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지원 확대한다는데…소상공인 난방비 사각지대 '여전'
가스요금 급등으로 소상공인 부담 커…손님 줄까 가격 인상도 못해 걱
정부 난방비 지원 확대했지만 소상공인 여전히 제외돼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손님이 많은 음식점은 한달 가스요금이 40만~50만원가량 올랐다고 해요. 이젠 정말 음식 가격을 올려야 하나 고민되는 부분이죠."
2일 전날 서울 마포구 일대에서 만난 음식점 주인들은 가스요급 급등에 한숨부터 토해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급등한 가스 요금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며 "주위 가게들을 살펴보면 적게는 10만~20만원, 많게는 40만~50만원까지 가스 요금이 올랐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손님이 적든 많든 가게엔 불을 켜야 하고 음식은 끓여내야 한다"면서 "가게를 운영하면 전기와 가스 요금은 고정지출인 셈인데, 지난해 물가 인상으로 한차례 인상한 터라 또 올리긴 고민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1월1일 기준 미용실, 목욕탕 등 소상공인 영업장에 공급되는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은 메가줄(MJ)당 16.9768원이다.
지난해 같은달 대비 32%가량 오른 가격이다. 해당 통계가 도매가인 걸 감안하면 현장에서 체감하는 가격 인상폭은 더 높다.
손실분을 메우려면 요금 인상분을 소비자 가격에 포함할 수밖에 없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안그래도 경기 침체로 지갑을 닫는 손님이 많은데 가격까지 인상되면 소비가 더욱 위축될까봐서다.
대구 중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B씨는 "물을 데울 일이 많아서 그런지 40만원 정도 하던 한달 가스요금이 60만원대로 치솟았다"며 "경기가 어려워 손님이 줄어드는 게 눈이 뻔히 보이는데 가격을 올릴 엄두가 안 난다. 손해를 감수할 생각"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가스요금 할인폭 확대 등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게 제공되는 난방비 지원책이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에게도 지원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부 부처간 협의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이날 산자부는 모든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게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분 난방비 59만2000원을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동절기 에너지 취약계층의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들겠다는 취지지만 소상공인은 여전히 제외됐다.
일각에선 중기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중기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가 예산 배정 및 금전적 지원이 걸린 문제고, 에너지 정책은 기본적으로 산자부가 주관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에너지 관련 업무는 기본적으로 산자부 소관이고, 관련 예산도 해당 부처에 배정돼 있다"며 "소상공인 난방비 지원도 검토돼야 한다는 입장을 산자부에 전달했지만 아직 확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에너지 바우처 등 직접적 지원이 어렵다면 이전 코로나19 때처럼 공공요금 납부 유예 조치라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2020년 산업통상자원부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요금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소상공인 등 에너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도시가스 등 공공요금 납부를 4,9월 두차례 연장한 바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서민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부처, 지자체, 기관들과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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