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센트라도 막고싶은 심정"…'카공족'에 발구르는 카페업주들

공공요금 인상에 밀크플레이션까지…'카공족' 달갑지 않아
콘센트 막기 등 카공족 돌려보낼 방법 고민하기도

서울의 한 카페에서 사람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공공요금 고지서를 받을 때마다 주름만 깊어져요. 콘센트를 없애야 하나 싶습니다."

경기 용인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업주 이모씨는 무거운 가방을 메고 들어오는 손님을 볼 때마다 한숨부터 내쉬게 된다. 음료 한 잔을 시키고 서너 시간을 앉아있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 때문이다. 이씨는 "자리 회전율이라도 높아야 그나마 숨통이 트일 텐데 시간제한을 둘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카공족'을 바라보는 카페 업주들의 마음이 심란하다. 공공요금이 급등하고 우유 등 원재료 가격이 올라 힘든 상황에서 오랜 시간 자리를 차지하면서 전자기기 등을 충전하는 모습이 달갑지 않아서다.

22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카페 업주들 사이에서 무선인터넷 연결을 끊거나 콘센트를 막아두는 등 '카공족 돌려보내기' 대책을 공유하고 있다. 업종 특성상 냉난방비 절감에 한계가 있고 냉장고, 커피머신 운영 등 영업을 위한 전기 사용 비용이 고정적으로 나가고 있다.

서울 관악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고모씨는 "1년 중 냉난방비가 가장 많이 나올 때가 한여름 120만~130만원 정도였지만, 지난 1월엔 전기요금만 150만원 나왔다"며 "비용 절감을 위해 손님이 올 때만 잠깐 켜는 식으로 가게를 운영했는데도 이 정도"라고 설명했다.

특히 베이커리를 함께 운영하는 카페의 경우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부담이 크다.

서울 마포구에서 개인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빵과 과자를 만들기 위해선 오븐 온도를 한 번에 200도까지 올리고 이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며 "전기요금만 따져도 기존에 내던 요금보다 15~20%가량 오르니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전기요금은 지난 1분기 kWh당 13.1원이 올랐다. 지난 분기 대비 9.5% 오른 것으로 지난해 연간 인상액의 68%에 달한다. 서울 도시가스 소매요금은 MJ당 19.69원이다. 이번 1분기엔 동결됐지만 지난해 동기 대비 38.4% 올랐다.

우유 등 음료제조에 필수인 원재료 가격 상승도 시름을 더한다. 한국 소비자원에 따르면 흰우유의 전국 소매점 평균 가격은 2월 셋째주 기준 1팩당 290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해 11월 낙농진흥회의 원유 기본가 인상 이후 유업체들이 흰우유 가격을 평균 6.6%~9.6% 인상한 결과다. 다수 소매점에선 3000원을 훌쩍 넘겼다.

공공요금에 원재료 가격 인상까지 겹치다 보니 카공족들을 바라보는 카페 업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자리가 협소한 카페의 경우 카공족이 있으면 회전율도 낮아지고 전자기기 충전 등으로 인한 공공요금 걱정도 클 수밖에 없다.

김씨는 "주위 다른 카페보다 커피 가격을 싸게 책정해서 그런지 최근 카공족이 늘었다"며 " 가게를 찾아준 손님이라 고맙지만 새로온 손님들이 자리가 없다고 나갈 때면 회전율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콘센트라도 없애고 싶다는 푸념을 늘어놓는데 너무 공감이 된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자영업자들이 모인 사이트에선 '카공족' 대처 방안 등이 공유되고 있는 실정이다. '카공족 어떻게 하나요'라는 온라인 게시글에 여러 자영업자들이 "와이파이를 끄고 모르는 척한다", " 2시간 제한을 두고 운영한다" 등 '카공족' 돌려보내기 방법을 논의하기도 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인한 영업 부담이 급증한 상태에서 '카공족' 증가는 또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공공요금 인상으로 인한 어려움이 소상공인을 포함한 전국민에 해당하는 만큼 소비자 의식 개선 등 상호 간의 배려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