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은 한번만"…규제 앞둔 물류업계, '친환경'에 골몰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환경부의 포장 규제 적용이 2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물류업계의 '친환경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다만 규제 적용을 코앞에 두고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아 일각에서는 제품 특성을 고려한 세부적인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제품포장규칙) 개정안을 4월30일부터 시행한다. 포장 규제는 환경 문제 중 하나로 꼽혔던 과대포장을 근절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품포장규칙은 택배의 포장 공간 비율을 50% 이하로, 자체 포장을 제외한 포장 횟수를 1번 이내로 제한한다. 포장 공간 비율은 택배 상자 안에 상품을 제외하고 남는 공간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단순히 고객사가 포장한 물류를 유통하는 방식을 넘어 제품 보관과 포장 등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물류사들은 규제 시행 이전부터 친환경 포장 방식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CJ대한통운(000120)은 최근 '로이스 오팩'(LoIS O’Pack) 시스템을 전국 15개 물류센터에 도입했다. 로이스 오팩은 3D 시뮬레이션을 기반으로 적재 알고리즘을 통해 고객 주문에 맞는 최적 크기의 박스를 추천하는 시스템이다.

시스템을 통해 완충재를 제외한 순수 상품만으로 포장 공간 비율을 평균 36%까지 줄였다는 것이 CJ대한통운의 설명이다. CJ대한통운은 추후 신규 구축하는 센터에 시스템을 모두 도입하고 올 하반기에는 고객사들도 박스 추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경훈 CJ대한통운 TES 물류기술연구소장은 "택배 과대포장 규제 시행을 앞둔 만큼 친환경 패키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물류 프로세스를 효율화하면서도 친환경 물류를 실현하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회수 물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회용기 제공업체와 협업해 이를 사용하는 고객사에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현재 서울 강남구, 서초구 등 4개 자치구에서 시행하고 있는 회수 물류 서비스는 향후 서울 10개 구와 경기 일부 지역까지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또 관련 업체인 잇그린과 업무협약을 맺고 다회용 포장재 비즈니스 영역 확대를 위해서도 공동 연구 개발과 협력에 나서고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규제 시행을 2달여 남긴 시점에도 자세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아 일부 혼란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배송에 필요한 보랭제, 완충제가 포장 공간 비율에 포함이 되는지 여부 등이 명확하지 않아서다.

당초 환경부는 포장 규제와 관련한 세부 가이드라인을 지난해 12월까지 마련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업계 의견 수렴 과정과 수정을 거치며 가이드라인 배포가 늦어지고 있다. 환경부는 이르면 다음 달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일률적인 법 적용보다 제품 특성을 고려한 현실적인 방안을 적용해야 당초 취지에 맞게 (제도가) 현장에 잘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보랭제 등은 (제품에 따라) 필수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폭넓게 허용하는 쪽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보랭제를 제품과 묶는 속포장의 필요성 등을 세부 가이드라인에 포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j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