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진출 스타트업 "라인 사태 위기감 느껴…정부 지원 아직 부족"

중기부, 스칼라데이터 등과 '일본 진출 스타트업 간담회' 개최
참석자들, 라인 사태 우려 쏟아내…중기부, 법률 지원 등 약속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중기부 제공)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라인 사태 이후 매출과 생존이 달린 문제로 큰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투자자를 만나면 '당신 회사의 일본 매출 비중이 큰데 (라인처럼)규제를 받기 시작하면 어떤 피해가 있을 수 있냐'는 지적을 받기 시작했습니다."(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

일본에 진출한 국내 스타트업들이 '라인 사태'로 인한 피해를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라인 사태가 선례가 돼 일본 현지 진출이나 투자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정부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3일 서울 광화문빌딩에서 '일본 진출 스타트업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는 일본에 진출한 국내 스타트업을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정책지원을 안내하기 위해 마련됐다.

간담회에는 스칼라데이터, 에어스메디컬 등 K-스타트업센터 도쿄 입주기업 6개사와 스푼라디오, 올리브유니온 등 일본진출 기업 4개사가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서 비롯돼 일본 정부로부터 행정지도를 받게 된 '라인'의 사태로 인한 영향이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커머스 플랫폼를 운영하는 메디쿼터스 박하민 일본사업총괄 COO는 "라인사태를 통해 개인정보보호 강화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고 만약 (자사 사업 관련) 보안상 문제가 생겨서 개인정보 (유출 등) 이슈가 된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우려된다)"며 "사업을 키워가면서 현지 벤처캐피털(VC) 등으로부터 투자도 받고 싶은데 라인 사태를 통해 '일본에서 돈이 들어왔을 때 문제가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으로 일본에 진출한 스칼라데이터 윤예찬 대표도 "최근 '라인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이 사실상 미팅의 클로징 멘트가 됐다"며 "라인 사태도 결국 일본과 (라인의) 데이터 프라이버시로 인한 문제였다. 자사 사업모델 역시 플랫폼 비즈니스다 보니 대비를 잘 하더라도 타의적, 불가피한 보안 이슈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어떻게 대응을 해야할지 궁금하다"고 전했다.

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 역시 "(일본 정부가) 앞으로도 어떤 명분으로든 꼬투리를 잡을 수 있다고 본다. 자사는 매출이랑 생존이 달린 문제로 크게 위협받고 있다"며 "투자자를 만나면 '일본에서 이렇게 규제를 받기 시작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지적을 받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과거 총칼로 전쟁을 했다면 현대는 인재와 기술로 전쟁을 하고 있다"며 "(라인 사태가) 선례로 남는다고 하면 희망이 없어질 것이다. 한국 기업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플레이를 하면서 고충을 겪고 있다. 정부에서 힘을 써달라"고 호소했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달 일본 CIC(Cambridge Innovation Center) 도쿄에서 K-스타트업 센터(KSC) 도쿄 입주기업 및 일본 진출 성공기업과 간담회를 진행하는 모습.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중기부는 국내 스타트업들이 일본 현지에 진출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법률 서비스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중기부는 해외사무소 등을 보유해 진출국가에 대한 법령검토가 가능하고,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 중인 주요 대형 로펌과 협업해 범위 내에서 법률 서비스를 무료 지원키로 했다. 지원국가는 미국, 일본, 베트남, 중국, 싱가포르 등이며 지원 규모는 로펌에 따라 월 10건 이내, 월 1000만 원 범위 내 등 협의 중이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지난달 코리아스타트업센터 도쿄가 개소할 당시 라인 사태가 있었고 우리 스타트업들이 워낙 일본에 많이 진출하는 상황이어서 이들을 잘 지원하려는 고민이 많다"며 "일본 뿐 아니라 해외로 진출하는 스타트업들에 법률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었고 다음달 부터 대형 로펌사와 협업해 글로벌 진출 스타트업의 법률적 문제해소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진출 초기 마중물이 될 '네트워킹 행사' 등을 열어달라는 주문도 나왔다. 이혜성 에어스메디컬 대표는 "한 영국계 의료 스타트업이 일본 진출을 한 사례를 보면 당시 영국 대사관에서 진출 초기에 교수, 관료 등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초청 행사를 마련해 마중물을 만들어줬다"며 "중기부가 가진 해외 네트워크 자산을 진출 스타트업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는 "진출 초기 일본의 주요 대기업이나 스타트업과 만나고자 미팅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한번은 만날 수 있어도 후속 미팅을 잡기가 힘든 부분이 있었다"며 "현지 시장과 아직 신뢰관계가 형성되기 전인 스타트업들이 현지 기업을 만날 수 있도록 IR 피칭 이벤트 등을 열어 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오영주 장관은 "재외공관과 협업하는 K-스타트업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대폭확대하여 현지에서 다양한 네트워킹 자리를 마련하겠다”며 "재외공관을 중심으로 꾸려지는 중소벤처기업 지원 원팀 협의체와 K-스타트업센터를 통해 현지 네트워크를 확장시킬 것이다. 힘들고 고단한 해외진출의 과정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밝혔다.

minj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