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예지망 中企]<下>"'흑자 도산' 막아야…'옥석' 되려는 노력 필요"

꽉 막힌 자금줄 터줘야…"부가세 인하하면 경기 살아날 것"
"퍼주기식 아닌 선별 지원해야…中企 스스로 잠재력 키워야"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이민주 김형준 기자 = 운예지망(雲霓之望). 중소기업계는 지난해 경영환경을 잘 표현한 단어로 꼽은 사자성어다. '무지개를 바라는 마음으로 힘든 상황을 벗어날 기회를 기다린다'는 의미다.

이같은 중소기업계의 간절한 소망이 무색하게 새해 내수 침체와 수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장기화한 경기 침체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중소기업이 큰 고비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뉴스1>은 중기·중견 업계 전문가 7인에게 위태로운 상황에 놓인 중기업계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물었다.

전문가들은 새해 '옥석 가리기'가 불가피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잠재력 있는 '알짜배기' 중소기업이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채무조정 △사업전환 △생산성 향상 △인력구조 고도화를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소기업에는 정부 지원을 받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며 스스로가 '옥석'이 되기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中企 빚 부담 어쩌나…"정부가 자금줄 터줘야"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11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이 기간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003조8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5조8000억원 늘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정책평가조정팀 위원은 "당분간은 저금리 상황으로는 복귀하기 어려울 것이다. 3고가 약간 완화하더라도 중소기업의 경영상 부담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생산성 향상, 인력구조 고도화 등 과제가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채무조정과 사업전환"이라고 강조했다.

박양균 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업계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역시나 자금 조달"이라며 "일시적으로 재무상황이 나빠진 기업의 경우 자금을 대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기술력을 가진 기업에는 인증 등을 통해 제품 상용화를 도와주는 식의 자금 지원을 해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최세경 중기연구원 정책컨설팅센터장은 "유망 기업이 일시적 자금 애로를 겪고 있다면 이를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며 "최근 은행들이 신용도가 높은 중기에만 대출을 집중하고 있다. 잠재력은 있지만 신용이 부족한 중기는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돈이 필요한 곳에 갈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를 되살리려 내수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 부가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중소기업은 돈이 없어서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장사가 잘되는 것'"이라며 "물건이 팔리고 공장이 돌아가려면 소비를 촉진해야한다. 이를 위해 부가세를 2% 인사하면 경기도 살아나고 물가도 잡힐 것"이라고 했다.

서울에 위치한 은행 개인대출 및 소호대출 창구 앞으로 관계자가 지나고 있다. ⓒ News1 박정호 기자

◇"퍼주기식 지원 안 돼…잠재력 가진 中企에 투자해야"

다만 전문가들은 어렵다고 해서 무분별하게 지원을 남발하기보다는 성장 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을 제대로 검증해 투자하는 것처럼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양균 본부장은 "이런 시기일수록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며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과 부실기업을 구분해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동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은 "(정부의 재정긴축을 고려했을 때) 돈을 퍼붓는 식의 정책은 펼칠 수 없을 것"이라며 "순간적 위기 극복을 돕는 식의 정책으로 일관하면 큰 그림을 놓칠 수 있다. 큰 시각에서 중소기업 정책을 개편하고 유지해야 한다. 양보다는 효과성을 따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 센터장은 "한계 기업이 있으면 조정도 하고 퇴출도 해야 한다"며 "선별이 중요하다. 한계를 맞은 중기는 자연스럽게 퇴출되도록 워크아웃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

사진은 인천 남동산단에 위치한 중소기업 공장 내부 ⓒ News1 이민주 기자

◇"中企 스스로 옥석 되려는 노력해야…결국은 경쟁력이 관건"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원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결국 기업의 자생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시장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이 변화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내가 하는 사업이 시장 트렌드에 맞지 않는데 그것을 고수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업종 변화는 정부가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기업 스스로가 파악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양균 "결국 어려울 때일수록 경쟁력이 가장 중요해진다"며 "경쟁사보다 좋은 물건을 만들어야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물건이 좋아야 해외로도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최세경 중기연구원 정책컨설팅센터장은 "중소기업 스스로 부채와 리스크를 줄여 내실을 다져야 한다"며 "어려운 때일수록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 체력을 길러가야 한다"고 전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코로나 비상시국에는 정부가 대출 만기 연장 등으로 (시혜적인) 지원을 했지만 이제는 기업도 생산성 높이지 않고는 경쟁력을 못 올린다"며 "정부 정책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도 경쟁력 갖춰야 하는 시대"라고 설명했다.

minj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