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앞두고 택배업계 갈등…"안전 목적vs갑질"
'택배기사 안전지침 미준수시 대리점 계약해지' 서명요구로 마찰
갑작스러운 조치에 대리점주들 "개인 통제 불가능…책임 전가하는 것"
- 김민석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을 앞두고 일부 택배기업과 대리점 간의 갈등이 불거졌다.
본사-대리점-특수고용자(개인사업자) 구조인 택배업계의 경우 대다수 업장이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의 대상이 되는데, 이에 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본사의 일방적인 추진 방식이 마찰을 야기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택배업체 A사는 연초인 이달 3일부터 전국의 대리점에 '개인의 지정된 장소 외 흡연·음주 위반시 대리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등의 내용이 담긴 확인서(아래 사진)를 배포하고 11일까지 서명·인감도장 등을 받아 회수했다.
일부 지역은 대리점장들에게 인감증명서·도장 등을 지참하고 회의에 참석하라고 공지한 후 '당일 배포-서명'을 진행했다.
확인서엔 대리점에서 일하는 개인이 △지정된 장소 외 흡연 및 음주행위 △미인가 전열기 및 취사기구 사용 △작업장 내 안전속도(시속 20㎞) 미준수 △지게차 작업시 안전모 미착용 등을 지속적으로 위반할 시 택배집배대리점 계약서 제16조2항에 따라 대리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두고 일부 대리점장들은 '갑질'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확인서에는 수탁 업무의 수행 장소(터미널·집배센터·분류장 등의 작업장) 내 화재 예방과 안전한 작업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각 대리점의 준수 여부를 확인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지만, 대리점장들은 본사의 대리점에 대한 일방적인 부담 지우기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택배 기사들이 지정장소 외에서의 흡연과 근무 중 음주 등을 하지 못하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개인의 위반을 이유로 대리점 계약 해지까지 운운하는 것은 가혹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리점장 B씨는 "대리점 운영의 잘못이 아닌 개인의 일탈 혹은 흡연 행위 등을 이유로 계약해지를 할 수 있다는 건 대리점장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위반시 대리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것으로 적혀 있지만 대리점장이 택배기사들을 다 따라다닐 수 없는 데다 사업장 내에서도 모든 사람을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A사는 택배 종사자들의 흡연·음주에 따른 화재·안전사고 예방이 목적인 만큼 당연한 내용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A사 관계자는 "화재와 안전사고 위험이 높은 택배 집하장과 센터 등은 별도 흡연 장소를 구축하고 그곳에서만 흡연해야 한다"며 "아울러 대부분 택배기사는 차량을 운전하기 때문에 음주 행위는 당연히 금지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리점 표준계약서 제16조2항 내용은 계약 사항 위반사실 확인시 이를 시정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2회 이상 통지한 후 2개월 이상의 유예기간을 둔다"며 "그럼에도 해당 기간 내 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라고 설명했다.
A사는 화재·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라고 말하지만, 실제 이유는 5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확대 적용 예정(27일)인 중대재해처벌법과도 무관하지 않다.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을 대비한 것인지에 대해 묻자 A사는 "보는 시각에 따라 그렇게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직접적인 답은 피했다.
한편 9일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법안이 불발되면서 이달 27일부터 확대 적용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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