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꽉 막힌 中企 '상생금융 도입' 요구…전문가는 '신중'

중기중앙회 등 '상생금융지수 도입 토론회' 개최
노용환 서울여대 교수, 상생금융지수 도입안 제시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는 18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중소기업 상생금융지수 도입 토론회'를 개최했다. (중기중앙회 제공)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중소기업계가 은행의 상생금융과 사회공헌활동을 늘리기 위해서 '상생금융지수'를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도 은행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은행의 영업방식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상생금융지수가 은행에 또 다른 규제로 작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는 18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중소기업 상생금융지수 도입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중소기업과 은행의 동반성장 노력을 평가하는 지표인 상생금융지수 도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정윤모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 김도성 중기정책학회장, 오영교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의 자금난 극복을 돕기 위해 상생금융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먼저 주제발표에 나선 임채운 서강대 교수는 중소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위해 은행이 자금을 공급하고 산업발전에 기여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상생금융지수' 도입으로 영업방식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임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은행이 비판받는 주된 이유는 위험은 기업과 보증기관에 전가하면서 수익은 최대한으로 챙긴다는 데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현재의 단기적 거래금융이 장기적 관계금융으로 발전해야 상생금융이 정착되고 중소기업의 고질적 자금난을 해소할 수 있다. 은행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은행의 영업방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관계금융이란 은행이 차주와 장기 거래관계를 통해 수집한 정성적 정보를 대출의사결정에 활용하는 금융기법을 말한다.

노용환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가 18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중소기업 상생금융지수 도입 토론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제공)

노용환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구체적인 상생금융지수 도입·운영 방안을 들고나왔다.

노 교수는 평가지수 도구로 정량·정성적 실적 평가와 체감도 평가를 두고 정량·정성적 실적 평가에는 은행연합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이 발표하는 공인통계와 사업계획서, 기관현황 자료를 이용하자고 했다. 체감도는 은행과 자금거래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을 하는 형태로 판단한다.

평가 방식은 '상생금융 실적평가'(60%)와 '은행이용 체감도 평가'(40%)로 두고 각각 금융위와 동반위가 평가해 합산하자고 했다. 여기에 사회공헌, 성장금융 노력 등의 가점과 불건전 영업행위 등 감점제를 두는 식이다.

결과는 최우수, 우수, 양호, 보통, 개선(미흡)의 5단계로 부여하고 최우수나 우수 등급에는 인센티브를 주자고도 했다.

노 교수는 "은행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미래의 수익 잠재성을 위해서는 은행의 영업방식을 변화시키는 유도 노력이 필요하다"며 "은행의 대출행태가 중소기업 자금조달의 장애물로 작용하지 않도록 은행의 상생금융 노력을 연차적으로 평가 공표해 실물과 금융이 조화되는 신동반성장 문화를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치형 동반위 운영처장은 "중소기업에 대한상생 금융은 기업 필요자금 확보 뿐 아니라 매출 및 수익 증가로 일자리창출, 부가가치창출 등 국민경제 기여로 이어질 것"이라며 "금융권은 사회경제적 기여나 고객서비스 측면에서 중소기업 지원에 일정부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상생금융지수 도입이 은행에는 규제로 소비자에게는 비용 부담을 늘리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용진 서강대 교수는 "중소기업이 원하는 영업방식을 (은행이) 수용할 경우 결국 소비자 비용으로 환원돼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할 수도 있다"며 "상생금융을 도입하자는 취지는 대체로 공감하지만 금융상품의 핵심은 은행이 소비자를 보호하고 소비자의 후생을 늘리는 방향으로 개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경란 IBK경제연구소 중소기업산업연구실장은 "상생금융지수 도입을 통한 금융기관의 중기대출 실정 평가는 시장의 경쟁의 심화로 이어져 중소기업의 부채만 확대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기업이 은행에 대한 독점적 정보를 활용해 해당 기업에게 더 높은 금리를 부과하거나 담보를 요구하는 등으로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했다.

강영수 금융위 과장은 "기본적으로 상생, 동반성장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며 '다만 이 부분에 대해 지수를 만들고 평가를 하고 은행에 불이익을 준다는 등의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지는 살펴야 한다"며 "어떻게 보면은 지수를 만들어서 부작용을 초래한다면 그것도 안될 일이기 때문에 과정에서 은행들과의 논의도 필요하겠다"고 전했다.

minj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