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정보' 들통에 말 바꾼 퍼시스 "공정위 시정명령과 무관"
시정명령 이행에 신규계약 체결 강요…하루만에 "혼선드려 죄송"
점주들 "공정위를 팔았다는 건데 말이 되나" 분통…공청회 촉구
- 김민석 기자, 이철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석 이철 기자 = 퍼시스(016800)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지도 않은 시정명령을 도구로 대리점에 불리한 조항을 포함한 신규계약서를 받아내려다 들통이 나자 '조항 변경은 공정위 시정명령과는 무관하다'고 말을 바꿨다.
퍼시스그룹(일룸·시디즈·데스커 등)은 매출 1조원을 넘겨 한샘(009240), 현대리바트(079430)에 이어 가구업계 3위 그룹이다. 사무가구 부문은 영향력이 절대적인 1위다.
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퍼시스는 지난달 31일 오후 4시쯤 '중요공지-2023년 유통망 계약 체결 관련 정전의 건'이라는 제목으로 정정 공지문을 올렸다.
공지문에는 '당사는 3월 공정위의 시정명령(심사관 조치의견)에 따라 그 내용을 반영해 변경된 계약내용에 대한 체결을 요청했으나 일부 기타 조항(자동갱신조항삭제 등)의 변경은 공정위 시정명령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돼 있다.
또 '대리점 판매 계약갱신과 관련 30일자 공지에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으로 업무에 혼선을 드린점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대리점주들은 퍼시스 본사의 정정 공지문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퍼시스가 대리점주들로부터 신규계약서 사인을 받아내기 위해 확정된 바 없는 공정위 시정명령을 활용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뉴스1은 공정위는 퍼시스에 대한 제재를 확정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관련 기사 [단독]퍼시스, 받지도 않은 공정위 시정명령으로 대리점에 갑질 의혹 - 뉴스1 (news1.kr))
점주들은 "허위 정보로 속이려 했다가 딱 걸렸다는 것인데 정말이냐" "시정명령을 받지 않은 것이면 공정위를 팔았다는 것인데 말이 되는 건가" "상도덕과 신의 따윈 없는 건가"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 눈이 멀었다" 등의 의견을 내며 안타까워했다.
한 점주는 "본사가 최근 왜 이렇게 무리하게 위탁판매 계약을 강행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사정을 설명하면 점주들도 알아들을 사람들인데 거짓까지 동원해 속이려고 했다"고 말했다.
다른 점주는 "거짓을 알리지 않았다면 많은 점주들은 압박을 못이겨 사인했을 것이고 퍼시스는 어물쩍 넘어가려 했을 것"이라며 "보도 이후 점주뿐 아니라 본사 내부의 판촉 직원들도 동요하자 퍼시스가 정정 공지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퍼시스 대리점주들로 구성된 퍼시스유통상생협의체는 지난달 31일 퍼시스에 본사와 전체 대리점이 참여하는 위탁판매정책 관련 공청회를 열 것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상생협의체는 퍼시스가 대리점 정책을 위탁 판매 형태로 변경을 추진하면서 단 한차례 공청회도 열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전날 퍼시스는 대리점주들에게 공정위로부터 대리점법 관련 시정명령을 받아 이를 이행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기존 계약을 종료하고 신규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퍼시스의 첫 공지문에는 '퍼시스는 2021년 10월쯤 공정위의 대리점 계약법 관련 사항에 대한 조사를 받았고 2023년 3월 일부 사항에 대해 시정명령이 내려졌다'며 '신규계약은 대리점에게 유리한 내용의 계약으로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4월12일까지 신규계약서 체결을 완료해주길 바란다'고 돼 있다.
신규계약서는 대리점주에게 유리한 내용의 계약이라는 퍼시스 측 주장과 달리 대리점주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변경을 포함했다.
퍼시스는 신규계약서를 통해 기존 계약서에 있던 '대리점은 3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퍼시스에 계약 갱신을 요청할 수 있고 퍼시스는 대리점에게 중대한 계약 위반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리점의 계약 갱신 요청을 수락해야 한다'는 조항 등을 삭제했다.
대신 '제17조 계약해지'와 관련해선 계약해지를 위한 서면 통지 필요 회수를 2회에서 1회로 변경하고 계약 위반에 해당하는 사유를 구체적으로 추가했다.
퍼시스유통상생협의체는 신규계약서는 임의대로 경고하고 일방적으로 계약해지할 수 있어 대리점에 매우 불리한 조항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퍼시스는 각 대리점주들에 4월12일까지 신규계약서를 체결 안한 경우 계약체결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계약이 종료될 예정이라고 명시한 공문을 보냈다. 이는 대리점에 대한 '갑질'로 비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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