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싱 사기' 창진원, 9개월 만에 '기관경고'…소극적 처벌 논란도

중기부, 종합감사 통해 담당자에 경징계·기관에는 경고 내려
사고 전까지 해외송금 절차 매뉴얼도 없어…보안교육 '미흡'

K-스타트업센터 내부 모습으로 기사와 무관. ⓒ News1 이민주 기자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중소벤처기업부가 공공기관 최초로 '피싱 사기'를 당한 창업진흥원에 '기관경고'를 내렸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창진원의 지출 관리에 대한 주의가 지적된 지 9개월 만에 내려진 조치가 개인과 기관에 대한 경고·주의에 그치자 업계 일각에서는 중기부의 지도가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관가에 따르면 중기부 감사관실은 최근 창업진흥원에 코리아스타트업센터(KSC) 사업 해외송금사고와 관련한 감사 결과를 통보했다.

창진원은 지난해 6월 KSC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유럽계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레인메이킹'과 계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싱 사기를 당했다.

레인메이킹과 계약을 맺고 13만 5000달러의 선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사기 집단 계좌로 의심되는 '사칭 AC'의 계좌에 선금을 입금했다. 공공기관 중 피싱 사기 피해를 입은 건 창진원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은 창진원을 향해 KSC 사업을 박탈해야 한다', '매뉴얼 점검' 등을 주문했고 중기부에서도 관련해 창진원에 대한 종합감사를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종합감사에서는 지출발의자(주임)와 예산통제자(담당 과장), 중간결재자(실장), 최종결재자(본부장)가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담당 H 주임은 창진원 보안규정 따라 이메일을 열람 시 발신자 메일주소를 확인해 의심스러운 메일 수신 시에는 발신자 진위를 확인했어야 하나 사칭AC가 보내온 이메일의 도메인을 확인하지 않고 위조도메인으로 보내온 인보이스를 그대로 신뢰해 사칭인보이스에 적힌 계좌로 사업비를 송금했다.

심지어 H 주임은 이번 피싱 사건 전인 지난해 6월에도 위조도메인을 통해 핀란드 사칭AC가 보내온 위조인보이스를 받았지만 그때도 피싱 메일임을 인지하지 못했다.

담당 I 과장과 J 실장, K 본부장은 모두 H 주임이 작성한 KSC프로그램 1회차 사업비 지출결의서를 검토 후 결재했으나 자세히 살피지 않아 지휘 감독하는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샀다.

중소벤처기업부 세종 청사 (중기부 제공)

이외에도 중기부는 창진원에 해외송금 절차 매뉴얼이 부재하고 정보보안교육이 미흡했다는 점을 적발·지적했다.

창진원 회계규정에 따르면 지출담장자는 관련 부서 예산 통제자에 대한 정기적인 집행·관리 교육을 시행해야 하나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교육을 부실하게 운영했다.

또 이번 해외송금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송금 절차에 대한 매뉴얼도 구비하지 않고 있었다. 담당자에게 별도의 안내나 교육, 인수인계 절차 등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중기부는 이를 바탕으로 H 주임에 경징계를 요구하고 I 과장에게는 개인경고, J 실장과 K 본부장에게는 각각 개인주의를 내렸다.

해외송금 매뉴얼을 마련하지 않고 금융교육을 철저히 하지 않은 창진원에는 '기관경고'를 내리고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경찰에서 현재 사고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창진원의 피해액에 대한 변상 책임은 향후 수사 결과를 반영해 관련 규정에 따라 처리하라고 통보했다.

제재 수위가 낮다는 지적에 대해 중기부 감사관실은 "이번 감사를 엄격하게 실시했고, 과거 다른 기관에 내려진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으로 내려진 것은 아니다"며 "실무자의 직접적인 과실이 있다고 봐서 징계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감사에 따른 주문은 통보, 개인 경고, 기관 경고, 개인 주의, 기관 주의, 경징계, 중징계 순으로 수위가 높다. 그외 수사의뢰 등을 주문할 수도 있다.

창진원 관계자는 "(중기부가 주문한 대로) 내부 징계규정에 따라 담당 주임 H에 대한 경징계 등이 내려졌고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인지는 오픈할 수 없다"며 "정보보안교육과 해외송금 절차 매뉴얼 부분은 이미 지난해 바로 시정을 해서 전직원 대상 집합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관련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서 결과에 따라 기관에 책임이 있는지 등에 대한 판단이 나오게 되면 거기에 따라서 추가로 필요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minj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