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계도, 연말이면 끝난다…中企, 새 국회에 개정 요구 봇물

中企계 "납기 준수조차 어려워…근로 시간 체계 유연화해야"
'근로시간 단축' 강조하는 노동계…국회 응답은 '미지수'

저녁 퇴근길 무렵 기업들이 입주한 서울 시내 사무실에 불이 밝혀져 있다./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올 연말이면 근로자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제 적용 계도기간이 종료된다. 중소기업계는 '현장 애로'를 들어 근로 시간 유연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납기 준수조차 어렵고 인력 확보도 쉽지 않을 만큼 열악한 업계 현실 등을 이유로 주 52시간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동계와의 첨예한 의견 대립 등으로 차기 국회에서도 업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계는 주 52시간제를 준수하는 데 어려움을 표하며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근로 시간을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주 52시간제는 지난 2021년 7월부터 근로자 5인 이상의 소규모 사업장에서도 전면 시행됐다. 다만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올해 말까지 계도기간을 부여했다. 계도기간은 당초 지난해까지였지만 고용노동부는 이를 한 차례 연장했다.

중소기업계는 제조기업들을 중심으로 주 52시간제를 준수하면 수탁업체에 납기를 맞추기 어려워 영업에 차질이 생긴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자체 조사한 결과 수출 중소기업의 56%, 중소 제조업체의 28.3%가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수주 납기 준수에 애로를 느끼고 있다고 응답했다.

화장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장 모 대표는 "현재 요일제로 운영하며 주 52시간을 맞추고 있는데 해외 협력사로부터 납품이 왜 이렇게 늦냐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김포시 한 골판지 제조업체의 모습./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이달 말 제22대 국회 등원을 앞두고 차기 국회에서 노동 시간 유연화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주 단위의 근로 시간 체계를 확대해 기업과 근로자가 협의하에 합리적으로 근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기중앙회가 최근 중소기업 660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의견조사 결과 새 국회가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하는 중소기업 입법 과제로 38.9%의 응답자가 '주 52시간 적용 유연화 등 근로 시간 제도 개선'을 꼽았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주 단위의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월과 분기, 반기 또는 연 단위로 개선하고 사전인가인 특별연장근로 요건도 근로자가 동의하면 사후인가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근로기준법상 법정노동시간은 주 40시간이라며 주 52시간제를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정 시기에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할 필요가 있다면 현행법상 탄력근로시간제나 선택근로시간제를 활용하면 된다는 게 노동계의 설명이다.

올 초 한국노총은 "이번 계도기간 연장도 1년 시간을 벌어 그 기간에 노동 유연화를 추진해 결국 30인 미만 사업장에는 주 52시간제를 시행하지 않겠다는 의지"라고 비판했다.

주 52시간제 적용은 물론 주 4.5일 근로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야당이 총선 압승을 거두면서 차기 국회에서 중소기업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총선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거꾸로 가는 대한민국의 노동 시계를 바로잡겠다"며 "주 4.5일제를 시작으로 노동시간을 줄이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j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