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예지망 中企]<上>"올해 허리띠 한 칸 더 졸라매야"

내수 부진 '지속' 전망…수출 회복세에도 "성장 요인 되긴 어려워"
"알짜배기 中企 줄도산 우려 커"…대·중소기업 간 양극화 우려도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이민주 김형준 기자 = 운예지망(雲霓之望). 중소기업계가 지난해 경영환경을 잘 표현했다고 꼽은 사자성어다.

계묘년(癸卯年) 한해 '무지개를 바라는 마음으로 힘든 상황을 벗어날 기회를 기다렸던' 중소기업계는 갑진년(甲辰年) 새해에도 힘겨운 시기를 보낼 전망이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高)고 현상으로 인한 전례 없는 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소비 침체 등으로 인한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2.3%로 전망했다.

2일 <뉴스1>은 중기·중견 업계 전문가 7인에게 새해 전망을 물었다. 전문가들은 올해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질 우려가 있다며 그간 체력이 약해진 중소기업이 고비를 맞을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와 큰 차이 없을 것"…소비침체 그늘 짙어지나

전문가들은 새해 통화긴축 누적효과로 내수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책연구기관 KDI는 최근 '2024년 경제전망'을 통해 지난해 민간소비가 1.9%, 올해 1.8%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8월 전망치는 각각 2.5%, 2.4%였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99.5로 4개월 연속 '비관적'을 나타냈다. 소비자동향지수는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등 6개 주요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것으로 100을 기준으로 한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올해 가장 큰 문제는 내수가 될 것"이라며 "내수가 살아나려면 소비가 살아나야 하는데 이자는 여전히 높고 일자리도 신통치 못한 것이 현실이다. 내수가 살아날 여지가 도무지 없다"고 말했다.

박양균 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 역시 "물가인상 압력이 지속하고 있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처분 소득은 늘지 않는 상황에서 소비를 늘릴 수가 없다"며 "올해 물가인상에 따른 부담은 더 커질 수 있어서 이에 따른 긴축 소비가 늘어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전했다.

오동윤 중기연구원장은 "최근의 경기침체는 단순한 경기침체가 아니다. 그 아래에는 뿌리 깊은 저성장이 내재돼 있다"며 "올해 그 실체가 제대로 드러날 것이다. 올해도 3고의 먹구름이 걷히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중소기업(경기)은 상당히 어려울 전망"이라고 했다.

울산신항에 접안한 선박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 News1 윤일지 기자

◇수출 회복 조짐 있지만…"불확실성 여전히 크다"

올해 10월 이후 수출 회복세가 지속되는 만큼 올해 수출 경기에 대해서는 "작년보다는 좋을 것"이라고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올해 한국의 수출은 올해 대비 7.9% 증가한 6800억달러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수입은 3.3% 증가한 6660억달러, 무역수지는 140억달러 흑자로 전환하리라 봤다.

수출 중소기업 10곳 중 3곳은 올해 수출 전망을 긍정적으로 봤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수출 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2024 수출 중소기업 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출 중소기업의 30%는 올해 수출 전망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응답했다.

최세경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정책컨설팅센터장은 "수출(경기)은 올해보다는 좋아질 것"이라며 "문제는 개선세가 얼마나 커질 것이냐 인데 급감했던 중국으로의 중간재 수출이 부분이 아직까지 회복이 더딘 상황이어서 이 부분을 얼마나 회복하는지, 대체 활로를 확보할 수 있는지에 (개선 정도가) 달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수출이 살아난다 하더라도 경제 성장 요인으로 작용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세돈 교수는 "지금 수출이 2018년 수준밖에 안 된다. 그 말은 곧 수출이 그간 4~5년간 뒷걸음질을 쳤다는 소리인데 올해에 수출 상황이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제자리걸음이나 마찬가지"라며 "수출이 올해 경제 성장을 갉아먹지는 않겠지만 성장 요인으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인천의 한 공단에 위치한 공장에서 근로자가 작업을 하는 모습 ⓒ News1 이민주 기자

◇체력 약한 中企 무너진다…대·중소기업 간 '양극화' 심화 우려도

전문가들은 올해 산업 전반의 내수, 수출 회복세와 무관하게 중소기업 업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내수 부진과 경기침체 장기화로 투자가 줄어들 경우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중소기업들이 도산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11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이 기간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은 10월말보다 7조3000억원 증가한 1253조7000억원이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 증가폭이 3조8000억원에서 5조8000억원으로 2조원 확대됐다. 잔액은 1003조8000억원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

이정희 교수는 "경기가 어려울 때 특히 흑자 도산이 많아진다. 장부상으로는 흑자고, 실상을 들여다보면 알짜배기인 중소기업이 채무를 갚지 못해 도산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크고 내수도 좋지 않다보니 그간 체질이 약해진 중소기업들이 많은 상황이다. 올해 체력의 한계를 느끼는 곳들이 급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민선 중기연구원 정책평가조정팀 위원은 "경기침체 국면이자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심해질 우려가 있다"며 "성장을 위한 동력이 중소기업까지 오지 못하고 대기업에만 전달돼 이들만 규모를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의 복합위기 상황이 3년동안 지속됐다"며 "특히 저출산과 고령화가 지속되면서 중소기업의 인력 문제(부족)는 더욱 심화되리라 본다"고 전했다.

minj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