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주목하는 벤처투자 시장…"IT서비스 투자 집중 낮춘다"

지난해 ICT서비스 투자 1조4595억원…전년 比 40%↓
투자 혹한기에도 소재·부품·장비 투자는 '쑥쑥' 증가

제12회 대구국제로봇산업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자율주행 배송로봇 스타트업 '모빈'이 한국도로공사와도 협업해 개발한 고속도로 통제용 신호수로봇 시연을 관람하고 있다. /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ICT서비스' 분야를 향한 벤처투자가 예전 같지 않은 분위기다. 여전히 가장 많은 자금이 집중되며 '투자 업종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ICT서비스 산업을 바라보는 벤처투자 업계의 변화가 감지된다.

23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ICT서비스 분야의 신규 투자 금액은 1조4595억 원을 기록해 가장 많은 투자가 일어났다. 다만 직전 연도에 2조3518억 원이 투자된 것과 비교하면 8923억 원이 줄어 모든 산업군 중에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ICT서비스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시장에 자금이 대거 풀리면서 투자가 집중된 분야다. 당시 급속도로 투자금이 몰리며 줄곧 1위를 지켜오던 바이오·의료 분야도 앞섰다.

ICT서비스에 대한 투자는 △2018년 7468억 원 △2019년 1조446억 원 △2020년 1조764억 원으로 몸을 불리더니 2021년 2조4283억 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21년 기록한 투자 금액은 당시 전체 벤처투자 자금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처럼 급성장하던 ICT서비스 분야는 지난해 투자 시장 전체가 얼어붙으면서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2023년 벤처투자 업종별 신규투자 현황(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제공)

반면 똑같은 투자 혹한기 속에서도 소재·부품·장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활발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하는 ICT제조는 △2018년 1489억 원 △2019년 1493억 원 △2020년 1870억 원 등 줄곧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기록하다가 2021년 3523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2022년에는 2987억 원으로 다소 감소했으나 투자 시장이 위축된 지난해에는 4012억 원을 기록하며 오히려 최근 6년간 가장 큰 투자가 이뤄졌다.

전기·기계·장비 분야도 마찬가지다. 2018년 2990억 원이던 투자 규모는 2021년 5172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6239억 원을 기록했다.

화학·소재 분야 역시 2020년부터 투자 규모가 꾸준히 늘어 당시 1765억 원에서 지난해 3375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와 같은 소재·부품·장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증가는 △인공지능 △로봇 △시스템반도체 등으로 대표되는 딥테크에 대한 관심 증가 때문이다.

벤처캐피탈 업계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핵심 원천 기술을 중심으로 한 소부장 스타트업으로 올해 투자가 집중될 것을 전망했다.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ICT서비스는 과거 아이디어 하나로 유니콘까지 성장한 사례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혁신을 이끌 아이템이 얼마나 더 있을지 미지수"라며 "기술 차별화를 이끌 수 있는 딥테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IT 플랫폼 기업 위주로 투자하다가 최근 소부장 분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또 다른 벤처캐피탈 관계자 A씨는 "IT 플랫폼 기업들은 사세를 확장하기 위해 적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고금리가 지속된다면 리스크가 낮은 딥테크 스타트업이 투자하기에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ICT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한풀 꺾인 모습이지만 전체 벤처투자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해서 상위권을 차지할 전망이다.

A씨는 "소부장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고 해서 ICT서비스 분야를 전혀 안 보는 것은 아니다. 첨단 제조와 비교하면 기대 수익률은 여전히 ICT서비스가 크기 때문이다"라며 "딥테크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투자를 검토할 수 있는 기업은 아직 10분의 1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