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오니 빈대·감전 사고…겹악재에 목욕·사우나 자영업자 '한숨'
목욕업계 "평소에도 안전검사 철저"…마땅한 대책 없어 발 동동
"코로나 이후 20% 이상 폐업…목욕 바우처 등 지원책 필요"
- 김형준 기자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거의 매일 오던 손님들도 이젠 일주일에 한 번 올까 말까네요."
서울 중구의 한 목욕탕 직원 A씨는 악재가 이어진 목욕장업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목욕업장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채 회복되지 않은 데다 최근 빈대 유행과 감전 사고까지 겹치며 삼중고를 겪고 있다.
27일 복수의 목욕탕업 종사자들은 잇단 사고 소식이 전해지면서 줄었던 손님들의 발이은 더 끊겼다고 토로했다. 팬데믹이 점차 완화하면서 둔하게나마 회복세를 보이던 매출도 다시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감전 사고 소식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달 24일 세종 조치원읍의 한 목욕탕에서 전기 감전으로 70대 여성 3명이 숨졌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등과 합동감식을 진행하는 등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에 서울 중구의 또 다른 목욕탕 업주 B씨는 "코로나 동안 3년간 문을 닫고 다시 운영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코로나 때 목욕 문화가 바뀌어 이제 목욕탕은 없어지는 직종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고 한숨을 쉬었다.
목욕탕을 운영하는 이영호 한국목욕업중앙회 강동·송파지회장은 "오늘도 길거리에서 만난 단골 손님들로부터 목욕탕에 가기 불안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사고 이후) 손님들은 온탕과 열탕, 냉탕 등에 비치한 온도계마저도 불안해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회장은 "많은 업종이 일상회복을 이뤘지만 목욕업은 코로나 전과 비교하면 아직도 70%는 매출 회복을 하지 못했다"며 "대책이라도 있으면 세우겠는데 세울 수 있는 대책이 없다. 빨리 지나가길 바랄 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한국목욕업중앙회에 따르면 목욕업장은 한국전기안전공사로부터 주기적인 안전 점검을 받고 있다. 대형빌딩에 입주한 목욕탕의 경우 건물 자체적으로도 점검을 실시하는 등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만큼 업주들은 사고에 안타까움과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목욕업계는 감전 사고 이전인 10월부터 전국적으로 빈대가 발견돼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다중이용시설인 사우나에서도 빈대가 나왔다는 증언들이 이어지며 목욕탕은 지자체 등의 집중 점검 대상이 됐다.
김수철 한국목욕업중앙회 사무총장은 "코로나 이후 목욕탕 손님이 주춤했지만 회복세가 느리게 나타나던 중이었다"며 "빈대가 등장하고 여기저기에서 사건사고가 터지니 사람들이 몸을 더 움츠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이후) 지금까지 전국의 목욕업장 중 20~25%가 폐업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며 "전기·소방 매뉴얼과 안전 기준 등을 지키고 있는데 사고를 업계 전체로 확대해서 보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호소했다.
거듭된 악재에 목욕업계는 정부와 지자체가 '목욕 바우처' 등의 활로를 모색해야 입을 모으고 있다. 날이 갈수록 오르는 수도·전기요금 등을 고려해서라도 공공의 지원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영호 지회장은 "수도요금이 올해만 20%는 오른 것 같다"며 "독거노인 등 겨울을 나기 힘든 이들을 위한 연료비, 에너지 바우처와 같이 목욕 바우처를 활성화하면 지금 같은 시기에 '가뭄의 단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ju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