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가족기업과 계속 거래하게 해달라"…오뚜기, 정부 상대로 소송

중견기업 된 면사랑과 생계형적합업종서 거래 요청…심의위 결정에 '불복'
중기부 "국수제조업은 중소기업하고만…중견기업 면사랑과 거래 안 돼"

오뚜기 충북 음성 '대풍공장' 외부 전경. ⓒ 뉴스1 신민경 기자.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오뚜기(007310)와 주문자상표부착상품(OEM) 업체이자 '가족기업'으로 알려진 면사랑이 이달 15일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현행법상 국수제조업은 생계형적합업종으로 분류돼 대기업의 경우 중소기업과만 거래를 할 수 있다. 이에 규모가 커진 면사랑이 중견기업이 되면서 거래를 할 수 없게 되자 오뚜기가 면사랑과의 거래량 축소 조건에 예외로 해달라는 요청을 제기했고, 중기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소송으로 이어졌다.

정세장 면사랑 대표는 오뚜기 창업주인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의 사위이자 함영준 현 오뚜기 회장의 매형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거래처 관계였던 오뚜기와 면사랑은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생계형적합업종법)에 따라 면사랑이 중견기업으로 전환되면서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

생계형적합업종법 제8조는 대기업 등은 생계형 적합업종의 사업을 인수·개시 또는 확장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기업이 사업을 확장하거나 새로 시장에 들어올 때 생계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중기부 관계자는 "해당 법률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을 준용한다"며 "이에 따르면 '대기업 등'은 '중소기업이 아닌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면사랑은 지난해 4월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전환됐다.

이후 오뚜기가 면사랑과의 거래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생계형적합업종 심의위원회에 사업확장 승인을 신청했으나, 심의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생계형적합업족 심의위는 정부 측 인사 없이 △공익위원 5명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업계 추천위원 각 2명씩(총 8명) △동반성장위원회 추천위원 2명 등 총 15명으로 구성된다.

이에 오뚜기와 면사랑은 이달 15일 서울행정법원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상대로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와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거래가 일시에 중단될 경우 매출과 이익 감소, 업계 점유율과 신용도 하락 등 중대한 손해를 입는다는 이유에서다.

오뚜기 관계자는 "해당 업체와의 OEM 연간 출하 가능량을 적법하게 승인받은 최대 연간 출하량의 130%에서 오히려 110%로 축소하는 내용으로 승인을 신청했으나 중기부는 이를 거부했다"며 "해당 업체와의 OEM 거래 자체를 전면 중단하고 대체 거래처를 찾으라는 내용의 처분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국수 제조업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고시'에 따르면 중소기업 OEM을 통한 국수 연간 생산·판매 출하량이 최대 연간 OEM 출하량의 130% 이내인 경우 그 생산과 판매를 허용한다. 하지만 이는 '중소기업' OEM에 한한다는 것이 중기부의 설명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넘어갈 때는 3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한다"며 "이 기간 동안 대체할 거래처를 찾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오뚜기와 면사랑의 소유주들이 특수관계에 있다는 점도 심의위 결정에 참고 사항 중 하나였을 것으로 풀이된다.

2022년 말 기준 면사랑 지분의 93.94%는 '정세장 대표와 특수관계자'가 소유하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특수관계를 문제로 거부당한 걸로 알고 있다"며 "생계형적합업종법령상 전혀 문제 없는 거래였고 중소벤처기업부와도 협의 하에 진행됐던 부분"이라고 전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심의위가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면사랑이 더 이상 중소기업이 아니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j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