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 90조 쏟아붓는 日…'기회의 땅' 공략하는 韓
국내 스타트업 39% "일본 시장 진출했거나 고려 중"
중기부, 도쿄에 KSC 개소하며 국내 스타트업 지원
- 이정후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일본 정부가 스타트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국내 스타트업에도 일본 진출 기회가 열리고 있다. 일본의 디지털 전환 추진과 한일 관계 개선 분위기가 맞물리면서 양국의 스타트업 교류도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은 2022년 말 '스타트업 육성 5개년 계획'을 발표해 추진하고 있다. 2027년까지 자국 스타트업 10만개 설립, 10조 엔(약 89조 원) 규모 투자, 유니콘 100개 육성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본 정부의 스타트업 육성 정책으로 일본 산업 곳곳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 스타트업도 성장 기회를 찾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의 일본 현지 법인 증가세를 파악한 통계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관련 분위기가 최근 뚜렷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간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3'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의 39%는 일본 시장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동남아시아(56.5%)와 북미(51.9%)에 이은 세 번째 순위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경제 선진국으로서 비즈니스 여건이 마련된 시장이라 디지털 전환이 속도를 낸다면 폭발적인 수요가 전망되는 곳"이라며 "물리적으로 가깝고 문화가 비슷해 국내 스타트업이 진출하기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 스타트업과 일본 시장의 교류가 단절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디지털 전환이 더뎠던 일본 시장에서 기술 중심의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수요가 적었고 이에 따라 진출도 미진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최근 국내 스타트업은 일본에서 사업을 전개하면서 성과를 올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올인원 AI 메신저 '채널톡'을 운영하는 채널코퍼레이션은 2018년 일본에 진출했다. 현재는 매출의 25% 이상이 일본에서 발생할 만큼 주요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현지 브랜드들과 협업해 1만 6000여 개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한 상태다.
미용의료 플랫폼 '강남언니'를 운영하는 힐링페이퍼는 2020년 말 일본 현지에 법인을 세우고 서비스를 출시했다. 일본 사업 2년 만인 지난해 6월 기준 한일 통합 이용자 규모는 이전보다 60배 증가했다. 확보한 전체 병원의 37.5%에 해당하는 1200곳은 일본 현지 병원이다.
일본에서 사업을 펼치면서 일본 시장과 국내 스타트업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곳도 있다. 원티드랩(376980)의 일본 자회사 원티드재팬은 채용 플랫폼 운영과 동시에 국내 스타트업의 일본 정착을 위한 브리지인재(양국 이해도가 높은 인재) 채용을 지원하고 있다.
민간 단체에서의 교류 역시 활발하다. 한상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은 이달 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 스타트업 협력포럼'의 기조연설자로 나서 협력과 교류를 강조하기도 했다. 해당 행사는 양국 재계가 공동 조성한 한일미래파트너십 사업의 일환으로 열렸다.
스타트업의 자발적인 일본 진출과 민간 단체 간 협력이 이어지면서 우리나라 정부도 힘을 싣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5월 일본 도쿄에 13번째 코리아스타트업센터를 개소할 예정이다. 해당 센터는 거점형으로 운영되며 현지 진출 스타트업을 지원할 전망이다. 또 중기부 산하기관인 한국벤처투자와 일본의 투자기관들은 벤처·스타트업 공동 펀드 조성을 협의하고 있다.
일본 벤처캐피탈 글로벌브레인의 이경훈 한국 대표는 "한국과 일본의 스타트업 관련 행사가 2~3년 전보다 굉장히 많이 늘었다"며 "일본 정부도 양질의 해외 인력을 유치하려 해 한국 스타트업에 긍정적인 전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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