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들이 '콕' 찍은 스타트업…VC 투자까지 이끌었다

서울대생 모여 만든 SNAAC…스타트업 육성하는 엑셀러레이터
VC 돌며 자금 유치…VC에는 초기 기업 연결 기회 제공

SNAAC 멤버 단체사진(SNAAC 제공)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지금까지 27개 팀의 성장을 도왔습니다. 그중에서 15개 팀이 후속 투자를 유치했어요. 새롭게 시드 라운드를 시작하는 곳들도 있어서 후속 투자는 계속 늘어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도움을 줬던 스타트업이 어떤 성과를 달성했는지 묻자 박주호(서울대 자율전공학부 4학년) SNAAC 대표의 눈이 빛났다.

언뜻 보면 평범한 액셀러레이터(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창업기획자)가 하는 말 같지만 SNAAC에는 조금 특별한 이야기가 숨어있다.

훗날 스타트업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꿈을 펼치고 싶다는 SNAAC 멤버들을 서울대학교 캠퍼스에서 만났다.

◇11명 전공 모두 달라도 "스타트업 도울래요"

지난 2022년 출범한 SNAAC은 서울대학교 재학생들로만 구성된 학내 스타트업이다. 정식 창업기획자는 아니지만 서울대 내에서 결성된 초기 스타트업에 다양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11명으로 구성된 팀원들의 전공은 △자율전공학부 △철학과 △전기정보공학부 △화학생물공학부 △통계학과 등 다채롭다. 1학년부터 4학년까지 다양한 배경을 가진 멤버들은 공부와 SNAAC 활동을 병행하는 중이다.

이들이 서울대 내 스타트업 지원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박주호 대표는 "SNAAC을 설립한 선배들은 창업에 진심이었다"며 "창업자 입장에서 본인들이 느끼는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SNAAC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SNAAC의 초기 설립자들 다수가 스타트업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선배들이 SNAAC을 시작하면서 가졌던 창업에 대한 진심은 현재 운영진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옆에서 돕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오송우(서울대 철학과 4학년) SNAAC 프로그램팀장은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고 싶어서 철학과에 갔는데 '도구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더라. 스스로 생각하던 방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고민하다가 (세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으로) 액셀러레이터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5일 열린 'NAACst STEP' 5기 발대식(SNAAC 제공)

◇스타트업 경험 살려 프로그램 마련…"지원 경쟁률 12:1"

SNAAC은 자신들을 '서울대학교 벤처투자학회'라는 이름으로도 소개했다. 재학생들로 이뤄진 만큼 대표를 포함한 운영진이 1년마다 바뀌고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자체 스터디를 진행하는 등 기존 액셀러레이터와 차별화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액셀러레이터와 비교해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지만 구성원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창업을 경험했거나 스타트업에 몸담았던 경험이 있다. 운영진을 선발할 때 벤처 투자나 스타트업 경험이 있는 인재를 우선 선발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주호 대표는 SNAAC에 합류하기 전 줄기세포 화상패치를 만드는 스타트업을 공동 창업했고 이후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에서 근무했다. 오송우 팀장은 벤처투자회사인 서울대기술지주회사에서 현재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이처럼 관련 경험을 지닌 SNAAC이 학내 스타트업에 제공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NAACst STEP'.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초기 스타트업의 방향성을 함께 고민하고 파트너 벤처캐피탈(VC)과 함께 네트워킹 행사, 데모데이 등을 진행한다.

NAACst STEP에 참여를 희망하는 스타트업은 △투자 유치 경험 0회 △서울대 구성원(재학생, 졸업생, 대학원생, 교직원 등)을 1명 이상 포함한 팀 △NAACst STEP의 8주 프로그램에 필수 참여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최근 마감한 5기 모집에는 72곳의 스타트업이 몰려 12: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7일 박주호 SNAAC 대표가 인터뷰 질문을 받고 대답하고 있다. ⓒ News1 이정후 기자

◇VC 돌며 자금 모집…파트너 VC는 스타트업 투자 기회 찾아

액셀러레이터는 초기 스타트업의 육성과 보육에 집중하면서 이들이 운영 자금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지분 투자도 병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SNAAC은 데모데이를 통해 1등과 2등 스타트업에 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지분 투자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수상 스타트업은 지분 희석 우려가 없다.

하지만 대학생들로 구성된 SNAAC에게 상금 마련은 큰 부담이다. 이를 위해 SNAAC은 매년 VC를 찾아가 자신들의 사업을 소개하고 운영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그 규모는 1억~2억 원에 달한다.

직접 발로 뛰면서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두나무앤파트너스 △DSC인베스트먼트(241520)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뮤렉스파트너스 △CJ인베스트먼트 등 6곳을 파트너 VC로 확보했다.

박 대표는 "해마다 새로운 VC를 찾아가 우리 사업을 소개하고 펀드레이징(자금 모집)을 한다"며 "SNAAC만이 가진 장점을 어필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SNAAC이 강조하는 자신들의 강점은 뛰어난 학생 스타트업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 실제로 지난해까지 발굴한 스타트업 27곳 중 15곳은 파트너 VC로부터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 달파, 옵티마이저AI, 메타파머스, 릴리브에이아이 등이 대표적이다. VC 입장에서는 '숨은 진주'와 같은 초기 스타트업을 SNAAC을 통해 발굴하는 셈이다.

7일 SNAAC 운영진들이 프로그램 회의를 하고 있다. ⓒ News1 이정후 기자

◇"나중에는 창업자로 SNAAC 프로그램 참여할래요"

SNAAC은 'Fastest Pit Stop'이라는 슬로건으로 스타트업 지원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자신들이 지원하는 스타트업이 자신들의 힘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대한 빠르게 지원하고 물러나겠다는 뜻이다.

'피트 스톱'(Pit Stop)은 모터스포츠 경기에서 짧은 시간 안에 경주용 자동차를 정비하는 곳을 말한다. 스타트업의 위험 요소를 최대한 빨리 진단하고 개선하겠다는 포부를 슬로건에 담았다.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SNAAC을 통해 실현 중인 멤버들은 훗날 스타트업 및 벤처 투자 업계에서 종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재우(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3학년) 브랜드팀장은 "SNAAC을 통해 창업 생태계를 더욱 사랑하게 됐다"며 "스타트업을 통해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더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환(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3학년) 커뮤니티팀 파트너는 "많은 스타트업 대표를 만나면서 창업자로서의 마음 가짐과 투자자로서의 시각을 배우는 것 같다"며 "나중에는 SNAAC 운영진이 아닌 창업자로서 우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