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 병 걸린 中企에 '세제 혜택' 연장…업계 "기준 자체를 손봐야"
각종 혜택 감소로 성장 꺼리던 '피터팬' 중소기업 방지책
물가 뛰어 매출액 오른 건데…"中企 기준 빠르게 현실화해야"
- 김형준 기자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정부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경우 세제 혜택 제공 기간을 2년 더 연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업이 성장하면서 오히려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줄어들어 중소기업 '졸업'을 기피하는 일명 '피터팬 증후군'을 막기 위해서다.
중소기업계는 세제 혜택 제공 기간 연장은 반가운 일이지만 10년 동안 한 번도 바뀌지 않은 중소기업 범위기준 자체를 빠르게 손볼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3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중소기업에 적용되는 세제 혜택을 현행 3년에서 2년 더 연장해 총 5년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중소기업을 졸업한 후에도 조세특례, 연구개발(R&D), 투자세액공제, 고용세액공제 혜택을 2년 더 받을 수 있도록 특례 유지 기간을 연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중소기업들은 기업규모가 커질수록 정부의 지원은 줄고 조세 부담과 규제가 늘어 기업 성장에 따른 중견기업으로의 이행에 부담을 표해 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중소기업을 졸업한 국내 중견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의 77%가 중소기업 졸업 후 지원 축소와 규제 강화 등 정책 변화를 체감한다고 답했다.
해당 조사에서 응답 기업 10곳 중 3곳 이상은 중소기업으로서 누리는 정책 수혜를 위해 중소기업으로의 회귀를 생각해 본 적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일반 통합투자세액공제율의 경우 중소기업은 10%지만 중견기업은 5%, 대기업은 1%로 점차 낮아진다. 이번 조치로 중소기업으로서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중소기업계는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근 10년간 물가가 상승하고 경제 규모가 확대됐음에도 단 한 번도 조정하지 않았던 중소기업 범위기준 자체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중소기업기본법과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에 따른 중소기업 범위기준은 주된 업종의 3년 평균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다.
의복 제조업·1차 금속 제조업·전기장비 제조업·가구 제조업 등 6개 제조업은 평균 매출액 1500억 원 이하를 중소기업으로 규정한다. 숙박 및 음식점업·금융 및 보험업·부동산업 등은 평균 매출액 400억 원을 기준으로 삼는다.
중소기업 범위기준은 2015년 매출액 단일 기준으로 변경됐다. 이전까지는 상시 근로자 수나 자본금, 매출액 등으로 기준이 다양했지만 현재는 매출액만을 중소기업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매출액의 한계는 물가가 연동되지 않아 취약하다는 점"이라며 "그래서 시행령은 5년 단위로 (매출액 기준을) 조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그간 조정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는 중소기업 범위기준을 빨리 현실화해 주는 것이 맞지만 그렇게 되지 않아 세제 혜택 연장 등의 조치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 제3조의3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중소기업 적용 기준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5년마다 적정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도 마찬가지다. 최근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 10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의견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72.5%는 중소기업 범위기준을 상향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일각에서는 중소기업 범위기준 상향이 자칫 피터팬 증후군을 심화시킬 수 있어 조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11%가량은 매출액 기준을 높이면 계속해서 중소기업에 머무르려는 경향이 심화할 것으로 봤다.
다만 기업의 내실과 무관하게 물가 상승 등으로 매출액이 높아져 중소기업을 벗어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범위기준을 손볼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도 2025년 상반기까지 중소기업 범위기준을 개편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중기부 측은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중소기업 매출 기준을 최근 고물가, 산업 변화 등을 감안해 업종별 적정성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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