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죽으면 회사 어찌 될지"…중견기업계, 상속세 개편없는 성장사다리 지적
정부, 기업 성장사다리 구축 방안…中企 세제 혜택 등 다수
중견기업계가 요구해 온 상속·증여세 개편 등은 없어
- 이정후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정부가 기업의 스케일업을 지원하는 '기업 성장사다리 구축 방안'을 발표했지만 중견기업계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정책 로드맵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정부의 직접 지원책이 부족하다고 느낀 중견기업계는 상속·증여세 개편 및 글로벌 진출 지원 정책 등 추가적인 정책 마련을 당부했다.
기획재정부 및 관계 부처는 지난 3일 '기업 성장사다리 구축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안에 초점을 두고 기업의 단계적 성장을 추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해당 대책에는 중소기업 기준을 넘어선 졸업 기업이 세제 혜택을 그대로 받을 수 있도록 유예 기간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코스피·코스닥 상장 중소기업에는 2년의 추가 유예 기간을 부여해 최대 7년간 세제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유망 중소기업 100개를 선정해 3년간 지원하는 '성장사다리 점프업 프로그램'(가칭)을 신설하고 전직 기업인과 민간 투자기관 등으로 구성된 네트워크 풀을 통해 스케일업 전략을 수립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 자금도 강화해 중소기업 전용 일반 채권담보부증권을 초기 중견기업까지 지원하는 '성장사다리 P-CBO'로 개편해 6000억 원을 공급, 소재·부품·장비 및 미래전략산업 등 첨단산업 분야 중소기업에는 5000억 원의 신규 보증을 실시한다.
이처럼 정책의 상당 부분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자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정책 방향에 동의하면서도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중견련은 "기업 성장사다리의 중요성을 환기한 측면에서 유의미하나, 중소기업의 성장 부담 완화에 과도하게 집중돼 중견기업을 포함한 기업 전반의 혁신과 도전을 촉진할 로드맵으로서는 다소 아쉽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견기업의 경쟁력을 직접적으로 강화하는 추가적인 정책 노력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중견련이 주요 정부 정책에 '매우 환영한다'는 입장을 낸 적은 많았지만 드러내놓고 '아쉽다,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서운함을 나타낸 것은 이례적이다.
물론 이번 대책이 중소기업 대상 대책으로만 구성된 것은 아니다.
정부는 중견기업도 차세대 모빌리티, 우주항공 등 신성장 산업 분야 혁신제품 시범구매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2026년까지 허용을 확대하고, 용역 또한 중소기업과 상생 협력 형태로 공공조달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또 중견기업의 고용촉진장려금은 연 최대 360만 원에서 중소기업 수준인 720만 원까지 확대하고 정부 R&D에 참여하는 초기 중견기업(매출액 3000억 원 이하)의 경우 현금 부담 비율을 중소기업 수준으로 완화하는 등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간 지원 차이를 줄이기로 했다.
이와 같은 지원 방안에 대해 중견기업계는 대기업 성장을 목표로 하는 입장에서 직접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평가하기에는 어렵다고 봤다. 중소기업보다 규모가 큰 중견기업을 위한 확실한 성장사다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중견기업계는 최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만나며 중견기업을 위한 정책 마련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상속·증여세 개편과 금융·인력·해외 진출 정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최진식 중견련 회장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우리나라의 상속세와 증여세를 OECD 평균인 15%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건의한 바 있다.
현재 우리나라 상속세의 최고세율은 OECD 국가 중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50% 수준이다. 증여세의 최고세율도 같은 수준이다.
지난달에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초청해 5개 부문 21개 정책 건의안을 전달했다. 해당 정책 건의안에는 △통계 시스템 고도화 △성장사다리 구축 △중견기업 구인난 해소 △투자 촉진 △장수기업 육성 등의 내용이 담겼다.
중견련 관계자는 이번 대책에 대해 "유망 중소기업을 늘려 초기 중견기업으로 키운다는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100% 동감한다"면서도 "정책 마련 과정에서 중견기업과 대기업을 위한 포괄적이고 직접적인 대책이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당인 국민의힘은 제22대 국회 1호 법안 중 하나로 대주주의 할증 과세를 폐지하는 상속세 개편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상속세율은 주요 선진국 사례를 감안해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기로 정부와 추가 협의할 예정이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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