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아서 술·담배 판 상인은 처벌, 속인 청소년은 훈방?"…"구매자 제재 병행해야"

청소년에게 술 팔아도 신분 확인하면 처분 면제…자영업자 '반색'
구매 청소년 처벌 지적도…중기부 "교육·캠페인 노력이 먼저"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정부가 청소년에게 속아 주류를 판매하더라도 신분증 확인 등 의무를 다하면 행정처분을 면제하기로 하면서 영업정지 위협을 받던 자영업자들이 경영 부담을 덜게 됐다.

다만 악의적으로 업주를 속이고 술을 산 뒤 자진 신고해 소상공인에게 부담을 안기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구매하는 청소년들에 대한 최소한의 제재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13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선량한 소상공인 보호대책' 후속조치 계획을 발표했다. 선량한 소상공인 보호대책은 소상공인들의 경영에 걸림돌이 되는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달 민생토론회에서 발표한 정책이다.

이번 대책은 자영업자가 위조 신분증 등에 속아 청소년에게 주류, 담배를 판매한 경우 신분증을 성실하게 확인한 사실이 입증되면 과징금,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면제하는 것이 골자다.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되더라도 기간은 2개월에서 7일로 단축된다.

정부는 행정처분 면제를 위한 관련 법령 개정을 다음 달까지 완료하고 입법 예고 기간을 단축해 신속하게 제도가 안착할 수 있도록 추진할 방침이다.

신분을 속이는 청소년들로 인해 심심치 않게 피해를 봤던 자영업자들은 큰 짐을 내려놨다는 반응이다.

서울 구로구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황 모 씨는 "청소년들 여러 명이 신분을 속이고 와서 술을 마신 적이 있다"며 "당시 그중 한 친구가 술을 팔았다며 자진 신고해 과징금을 물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책을 통해 업주들이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일이 없어질 것 같아 운영상의 스트레스가 크게 줄어들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 강북구에서 식당을 하는 이종민 자영업연대 대표도 "이런 억울한 이야기들이 아주 옛날부터 전해졌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었다"며 "이번 대책은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소상공인의 어려운 부분을 개선해 준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이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한 편의점에 청소년 대상 술·담배 판매금지 경고문구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이번 대책으로 소상공인들은 걱정을 덜게 됐지만, 일각에서는 청소년들이 신분을 속이고 술을 구매해 업주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구매한 청소년에 대한 최소한의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생토론회에 참석했던 한 슈퍼마켓 대표는 "청소년들이 술을 마신 뒤 돈을 내지 않고 술을 팔았다고 신고하는 등 억울한 경우가 많다"며 "소상공인한테만 짐을 지우면 안 되고 청소년들에게도 벌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도 "업주와 구매자에게 똑같은 벌금을 물린다면 이런 일은 사라질 것이다" "불법을 저지른 건 구매자인데 업주만 부담을 받는 것은 맞지 않는 일이다"라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대책을 추진하는 중기부는 청소년 보호의 측면을 고려해 자정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추후 제재에 대한 고려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자제하고 스스로 조심하게 만들어주는 교육과 캠페인이 먼저"라며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 청소년보호법이 존재하는 만큼 (구매자 제재는)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이후 경찰이나 지자체가 상황을 인지하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주류 구매) 사실이 확인되면 교육청, 학교 등에 통보해 학칙으로 처리하는 방법도 (관련 부처에)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j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