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사라지는데 경쟁사는 늘어 '출혈'…제지업계 첩첩산중

한솔·무림 지난해 매출 '역성장'에 영업익 '급감'
中·동남아 기업들 제지 수출 진출에 경쟁 심화

직원이 용지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한솔제지 제공)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스마트기기 보급·디지털 전환 영향으로 종이 사용량은 계속 줄고 있는데 제지 판가(단가)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제지 수출 기업들이 '엎친 데 덮친 격' 상황에 놓였다.

한솔제지(213500)·무림그룹 등 국내 제지 '투톱'은 글로벌시장에서 펄프를 사들여 국내 공장을 통해 산업용지 제품을 생산·수출하고 있다.

코로나19 시기 이후 수출증가와 달러화 강세(고환율) 효과가 맞물리며 한솔제지 경우 2022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엔데믹과 함께 '특수'가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엔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면서 제지 수요가 감소했다.

여기에 중국·말레이시아 업체들이 산업·인쇄용지 생산 설비 증설에 나서면서 국내 업체들은 단가 인하 압박 등 '출혈 경쟁'도 감내해야 하는 형국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솔제지(213500)·무림그룹은 글로벌 실물경기 침체와 디지털 전환 양상에 따른 인쇄·특수용지 수요 감소와 원자재·에너지 비용 증가 등 경영 환경 악화로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한솔제지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조1941억 원과 472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0.7%와 63.7% 감소했다.

한솔제지는 특히 2022년 말 발생한 폭설로 장항공장 지붕이 붕괴돼 일부 라인 가동을 약 5개월 간(2022년12월~2023년 5월) 중단해야 한 탓에 지난해 상반기 실적이 직격탄을 맞았다.

고(高)환율과 글로벌 해운운임 하락, 가격 인상 효과 등이 맞물리며 사상 최대를 기록한 2022년 실적에 대한 기저효과도 작용했다.

한솔제지는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 동남아시아, 호주 등 다양한 국가에 산업용지와 특수지 등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내수·수출 비중은 50대50이다.

무림페이퍼 진주 공장 전경(무림페이퍼 제공)

'조림-펄프-제지'라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무림그룹도 주요계열사인 무림페이퍼(009200)와 무림P&P(009580) 실적이 악화했다.

무림페이퍼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1조3218억 원과 677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5%와 29.6% 줄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종이 원자재인 펄프를 생산·판매하는 무림P&P 경우 매출은 전년 수준(-0.7%)인 7689억 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83% 급감한 116억 원에 그쳤다.

업계는 글로벌 펄프 가격·환율 등 매크로(대외변수) 관여가 높은 업종의 특성상 올해는 실적 개선 흐름을 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친환경 신소재 등 유망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위기를 타개할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단행한 용지 판가 인상 효과는 올해 1분기부터 나타날 전망이다. 제지업계는 산업·인쇄용지 부문 등에 대해 기준가(고시가) 대비 인쇄용지 할인율을 5~8% 축소하는 방식으로 판가를 인상했다. 특수지 종류인 전사지 가격은 올해 1월부로 약 10% 상향했다.

일각에선 우리나라 총선과 미국 대선 등이 다가오면서 글로벌 제지 수요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지만, 전체 제지산업 규모 대비 '선거용지' 매출은 미미한 수준(국내 기준 투표용지 12억~14억 원·선거홍보인쇄물 약 110억 원)으로 예전과 같은 '선거철 특수'를 누리긴 쉽지 않아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같은 선거철 특수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실적에 일부 긍정적일 것"이라며 "올해 수출에 대해 한국은행이 전반적인 회복세를 전망한 만큼 점차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솔제지는 종이 용기 '테라바스'(Terravas)와 종이연포장재 '프로테고'(Protego) 등을 앞세워 식음료·유통 업체들과 협업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무림그룹도 친환경 종이 브랜드 '네오포레'를 통해 생분해 종이컵 원지와 재활용성을 갖춘 종이 빨대·종이 튜브·완충재 등을 개발·공급 중이다.

서울시 강서구선거관리위원회와 인쇄업체 관계자들이 인쇄업체 인쇄 상황을 점검하는 모습 2023.10.2/뉴스1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 News1 장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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