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비싸더라" 빌트인 '눈탱이' 1등 한샘…리바트·에넥스도 '나눠먹기'

[가구 카르텔③]낙찰 건수마저 22건씩 동일…치밀한 짬짜미
싱크대 등 빌트인 특판 가구 비용, 아파트 분양 원가에 포함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한샘(009240)이 종속회사 한샘넥서스까지 포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빌트인 특판가구 입찰 담합' 조사에서 가장 많은 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7일 공정위가 발표한 '특판가구 구매입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샘(22건)과 한샘넥서스(11건)가 가장 많은 담합 행위로 적발됐다. 공정위 조사는 31개 가구 제조·판매업체들(가구업체들)이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약 10년간 24개 건설사가 발주한 총 738건에 대해 이뤄졌다.

조사에서 한샘과 현대리바트(079430), 에넥스(011090)는 각각 22건의 담합 사실이 드러났고 넵스 21건, 넥시스 16건, 한샘넥서스 11건, 에몬스가구 10건, 우아미 13건, 리버스 10건, 선앤엘인테리어 9건, 파블로 7건, 위다스 7건 등이었다.

한샘은 종속회사 담합건수까지 합산했을 때 가장 많은 담합 부정을 저질렀다.

이는 한샘의 실적에서도 일부 확인된다.

한샘의 지난해 B2B(건설사 특판·자재판매 등) 부문 매출은 8468억 원으로 전년(7286억 원) 대비 16.22%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B2B 차지 비중은 36.4%에서 43.1%로 6.7%p(포인트) 늘었다.

담합을 한 타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현대리바트는 한샘 대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전년대비 증가율은 높았다. 현대리바트의 빌트인 가구 매출도 3680억 원으로 전년(2564억 원) 대비 43.52% 늘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 비중은 17.5%에서 23.7%로 6.2%p 상승했다.

공정위는 한샘에 가장 많은 과징금 211억 5000만 원을 부과했다. 뒤이어 현대리바트가 192억 2200만 원, 에넥스가 173억 9600만 원의 과징금을 받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업계 톱3 한샘과 리바트, 에넥스의 담합 적발 건수가 22건으로 동일하다는 점이다. 낙찰 횟수까지도 서로 나눠먹기식으로 담합한 정황도 의심된다.

실제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입찰이 예상되는 여러 현장을 묶어서 한꺼번에 낙찰순번을 정하거나 개별 입찰건별로 낙찰예정자를 정하기도 했다.

합의된 낙찰예정사가 견적을 작성해 들러리사에게 이메일 등을 통해 전달하면 들러리사는 수령한 견적가격을 그대로 내거나 더 올려서 투찰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실행하였다. 들러리사가 견적서 금액을 조정하는 행위를 ‘흔들다’라는 용어로 사용해 왔다.

빌트인 특판가구는 싱크대와 붙박이장 등 신축 아파트에 설치되는 가구로, 분양 원가에 비용으로 포함된다. 입찰을 통해 가장 저렴하게 가격을 써내면 납품업체로 선정되는 데 이때 가구기업 간의 담합을 통해 높은 가격을 써내 입찰제도를 무력화한 것으로 적발됐다.

통상 특판가구 입찰은 △입찰안내 △현장설명회 개최 △견적서 투찰 △낙찰업체 선정 순으로 이뤄진다. 가구기업들은 현장설명회 전후로 모여 시공입찰에 낙찰받을 순번을 사전에 합의해 왔으며 낙찰예정사는 타 가구사들에 전화나 이메일, 모바일메신저 등으로 자사의 입찰가격과 견적서를 공유하고 타사는 낙찰업체보다 높은 가격으로 투찰해 예정사가 최저가로 낙찰되게 했다.

이번에 적발된 한 업체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에서 모두 인정하고 성실하게 조사받았다"며 "신축 아파트 특판가구 빌트인 사업은 거의 마진이 남지 않는데, 사업 지속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인정했다.

j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