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전용 T커머스 '급물살'에 기존 업계 벌써 '텃세'

"알리 테무 공습 거센데, 中企 전용 판로 반드시 필요"
기존 업계는 송출수수료 인상 우려…의견 충돌 불가피 전망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최근 중소기업·소상공인 전용 T커머스(텔레비전 커머스) 신설 논의가 본격화한 가운데 전용 플랫폼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중소기업계와 기존 TV 홈쇼핑·T커머스 운영 업계의 의견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소상공인들은 판로 확대의 기회로 여기고 있지만 기존 홈쇼핑·T커머스 업계는 경쟁 심화와 이에 따른 송출수수료 인상 가능성으로 신규 채널의 진입을 반기지 않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소상공인자생력높이기특별위원회'가 소상공인의 디지털 판로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전용 T커머스 채널 신설을 제안하며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T커머스는 TV 홈쇼핑과 달리 상품 수와 편성 시간에 제약이 없어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겐 최적의 판로 중 하나로 꼽힌다. 이에 중소기업·소상공인 업계는 수수료 부담을 줄인 전용 T커머스 채널 신설을 숙원 사업으로 여겨 왔다.

현재 T커머스 운영 사업자는 총 10곳으로 △SK스토아 △K쇼핑 △신세계TV쇼핑 △W쇼핑 △쇼핑엔티가 T커머스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GS샵 △롯데홈쇼핑 △NS홈쇼핑 △CJ온스타일 △현대홈쇼핑은 TV 홈쇼핑과 T커머스를 동시에 운영 중이다. TV 홈쇼핑 채널 중 중기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플랫폼인 공영홈쇼핑과 홈앤쇼핑은 T커머스 채널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T커머스 신설 여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지만, 기존 TV 홈쇼핑·T커머스 업계의 반발이 작지 않아 논의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기존 업계는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경쟁 채널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부담은 물론 채널 신설로 송출수수료가 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소기업 전용 T커머스 채널 신설을 반기지 않고 있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TV 홈쇼핑 7개 채널의 방송 매출액 대비 송출수수료 비중은 71%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채널이 추가로 들어오면 서로 좋은 번호에 들어가려고 경쟁을 하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12개 채널 송출수수료가 연쇄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한편 중소기업계는 판매 수수료를 낮춘 전용 플랫폼을 통해 판로 지원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현재 대기업이 운영하는 T커머스 사업자의 평균 판매 수수료는 28.6%로 중소기업 유통 채널인 홈앤쇼핑(19.5%)과 공영홈쇼핑(20.9%)보다 높은 수준이다.

수수료뿐만 아니라 TV 홈쇼핑보다 적은 양의 물량도 납품할 수 있어 특히 소기업과 소상공인 판로에 더욱 도움이 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입점 물량을 맞추려다 재고가 쌓이는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기존 업계들의 우려와는 반대로 중소기업 전용 T커머스가 신규 편성되면 침체한 홈쇼핑·T커머스 업계에서 이른바 '메기'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T커머스 시장이 침체해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며 "중소기업 전용 T커머스 채널 신설이 그런 변화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중소기업 전문 홈쇼핑인 공영홈쇼핑과 홈앤쇼핑이 T커머스 사업권을 따낼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중소기업계는 두 홈쇼핑 채널이 이미 중소기업·소상공인 판로 역할을 하고 있고 기술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유력한 신규 사업자로 거론하고 있다.

현재 홈앤쇼핑은 전체 판매 제품 중 81.2%를, 공영홈쇼핑은 100%를 중소기업 제품으로 편성하며 중소상공인의 판로 지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T커머스 사업은 영위하지 못해 그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다만 두 회사 측은 "아직 논의되거나 준비되고 있는 것은 없다"며 다소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j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