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분석한 식물 데이터, AI로 상용화"…재도약 나선 인포보스[퍼스트클럽]
LLM 적용해 식물 성분·타깃·경제성 평가까지 한 번에
신규 법인으로 사업화 추진…기존 법인은 연구 활동 지속
- 이정후 기자,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권현진 기자 = "10년 동안 분석한 식물 유전체 데이터를 인공지능(AI) 모델 기반으로 상용화할 겁니다. 거대언어모델(LLM)을 접목하면 검색 한 번으로 특정 질환에 효능이 있는 식물이 무엇인지 알 수 있죠."(손장혁 인포보스 공동대표)
인포보스는 식물의 유전체를 분석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기업이다. 지난 10년간 105종의 식물을 자체 분석해 174개 데이터를 확보했다. 올해 5월 기준 전 세계에 공개된 누적 2200여 종의 식물 유전체까지 더하면 단일 기준 가장 많은 2300여종의 식물 데이터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방대한 식물 유전체 DB를 구축한 인포보스는 최근 설립한 신규 법인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데이터 상용화에 나설 예정이다. LLM 모델을 적용해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이를 일반 기업에 제공해 의약품·식품·화장품 등으로 상품화가 이뤄지면 수익을 공유하는 모델이다. 자체 상품 개발에도 나선다. 이를 위해 이스라엘 등 해외 국가와 협력을 추진 중이다.
◇전 세계 식물만 36만여종…DB 구축해 신약 후보 발굴
일반적으로 식물에는 특정 질환에 효능이 있을 수 있는 천연 성분이 함유돼 있다. 상처 치료에 효과적인 병풀의 아시아티코사이드와 마데카소사이드가 대표적이다. 병풀과 같이 특정 질환에 대한 효능이 밝혀진 식물은 신약,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 상업적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이처럼 식물이 가진 성분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유전체 분석이 필수다. 유전체를 분석해야만 식물의 구성 성분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어떤 질병에 활용할 수 있을지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식물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학계에서는 지구상에 최소 35만 6000종의 식물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80만종이 넘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 때문에 식물의 유전체를 모두 분석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인포보스는 이와 같은 분석 활동을 하는 유일한 민간 기업이다. 대부분의 식물 유전체 분석은 각 국가의 연구기관이나 교수들이 연구 목적으로 수행하지만 이를 산업으로 활용하기 위해 DB를 구축하는 곳은 인포보스뿐이다.
지금까지 인포보스가 확보한 식물 유전체 데이터 중에는 그동안 의약품으로 활용되지 않았으나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새로운 식물도 있다.
박 대표는 "치주 질환 치료제는 옥수수 추출물을 많이 쓰는데 우리가 실험한 9개의 식물 중 5개에서 치주 질환에 효능이 있는 성분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옥수수 추출물을 활용한 기존 치료제가 특허 등록이 되어 있을 경우 신약 개발에 장벽이 있지만 인포보스가 발견한 5개의 식물 추출물을 활용하면 특허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
◇신규 법인으로 새출발…"AI 기반 상용화 작업 속도"
이처럼 수년간 식물 유전체 데이터 분석을 진행한 인포보스는 5월 설립한 신규 법인으로 제2의 도약을 꾀한다.
지금까지 연구에 집중했던 기존 법인 인포보스는 '프로젝트어스'로 사명을 변경하고 기존의 데이터 분석 업무를 지속한다. 새로 설립한 법인의 이름은 이전 사명을 그대로 계승해 '인포보스'로 출발한다. 두 회사 모두 대표는 손장혁, 박종선이지만 별도 법인이다.
신규 법인 인포보스는 프로젝트어스가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상용화에 나선다. 핵심사업은 인공지능 LLM을 활용한 전문 정보 서비스와 비용 및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제품화를 실현하는 인공지능 사업화 적용 서비스다.
현재 인포보스는 식물이 보유한 성분을 분석하는 '메타프리AI', 분석한 성분을 어떤 질환에 사용할지 표적화하는 '메타타겟', 해당 식물이 충분한 경제성을 가졌는지 살펴보는 '메타이브' 등 28개의 AI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현재 해당 모델은 각각 따로 존재하는데 이를 하나의 플랫폼 형식으로 통합하고 여기에 LLM 모델을 덧입혀 한 번의 검색만으로 '예측-타깃 설정-경제성 평가' 결과를 한 번에 제공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인포보스가 보유한 데이터 외에도 논문, 특허 정보 등의 전문 지식까지 통합한 결과를 제시할 예정이다.
손 대표는 "건강식품 제조사, 화장품 제조사, 제약 업체가 타깃 고객"이라며 "이들은 제품 개발 과정에서 특허에 가로막히는 어려움이 있는데, 특허 등록이 되어 있지 않고 개발하려는 신약과 비슷한 효능의 식물을 찾아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서비스는 올해 가을 출시를 목표로 한다.
◇타깃 고객사에 데이터 공개…해외 협력 통해 상품화까지
인포보스는 이와 같은 통합 서비스를 협업 희망 기업에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단, 모두에게 조건 없이 공개할 경우 지금까지 구축한 모든 DB의 정보가 노출되는 만큼 '비밀 유지 계약'(NDA)을 통해 이를 보호할 계획이다.
이는 식물 유전체를 활용한 새로운 상품이 개발돼 상품화에 성공할 경우 해당 수익에 대한 일정 부분을 나누는 사업 모델이다. 그동안 구축한 데이터를 본격적으로 사업화에 활용하겠다는 의지다.
인포보스가 보유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직접 상품 개발에도 나선다. 상품성이 있는 식물 유래 성분을 활용해 B2C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손 대표는 "현대인들의 불면증 개선을 위한 수면 관련 건강식품을 OEM 방식으로 개발해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당 사업을 위해 투자 유치도 추진할 계획이다.
글로벌 사업 확장도 동시에 추진한다. 최근 이스라엘의 여러 업체와 탈모 및 피부 질환에 효능이 있는 식물을 함께 연구하고 있다. 그중 한 기업은 중동 전통 의학에 기반해 실제 제품화까지 이뤘지만 그 기전을 명확히 밝히지 못해 이를 분석하고 있다. 약효가 작용하는 기전이 완벽하게 밝혀질 경우 사용처가 확장된 다양한 제품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손 대표는 "LLM을 활용해 실제로 돈을 만들어 내는 사업 모델은 많지 않다"며 "LLM을 10년간 쌓은 데이터와 연결해 사업화가 가능하다는 사례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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