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투자하던 VC…반려동물 산업 육성 선봉장 됐다[퍼스트클럽]

국내 1호 반려동물 모태펀드 GP 선정된 쿼드벤처스
김정우 공동대표 "제약·바이오 시장 성장 가능성 커"

김정우 쿼드벤처스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5.1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이정후 박지혜 기자 = "동물 전용 의약품 회사인 조에티스의 시가 총액이 100조 원, 진단 장비를 판매하는 아이덱스가 50조 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시가총액 100조 원이 넘는 단일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밖에 없어요. 글로벌로 보면 산업이 정말 큰 거죠."

국내 1호 반려동물 전용 모태펀드 위탁 운용사로 선정된 쿼드벤처스의 김정우 공동대표는 "국내 반려동물 산업은 그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5조~6조 원 정도로 아직 작은 시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 반려동물 산업은 다른 산업과 비교해 모험자본의 유입이 아직은 더디다. 전문 기술로 창업에 뛰어든 기업 수도 타 업종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하지만 반려동물 산업은 성장 가능성이 큰 유망 산업으로 평가받는다. '개모차'가 유모차보다 많이 팔린다는 한 이커머스 기업의 최근 통계가 이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성장하는 반려동물 산업에 씨앗을 뿌리는 역할을 맡은 김정우 쿼드벤처스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차전지·자율주행 투자하던 쿼드벤처스…반려동물에 눈뜨다

"투자 섹터(분야)를 배제한 건 아니지만 회사 구성원들의 DNA상 주 투자 분야는 소재·부품·장비입니다. 자동차나 이차전지, 반도체 등이죠."

쿼드벤처스는 2019년 쿼드자산운용의 자회사로 설립됐다가 2021년 독립한 벤처캐피탈(VC)이다. 현재 약 6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그동안 투자했던 대표적인 기업들은 이차전지 관련 기업 에이프로(262260)와 엔켐(348370), 자율주행 자동차 관련 기업 퓨런티어(370090) 등이다.

해당 기업들은 코스닥 시장 일반청약 공모에서 1000대 1의 경쟁률을 훌쩍 넘기며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쿼드벤처스도 적지 않은 이익을 봤다.

이처럼 소재·부품·장비 분야 투자에서 두각을 나타낸 쿼드벤처스는 2~3년 전부터 반려동물 산업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일찍이 관련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본 것.

김 대표는 "지난 2~3년간 반려동물 산업 쪽의 여러 스타트업을 계속 만났다"며 "투자로 이어진 건 하나도 없다가 지난해 온힐이라는 회사에 처음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온힐은 반려동물 건강관리 서비스 '페톰스', 오프라인 반려동물용품 판매점' 온힐샵' 등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2022년 제약기업 HLB에 인수된 노터스(현 HLB바이오스텝)의 김도형 대표가 창업했다. 당시 쿼드벤처스를 비롯해 KB인베스트먼트, HB인베스트먼트 등이 200억 원을 투자했다.

19일 오전 경기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2024 메가주 일산에서 관람객과 함께 온 반려견이 신상 유모차에 앉아 있다. 2024.5.1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국내 1호 반려동물 모태펀드 GP로 선정

반려동물 산업에 대한 그의 관심은 올해 국내 최초로 만들어진 '반려동물 전용 모태펀드' 사업에 업무집행조합원(GP, 위탁운용사)으로 선정되면서 커졌다. 그동안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에 투자하며 스타트업을 키워왔다면 이제는 반려동물 산업을 육성하는 역할을 맡은 셈이다.

쿼드벤처스는 지난달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출자해 조성한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의 반려동물 계정 GP사로 선정됐다. 해당 펀드는 반려동물 특화 펀드로 △펫 푸드 △펫 헬스케어 △펫 서비스 △펫 테크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단독 GP로 선정된 쿼드벤처스는 총 100억 원(모태펀드 60억 원, 민간 40억 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하고 유망 기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25억 원의 펀드 결성액을 조달한 상황이다. 선정 이후 3개월 이내에 펀드를 결성해야 하는 쿼드벤처스로서는 남은 펀드 결성액을 채우기 위해 LP(유한책임조합원)를 유치해야 한다.

김 대표는 "반려동물 산업은 음식과 헬스케어가 시장의 8할"이라며 "펀드는 산업의 안테나 역할을 하므로 직접 진출을 망설이는 기업들이 투자자로 참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News1 DB

◇"제약·바이오 기업에 기회 있어"…해외에선 이미 거대 기업 나와

김 대표는 잠재적인 민간 투자자로 제약·바이오 기업을 예상했다. 가정에서 관리를 받는 반려동물들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만성 질환도 늘어나고 이에 따른 건강 관리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제약사가 반려동물 산업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자신들의 의약품을 동물 전용 의약품으로 리포지셔닝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해당 의약품의 라이선싱이 가능하기에 (제약사들이) 펀드 참여에 관심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물 전용 의약품은 인간 치료 목적의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필수로 거쳐야 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개발 장벽이 낮다. 반려동물 산업이 커지면 인간용 치료제들이 동물 전용으로 다시 출시될 수 있고, 역으로 인간 치료에 도움이 되는 유효 물질을 새롭게 발견할 수도 있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헬스케어 중심으로 반려동물 산업이 형성돼 있다. 제약기업 화이자에서 분사한 동물 전문 의약품업체 조에티스는 시가총액이 100조 원을 넘는다. 우리나라 시가총액 4위 기업인 현대차(53억 원)의 두 배 수준이다. 반려동물 진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 아이덱스의 시가총액도 약 60조 원에 이른다.

김 대표는 "2021년부터 조에티스의 매출 비중은 반려동물 시장이 50%를 넘기며 축산 시장을 역전했고 작년에는 60%를 넘어섰다"며 "반려동물 산업의 성장세는 이미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김정우 쿼드벤처스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5.1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성공적인 펀드 투자 선례 목표…"선순환 기대"

쿼드벤처스는 글로벌디지털혁신네트워크(GDIN)와 대한수의사회가 출범한 '반려동물 육성 협의회' IR 데이에 참석하며 유망 스타트업 발굴에 나선 상태다.

김 대표는 지난 24일 열린 IR 데이에 참석해 "우리나라 반려동물 산업은 초기 단계"라며 "글로벌로 진출해 GDP를 끌어올릴 수 있는 산업이 돼야 한다"고 응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반려동물이라는 신산업의 성장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된 쿼드벤처스의 목표는 이제 막 개화하기 시작한 산업에 성공적으로 투자한 VC로서 좋은 선례를 남기는 것이다.

김 대표는 "우리가 잘해서 결과가 좋으면 다른 금융사에서도 '반려동물이 성장 산업인데 여기 투자한 것을 보니까 내부수익률(IRR)이 높더라. 반도체보다 나쁘지 않다'라는 컨센서스가 형성될 수 있다"며 "그러면 시장에 자금도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도 생겨날 것이다. 우리가 첫 번째 스텝을 밟고 있는 것"이라며 포부를 나타냈다.

■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정리=이정후 기자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