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웰니스 전성시대…헬스케어 스타트업 '훈풍'

비비드헬스, 비만 치료 커뮤니티 플랫폼 '삐약' 운영
가지랩, 개인 데이터 통해 건강 관리·유지 정보 제공

정주연 카카오벤처스 선임심사역(카카오벤처스 제공)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위고비, 삭센다 등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헬스케어 스타트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이들은 비만 치료가 늘어나면서 열리는 건강 관리·유지 등 부가적인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카카오벤처스는 20일 자사가 투자한 헬스케어 스타트업 '비비드헬스'와 '가지랩'를 소개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비비드헬스는 비만 치료제 사용자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 '삐약'을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가지랩은 개인 건강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맞춤형 솔루션과 상품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정주연 카카오벤처스 선임심사역은 "2019년 미국 내 청구 건수가 23만 건에 불과했던 GLP-1 치료제는 2022년 500만 건으로 급격하게 늘었다"며 "2030년에는 글로벌 100조 원을 바라보는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GLP-1 치료제가 비만뿐만 아니라 심혈관 질환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최근 미국 FDA는 위고비를 비만 환자의 심장 질환 발생을 낮추는 최초의 약물로 승인했다"며 "이는 전통적인 다이어트 산업의 타격을 의미하고 스타트업에는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열리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예슬 비비드헬스 대표이사(카카오벤처스 제공)

◇부작용·복용량·복용 후 관리 정보…'삐약'으로 모여라

카카오벤처스가 지난달 시드투자한 비비드헬스는 비만 치료제 관리 플랫폼 '삐약'을 개발 중이다. 올해 4월 안드로이드 버전의 애플리케이션(앱) 출시를 앞두고 있다.

천예슬 비비드헬스 대표는 "위고비 등장 이후 비만약 치료제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치료제를 사용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부작용, 복용량 조절, 복용 이후 유지·관리에 대해 고민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창업 계기를 밝혔다.

비비드헬스가 개발하고 있는 삐약은 비만 치료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이용자들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실제 이용자들의 후기를 비교할 수 있도록 제공할 계획이다.

비만 치료제 이용 후기뿐만 아니라 비만과 관련된 정보도 제공한다. 이용자가 자신의 체중 등을 입력하면 이를 바탕으로 전문가 상담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비비드헬스는 앱 출시를 앞두고 데이터 구축을 위해 실제 이용 후기 200건을 확보했다. 이후에는 이용자들의 병원·약국 처방 데이터를 연계해 전체적인 규모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비만 질환 고관여층이 모이는 커뮤니티 플랫폼인 만큼 주요 사업 모델은 병·의원이 자신들의 의료 프로그램을 홍보할 수 있는 배너 광고다. 비만 치료제의 경우 직접 광고가 불가능한 전문 의약품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관련 캠페인 등을 전개할 예정이다.

천 대표는 "시장 조사를 하면서 사람들이 자신과 비슷한 감량 방법이나 관리 비법을 알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삐약을 통해 서로의 기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영인 가지랩 대표이사(카카오벤처스 제공)

◇가지랩, 개인 건강 진단 데이터로 맞춤형 솔루션 제공

카카오벤처스가 투자한 또 다른 헬스케어 스타트업 가지랩은 '웰니스'라는 넓은 개념을 바탕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비만에서 더 나아가 전체적인 건강 관리에 방점을 두고 개인에게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한다.

김영인 가지랩 대표는 "질병은 병원에서 진단받으면 되지만 웰니스 영역은 건강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이와 같은 상황에서 건강기능식품과 과대광고가 난립하는 상황"이라고 웰니스 시장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가지랩은 현재 웹 기반 홈페이지를 통해 자가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의 자가 진단 결과는 생성형 AI를 통해 이용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서 해석한다. 현재 주제별 특화 진단으로 현재 5만 건의 진단 데이터를 확보했다.

건강 정보에 관심이 많은 이용자 위해 관련 콘텐츠도 자체 생산하고 있다. 500건의 누적 콘텐츠가 인터넷에 노출되면서 이용자 유입 수치는 2023년 5월 2200건에서 올해 1월 8500건으로 늘었다.

개인 진단 정보에 근거한 건강기능식품 추천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플랫폼 및 이커머스 기업들과 협업을 추진 중이다. 향후 개인 건강 정보를 입력하면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부터 상품 추천까지 일괄적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이 구축될 전망이다.

해당 시스템은 올해 상반기 웰니스 고관여층 상위 1% 대상 유료 멤버십 프로그램으로 우선 출시한다. 사전 테스트 결과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GLP-1 비만 치료제의 단점은 사용을 중단했을 경우 요요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라며 "이를 관리하려면 GLP-1을 사용하는 동안 생활 습관을 개선하고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 가지랩은 이 부분에서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