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살이로 시작해 전기차 수출까지…150억짜리 기업 일군 여성 CEO

농기계에서 전기차로 사업전환 성공사례 '대풍이브이자동차'
백옥희 대표 "R&D 지속 투자…여성 기업인들 멈추지 말아야"

전기차량을 제조하는 대풍이브이자동차의 백옥희 대표.(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제공)

(진도=뉴스1) 김형준 기자 = "8년을 창고에 살면서 기업을 일궈왔어요. 지금은 빚도 다 갚고 해외 시장 진출까지 준비하고 있는 기업이 됐죠."

백옥희 대풍이브이자동차 대표의 목소리에서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힘들었던 과거의 일이 모두 현재 사업 성장의 밑거름과 발판이 됐다. 그의 말대로 창고에 살며 직접 키워온 회사는 성장을 거듭하는 견실한 중소기업이 됐다.

백 대표가 창업을 결심한 건 "먹고 살기 위해서"였다. 서울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지며 가세가 기울자 전남으로 내려가 회사를 세웠다. 백 대표는 "형편이 안 돼 1년에 150만원 하는 시골 창고에 살면서 사업을 시작했다"며 "두드리면 문은 열린다는 생각으로 치열하게 회사를 키웠다"고 했다.

전남 영광군 대마전기자동차일반산업단지에 위치한 대풍이브이자동차 공장의 모습.(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제공)

백 대표가 2011년 설립한 대풍이브이자동차는 전기이륜차, 삼륜차, 화물운반차 등을 생산하는 전문 기업이다. 2016년 호남권 최초의 이륜자동차 제작자로 등록됐고, 현재 전남 영광군 대마전기자동차일반산업단지에 3만3058㎡(1만평) 규모의 생산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매출도 꾸준한 성장세다. 2020년 95억원이었던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156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목표 매출액은 200억원으로 잡았다. 산업과 농업 분야에서의 친환경 차량 수요 증가, 정부의 전기차 보급 사업 정책, 대풍이브이자동차의 기술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2017년에는 자체 연구소를 설립해 연구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대풍이브이자동차는 처음부터 전기차를 주력 제품으로 생산한 것은 아니었다. 원래는 전기 고추건조기 등 농기계가 주 판매 제품이었다. 농기계 영업을 했던 경험을 가진 백 대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사업이었다.

백 대표가 사업 전환을 결심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작용했다. 영농 인구가 빠르게 고령화하면서 자연스레 농기계에 대한 수요 자체가 줄기도 했고, 대기 오염과 미세먼지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전기차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시기이기도 했다.

대풍이브이자동차 직원이 전기 삼륜차를 제조하고 있다.(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제공)

무엇보다 고령층의 농촌 주민들이 내연기관 이륜차를 몰며 넘어지는 등 애로사항을 파악하게 된 것이 주된 이유였다. 오토바이보다 안전한 전기 이동 수단을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사업전환자금 대출을 받아 사업 전환에 나섰다.

백 대표는 "농기계를 하면서도 타사의 전기차 제품을 팔았었다"며 "직접 수리도 하면서 기술력이 저절로 높아졌다. 물론 기술자가 있지만 대표가 제품 제조의 흐름이나 방향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탄생한 제품이 바로 DE202-AW다. 이 제품은 농업용 전기운반차로, 직접 개발부터 조립 생산까지 대풍이브이자동차의 기술로 만들어 낸 대표 상품이다.

대풍이브이자동차의 생산력은 해외에서도 인정받았다. 동남아 지역 특성에 맞는 삼륜 전기차 개발과 생산 준비를 마쳤고 지난해 12월에는 네팔의 전기자동차 업체와 1000만달러 규모의 수출계약까지 체결했다. 수출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제2공장까지 증설했다. 백 대표는 "전복 방지 기능이 들어간 의료용 스쿠터 제품을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하는 유럽으로 납품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는 백옥희 대풍이브이자동차 대표. ⓒ News1 김형준 기자

여성으로서 기업을 이끄는 일이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물론 사업 입찰 등에서 여성기업으로 우대 가점을 받고 지자체별 수의계약도 따낼 수 있었다. 하지만 자녀를 양육하며 회사를 경영하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서울을 떠나 사업을 시작한 백 대표는 자녀와 떨어져 지낸 시간도 길었다.

어려움 속에 일궈온 회사를 돌아보면 백 대표는 자신감과 보람을 느낀다. '대풍이브이자동차' 사명이 적힌 명함을 전할 때 그는 인정 받는 느낌이라고 했다. 전남 지역에선 그를 '백 여사'라고 부르는 팬들도 있다고 한다. 백 대표는 자신과 같은 여성 기업인의 길을 걷는 이들에게 "멈추지 말 것"을 조언했다.

"사람들은 다 저마다의 끼가 있어요. 그걸 발견하지 못해서 그렇지. 옛날 같지 않게 여성 경제인들이 많아졌잖아요. 여성 경제인들, 안주하지 말고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두드리는 자에게 문은 열리니까요."

j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