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공룡 사이에서 9년 버텼네요"…첫 '월간 흑자'로 전환점 맞은 '잔디'

김대현 토스랩 대표 "흑자 전환 뜻깊어…성장 기반 마련"
올해 3분기 AI 도입해 베타 서비스…해외 진출도 지속

김대현 토스랩 대표/=뉴스1 이정후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살아남았다는 표현이 적절하겠네요."

협업 툴 서비스 '잔디'를 운영하는 토스랩의 김대현 대표는 2015년 첫 서비스 출시 이후 지금까지 적자를 기록했던 과거를 회상하며 덤덤하게 말했다.

그의 표현대로 IT업계에서 살아남은 토스랩은 9년간의 적자를 끊어내고 올해 1월 '첫 월간 흑자'를 달성했다. 전체 계약 중 연간 계약이 80%에 달해 지속적인 흑자 발생의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네이버·카카오·NHN 등 국내 굴지의 IT대기업부터 글로벌 기업까지 진출해 있는 협업 툴 시장에 새로운 첫발을 내디딘 토스랩의 김대현 대표는 "의도한 적자를 마치고 계획대로 흑자 전환에 성공해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2월·3월에도 이어진 흑자…"연간 흑자까지 간다"

잔디는 기업의 구성원들이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협업 툴이다. 메신저 기능을 기반으로 △일정 공유 △파일 공유 △화상 회의 △드라이브 기능 등을 제공한다. 2015년 출시해 지난해 7월 기준 총 37만 팀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협업 툴 시장은 국내외 기업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네이버의 '네이버웍스', 카카오의 '카카오워크', NHN의 '두레이' 등 국내 IT기업부터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 슬랙테크놀로지의 '슬랙' 등 글로벌 기업까지 뛰어들었다. 경쟁 심화에 국내 스타트업 협업 툴 '콜라비'는 지난해 서비스를 종료하기도 했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달성한 잔디의 첫 월간 흑자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올해 1월에 달성한 흑자 기록은 2월, 3월에도 계속됐다. 김 대표는 "월간 흑자가 분기 흑자, 연간 흑자로 이어질 것을 예측한다"고 말했다.

긴 시간 적자를 버틸 수 있었던 데는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투자자들이 있었다. 토스랩에 투자한 벤처캐피탈(VC)은 △소프트뱅크벤처스 △퀄컴벤처스 △SBI인베스트먼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등으로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285억 원이다.

김 대표는 "VC들은 투자자 네트워크와 인력 채용 등에서 도움을 줬다"며 "흑자를 기록하고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에 대해 다 같이 고무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잔디 1월 사상 첫 흑자 달성, 유료 고객사 5,000개 돌파(토스랩 제공)

◇9년간의 적자에도 "협업 툴 시장 성장 확신했다"

창업 이후 줄곧 적자를 기록했던 때가 어둡고 긴 터널 같지는 않았을까. 김 대표는 협업 툴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적자를 감수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늘린 뒤에는 흑자 전환을 추진했다.

김 대표는 "어느 순간 스타트업으로 흘러들어오는 자금이 줄면서 추가 투자 유치가 어려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그때부터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돌입했다. 그게 3년 전이다"라고 설명했다.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확산한 코로나19는 잔디가 기업 곳곳에 깔리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 비대면 근무가 늘어나면서 협업 툴에 대한 기업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가 가는 길 중에 발생한 하나의 사건이었을 뿐"이라며 "때마침 팬데믹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엔데믹이 이뤄지고 대면 근무가 다시 일상이 된 요즘, '협업 툴 시장의 성장이 둔화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김 대표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팬데믹, 엔데믹과 관계없이 많은 기업 시스템은 지금의 빠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 현장에서 요구하는 업그레이드가 늘 발생하는데 이는 협업 툴이 해결할 수 있다"며 "한번 경험한 협업 툴의 편의성은 이용자들의 재사용률로 증명되고 있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토스랩의 지난해 매출액은 2019년 대비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유료 고객사는 5000개가 넘었다.

26일 서울 강남구 스파크플러스 코엑스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대현 토스랩 대표(토스랩 제공)

◇고도화 위해 AI 도입 검토…해외 진출 확장도 지속

수많은 경쟁사 사이에서 토스랩이 살아남을 수 있던 배경으로 김 대표는 'B2B 고객 집중'을 꼽았다. IT 대기업의 주력 서비스는 B2C가 많아 캐니벌라이제이션(신제품이 기존 제품을 잠식하는 현상)을 고려해야 하지만 스타트업은 온전히 B2B에 집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창업 당시 가졌던 '업무 효율성 개선'이라는 그의 사업 목표는 현재 진행 중이다. 많은 기업이 겪는 파편적인 일정 공유, 비효율적인 데이터 공유, 사생활과 구분되지 않는 메신저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올해 3분기 내로 인공지능(AI)을 도입한 기술 고도화를 추진한다. 토스랩의 사업 목표인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AI 도입 방향은 자체 개발보다 외부 기업과의 협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미 여러 AI 기업과 만나 논의를 진행 중이다.

현재 진출해 있는 대만과 일본을 중심으로 사업을 강화하고 다른 국가로도 진출을 확장할 계획이다. 타깃 국가는 IT 전환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 동남아시아와 아랍에미리트(UAE)다.

김 대표는 "업무 방식이 진화함에 따라 이용자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다"며 "협업 툴이 가진 강력한 기능들로 많은 업무 영역에서 효율을 추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