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가족 명의로 사서 10% 남기자"…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 횡행

'상품권 깡'부터 '자전거래'까지…지난해 85건 처분
중기부 "단호하게 대응…FDS 통해 모니터링 철저히"

대구은행 중구청 지점에서 열린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구매 촉진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구매한 상품권을 펼쳐 보이고 있다. /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전통시장과 상점가 활성화를 위해 발행하는 온누리상품권의 부정유통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상품권 발행액과 1인당 구입 가능 한도가 대폭 늘어나면서 우려가 더 커졌다.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이상금융거래 탐지 시스템(FDS)을 통해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적발 시 엄중 처벌하는 등 부정유통 근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적발이 쉽지 않다.

18일 중기부에 따르면 온누리상품권을 최대 10% 할인해 판매하고 있는 점을 악용한 부정유통 사례가 꾸준히 적발되고 있다. 2022년 접수된 부정유통 의심 건수는 106건이었으며 그중 85건이 청문 절차를 거쳐 처분받았다.

'불법 구매 대행'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의도적으로 대신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할 사람을 구해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고 불법적으로 상품권을 매집하는 경우다.

또 상인들이 가족, 지인 등을 동원해 온누리상품권을 할인가에 구입한 후 상인들 간의 '자전거래'를 통해 약 10%의 차익금을 챙기는 사례도 있다.

상품권 거래소를 통해 환치기, 일명 '상품권 깡'을 하기 위해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하는 것도 '불법 환전'에 해당해 처분 대상이 된다.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은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과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라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온누리상품권의 부정유통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부정유통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전통시장법에서는 온누리상품권을 재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네이버에 '온누리상품권'이라고 검색만 해도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등에서는 '온누리상품권 95%에 매입 중' '온누리상품권 당일알바'라는 제목을 단 대화방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한 상인이 온누리 상품권을 받고 있다. /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중기부와 온누리상품권을 발행하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이러한 부정유통 사례를 줄이기 위해 지류 상품권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적발이 쉬운 모바일·충전식 카드형 상품권에 비해 지류 상품권의 모니터링은 비교적 어렵기 때문이다.

박성효 소진공 이사장은 최근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지류형 상품권의 경우 부정유통의 가능성이 크다"며 "(상품권 종류를) 일부 통합해 효율을 높여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부는 부정유통 모니터링은 물론 적발 시 해당 시장에 대한 지원사업을 중단하는 등 엄정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중기부는 2020년 도입한 이상금융거래 탐지 시스템을 통해 면밀한 모니터링에 나서고 있다. 특정 가게에서 비정상적으로 고액이 결제됐을 때 이를 탐지해 부정유통을 적발하는 방식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부정유통은 사후에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상인연합회 등 상인들을 대상으로 자정 노력을 촉구하고 상인들 스스로도 주기적인 예방 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기부 산하기관인 소진공에서도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방지 작업을 선행하고 추후 적발 시 단호하게 처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j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