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헌법소원 카드 꺼낸 中企…"산안법으로 충분히 예방 가능"(종합)

사고-대표 간 인과관계 부족…유예 불발 시 재차 단체행동
업계 "안전한 일터 위한 시간 달라…준비하고 법 시행해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22일 열린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중소기업중앙회 제공)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중소기업계가 '헌법소원' 제기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업계는 안전한 일터 조성을 위한 유예 기간을 재차 촉구하고 있다.

22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노동전문변호사, 로펌 등에 알아보니 (중처법이) 위헌 소지가 다분해 중소기업 단체장들과 협의해 헌법소원을 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계는 중대재해와 대표의 책임 간 인과관계 입증이 어렵다는 점을 헌법소원의 근거로 들고 있다.

김 회장은 "사고와 대표 간의 인과관계에 대한 입증이 어렵다는 부분이 있고 법이 과도해 불공평하다는 몇 가지(이유가) 있다"며 "변호사와 상당히 많은 상담을 했는데 헌법소원을 받아들일 확률이 높다"고 전했다.

이어 "29일 국회 본회의가 있다고 하니 마지막까지 중처법에 대한 국회의 결정을 기다려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헌법소원은 (안전을) 안 지키고 바꿔야겠다는 생각에서 하는 것은 아니다"며 "계속 유예가 되지 않아 절박한 심정에 헌법소원도 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22일 열린 중소기업중앙회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중소기업중앙회 제공)

업계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의 1222개 의무조항과 처벌조항을 통해 충분히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산안법과 중처법의 큰 차이는 하한형을 두고 처벌을 세게 하고 경영책임자를 특정하는 것"이라며 "경영책임자가 역할을 하도록 보완하면 산안법으로도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업계 대표들은 영세 중소기업들이 재해 예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안전한 일터를 조성할 수 있도록 유예 기간을 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조인호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장은 "기업인의 소망은 거창하지 않다. 안전한 일터를 구축할 시간을 달라는 것"이라며 "기업인도 근로자와 현장에서 발로 뛰고 호흡하는 국민인데 사고의 인과관계가 불투명해도 무조건 처벌하겠다는 것은 가혹하다"고 전했다.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장은 "건설 쪽에서는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중처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사고가 더 늘었다"며 "책임이 있는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하는데 책임을 대표에게만 물려서 사고가 줄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 적용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산업안전관리비를 계약에 계상하고 교육이나 장비를 지원하는 등 준비를 해놓고 시행해야 한다"며 "그런 절박한 마음에서 유예를 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기업단체들은 29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중처법 유예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영남권과 충청권 등에서 결의대회를 지속 추진할 방침이다.

한편 중기중앙회는 간담회에서 4월 총선을 앞두고 22대 국회의 핵심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핵심 과제에는 △중소기업 혁신 촉진 △노동시장 균형 회복 △공정과 상생 기반 마련 △중소기업 활로 지원 △민생 회복과 협업 활성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j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