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팬덤 구축'vs'침대는 과학' 시몬스·에이스 엇갈린 전략…승자는?

과감한 투자로 대리점→직영점 전환 시몬스…젊은층 집중 공략
에이스침대는 수익성 우선…'침대=과학' 복고 마케팅 강화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시몬스가 1992년 창립 이래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에이스침대(003800)를 제친 것과 관련 서로 다른 경영·마케팅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시몬스는 직영점(시몬스맨션·시몬스갤러리) 강화와 'MZ 팬덤'을 구축하는 브랜딩 전략으로 젊은층 공략에 집중하는 반면, 에이스침대는 '침대는 과학'이라는 광고문구를 다시 꺼내 들며 복고감성을 자극하고 나서 앞으로 누가 승자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시몬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0% 증가한 3138억 원으로 3064억 원(전년 대비 11.5% 감소)을 기록한 에이스침대를 74억 원 차로 앞서며 역전했다. 시몬스 창립 이후 32년 만, 1963년 에이스침대 창사 이후 61년 만에 침대업계 매출 1위 자리가 바뀌었다.

반면 수익성 면에서는 에이스침대가 계속 앞서고 있다. 에이스침대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57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7% 감소했음에도 시몬스의 319억 원(전년 대비 170% 증가)보다 251억 원이 높았다.

양사의 10여 년간 매출·영업이익 추이를 보면 시몬스는 수익성을 희생하면서 외형 성장에 역점을 두고 있지만, 에이스는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면서 매출 증대를 꾀하려는 경향이 도출된다.

시몬스 침대,시몬스 갤러리 대전둔산점(시몬스 제공) 2024.4.1 ⓒ News1 김민석 기자

시몬스는 2019년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한 후 에이스 침대를 바짝 쫓았다. 업계는 매출 역전 배경으로 시몬스의 '유통망 혁신'과 '브랜드 마케팅'을 꼽는다.

시몬스는 5년 전인 2019년 소비 트렌드와 소비자 요구를 현장에서 기민하게 파악하기 위해 D2C 체제를 도입했다. 시몬스는 프리미엄 상권으로 매장을 재배치하기 위해 '시몬스 맨션'으로 전환했다. 이 과정서 기존 250여 개 매장을 144개(N32 포함) 수준으로 줄였다.

시몬스 맨션은 인테리어·진열제품·홍보 등 관련 제반 비용 모두를 본사가 지원하고 점주는 판매 수수료를 받는 매장이다.

2022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시몬스 침대 제공) 2022.2.24/뉴스1

여기에 MZ세대와 접점을 극대화하는 팬덤 구축 전략을 전개했다. 새롭고 '힙' 한 것에 반응하는 MZ 취향을 저격하기 위해 핫플레이스에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와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등을 열고 2019년엔 '침대 없는 침대 광고'를 선보였다.

현재도 오프라인 매장 공간 구성과 문화 콘텐츠 등으로 MZ세대를 겨냥한 브랜딩 마케팅을 지속하고 있다. '혼수 침대는 시몬스'라는 문구를 앞세워 프리미엄 입지를 굳히면서 최근 중장년까지 수요층을 확대하고 있다. 시몬스의 최상위 라인이자 프리미엄 컬렉션(2016년 출시·객단가 1000만 원 이상)인 뷰티레스트 블랙(Beautyrest Black)도 올해 들어 월평균 300개씩 판매 중이다.

에이스침대 프리미엄 체험형 매장 '에이스스퀘어 경주점'(에이스침대 제공) 2024.4.4/뉴스1 ⓒ News1 김민석 기자

◇배우 박보검 앞세워 꺼내든 '침대=과학'…향후 구도 변화 주목

에이스침대는 기존의 대리점 체제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는 경영 전략을 펼쳐왔다.

현재 에이스침대의 오프라인 매장은 총 206개(대리점 133개·백화점 73개 등)로 과반이 대리점이다. 대형 프리미엄 체험매장 '에이스스퀘어'(47개)도 대리점으로 운영 중이다.

이를 기반으로 에이스침대의 영업이익은 시몬스 대비 적게는 150억 원에서 많게는 500억 원 높은 선을 기록해 왔다.

에이스침대도 브랜드 프리미엄화와 '객단가' 상승을 위해 에이스스퀘어와 백화점 매장을 잇따라 출점하고 최고가 매트리스 라인인 '에이스 헤리츠' '로얄 에이스'에 힘을 싣고 있다.

배우 박보검과 에이스침대 '침대=과학' 메시지(에이스침대 제공) 2024.4.4/뉴스1 ⓒ News1 김민석 기자

창립 60주년을 맞은 지난해 배우 박보검을 전속모델로 내세우면서 '침대=과학' 광고 문구를 30년 만에 다시 꺼내들었다.

1993년 선보인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라는 카피는 침대가 인체공학을 접목한 과학적 제품이라는 점을 소비자에게 각인시킨 시초라는 게 회사의 생각이다.

에이스침대는 '침대는 과학' 메시지로 1993년 당시 광고를 기억하는 중장년층에게는 추억을 선사하고 젊은 소비자들에게는 신선한 느낌의 브랜드 유산을 전달한다는 목표다. 지난 달엔 신규 디지털 콘텐츠 '침대는 왜 과학일까?' 후속 영상 4편을 공개했다.

업계는 그간 달랐던 양사의 경영 전략과 30년 전 복고적 광고 메시지 영향 등으로 에이스침대의 주 소비자층은 장년층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침대는 왜 과학일까 후속영상 4편 이미지(에이스침대 제공) 2024.4.4/뉴스1 ⓒ News1 김민석 기자

한편 △한샘(009240) 포시즌 △코웨이(021240) 비렉스 △현대백화점(069960) 지누스(013890) △신세계까사 마테라소 △퍼시스(016800) 일룸 등에 외국계 △템퍼와 씰리까지 침대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건 형제 기업이 공유하는 고민이다. 업계는 과거 국내시장 50~60% 차지한 에이스·시몬스의 합산 점유율이 최근 20~30%까지 내려온 것으로 추정한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업체가 경쟁적으로 슬립테크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관련 산업이 가파르게 성장 중이기 때문"이라며 "밀려든 업무와 스트레스로 숙면을 원하는 이들이 초고가 매트리스에 지갑을 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 국내 시장에서의 프리미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ideae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