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려면 문 열어야죠"…경제위기에 연휴 없는 자영업자

자영업자 4명 중 3명 "설 정상 영업"…'수익창출' 목적
자영업자 둘러싼 경제적 여건 악화…금융 지원책 강화 필요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상인이 영업 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물가도 많이 오르고 임대료도 부담돼 쉴 수 없어요."

서울 동대문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50대 A모씨는 설 당일 2시간 정도 카페를 늦게 여는 걸 제외하곤 정상 영업하기로 했다.

A씨는 "설 연휴엔 가족 단위 손님이 많아 그럭저럭 장사가 되는 편이다"며 "인건비 등이 부담돼 알바생은 집에 보내고 홀로 가게를 지킬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번 설 연휴엔 귀향 대신 일터를 택할 자영업자들이 늘 전망이다. 고금리로 인한 대출이자 증가, IMF 이후 최대 물가 상승률 등 자영업자를 둘러싼 경제적 여건이 날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어서다.

설 연휴 전 주말 현장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설 연휴 당일인 22일만 가게 문을 닫거나, 별도의 휴일 없이 영업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설 연휴엔 단체 손님과 배달 플랫폼을 이용한 비대면 주문이 늘어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50대 B모씨는 "설 당일 쉬는 걸 제외하면 직원들끼리 순번을 정해서 가게 문을 연다"며 "귀향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적당히 손님이 유지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 한식당에서 일하는 30대 C모씨는 "지난 명절 때 문을 열었는데 포장 주문이 많아 수입이 상당히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번 연휴는 별도 휴일 없이 계속 영업하기로 했다"고 얘기했다.

이같은 내용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 4명 중 3명(76.7%)은 설 연휴에도 가게를 운영하겠다고 답했다.

설 연휴 내내 하루도 쉬지 않겠다고 한 자영업자도 절반 가까이(45.0%) 됐다. 이들은 수익 창출(45.7%)과 대목 특수(34.1%)를 위해 설에도 매장을 운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30대 D모씨는 "지난 명절 샌드위치 주문이 많이 들어와 그나마 숨통을 텄다"며 "재료 소진이 되지 않는 한 매일 가게를 열 것"이라고 했다.

자영업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둘러싼 대내외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연간 물가상승률이 5%대를 기록해 매출 하락에 직접적 타격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상승세도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연간 물가상승률은 5.1%로, 1998년 IMF 외환위기 때인 7.5% 이후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또 금융감독원의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내 은행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26%다. 지난해 같은 달 말 대비 0.06%포인트(p) 상승했다.

이들을 둘러싼 경제적 여건이 악화하며 자영업자들은 폐업 등 경제적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폐업한 자영업자에 지급하는 점포철거지원금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59억4900만원이 지급되며 역대 최대 금액이다. 반면지난해 자영업자는 563만 2000명인 것으로 전체 취업자의 20.1%에 그쳤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63년 이후 최저치다.

자영업자들에게 대환 및 저금리 대출 등 각종 금융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복합 경제 위기가 심화하며 자영업자의 소비 판로가 위축되고 경영 안정화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는 금리 및 공공요금의 급격한 인상 부담을 낮추는 세제 혜택 등 종합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