(당일 누적 체결 건의 수량을 가중평균한 값)를 기반으로 기준가 및 등락률을 산정한다.

장외거래 가격으로 추정한 시가총액은 약 6조 원 정도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야놀자는 이번 나스닥 상장 기업가치로 70억~90억 달러(9조 6145억원~12조 3615억원) 수준의 평가를 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상장 주관사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 10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17억 달러를 투자받으면서 9조 3388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당시 비전펀드가 확보한 지분은 24.9%다. 비전펀드가 야놀자를 최소 '데카콘'으로 보고 투자했다는 의미다. 데카콘은 뿔이 10개 달린 유니콘으로, 자본시장에선 10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초대형 벤처기업을 의미한다.

이번 나스닥 상장을 통해 비전펀드가 투자회수(엑시트)를 하려면 최소한 10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아야 한다. 물가 상승 및 화폐가치 하락 등을 고려하면 10조 원도 비전펀드 입장에선 '성에 차는' 가치평가는 아니다. 따라서 야놀자 입장에서 기업가치 평가가 70억달러에 미치지 못하면 상장 명분이 없는 셈이 된다.

야놀자로서는 현지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위한 더욱 적극적인 준비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특히 2022년 나스닥 문턱에서 상장 절차를 접은 전례가 있어서 더 그렇다.

이에 야놀자는 지난 2월 8일 쿠팡의 미국 법인이 위치한 델라웨어주에 'Yanolja US LLC.'라는 사명의 미국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뉴욕증권거래소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알렉산더 이브라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영입한 바 있다. 올 3월에는 뉴욕 맨해튼에 50번째 해외 지사인 '야놀자 US 오피스'를 개소했다.

◇국내 한정 사업모델 확대해야 가치평가 유리…나스닥 도전 앞서 '몸집 불리기'

야놀자는 2020년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IPO를 추진했다. 그러나 2021년 7월 비전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은 이후 나스닥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이를 위해 야놀자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려 왔다. 2016년 호텔 예약 서비스 기업 호텔나우를 인수했고 2019년 가람, 데일리호텔, 이지테크노시스, 테이블, 등의 지분을 사들였다. 2021년에는 산하정보기술과 인터파크를 사들여 국내 최대 여행기업의 위치를 얻었다.

비전펀드에서 유치한 자본을 바탕으로 여행기업으로서 입지를 견고히 한 이후에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나스닥에 입성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국내 한정된 사업모델을 글로벌로 확대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례로 야놀자는 지난해 미국 호텔 솔루션 기업 '인 소프트'와 이스라엘 기업간거래(B2B) 기업인 고 글로벌 트래블(GGT) 등의 지분을 꾸준히 매입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여행업계 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덩치를 키우는데 자본을 쏟아부은 만큼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적자행진을 이어왔다. 이후 흑자로 돌아섰으나 자본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엔 부족한 수준이다.

야놀자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7667억 원, 영업이익 16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7% 증가했으나 영업익은 88% 감소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1947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3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 149억 원을 기록했다.

이에 야놀자는 상장 이후 각각 11년, 5년간 적자였던 테슬라, 아마존이 미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무리 없이 자본을 조달한 사례를 주목했다. 국내 상장보다 미국에 상장하는 것이 미래가치를 인정받기 유리할 것이란 판단이다.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에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기념하는 전광판 광고가 진행되고 있다. (쿠팡 제공) 2021.3.12/뉴스1

◇낙관은 금물…상장보다 어려운 주가 유지

자신감을 갖고 나스닥 입성을 노리는 야놀자지만, 낙관으로 일관하기는 어렵다.

우선 야놀자의 생각대로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자본시장에는 야놀자가 나스닥에 입성하기 위해선 기업가치를 10조 원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현재 장외거래에서 야놀자의 시가총액은 6조 원대로 형성됐다. 단기간 내 3조원 이상 기업가치를 끌어내기 위해선 대규모 추가 투자 등 반전 카드가 필요하다.

아울러 국내 이커머스 및 물류 시장에서 견고하게 입지를 구축한 쿠팡조차 나스닥에서 주가가 고전하고 있을 정도로 주가 유지가 어려운 환경도 불확실한 요소다.

지난 2021년 나스닥 시장에 입성한 쿠팡 모회사 쿠팡Inc는 상장 첫날 공모가(35달러)보다 40.7% 상승한 49.25달러를 기록했다. '잭팟'이 터진 것처럼 보였지만 이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올해 초 14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12일(현지 시각) 뉴욕거래소에서 쿠팡 주가는 22.69달러로 공모가를 크게 하회하고 있다.

상장이라는 높은 문턱을 지나도 주가 유지라는 큰 과제가 남아있다는 의미다. 야놀자도 그렇다.

j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