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통 뚫어서 버텼는데"…소상공인 연속 금리인상에 '울상'

기준금리 4회 연속 인상 '사상 최초'…1년 새 2%p 올라
자영업자 대출, 코로나 전보다 40%↑…'부실전염' 우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는 모습. (뉴스1DB)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마이너스통장(마통)을 뚫어서 버티고 있는데…대출이자 폭탄이 떨어지겠네요."

서울 종로구에서 분식집을 하는 A씨는 고금리 앞에 눈앞이 캄캄하다고 호소했다. A씨는 "거리두기 제한이 풀리며 한숨을 돌렸는데 최저임금 인상에 대출이자 부담까지 '지옥 터널'이 기다리고 있더라"며 "장사를 접고 싶어도 임대계약이 많이 남아서 어쩔 도리가 없다. 보증금과 권리금을 포기하고 폐업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고물가 방어를 위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4회 연속' 인상하면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거리두기·식재료값 급등·최저임금 인상 등 '코로나 삼중고'에 이어 금리 추가 인상까지 겹치며 한계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했다. 지난달 사상 처음 '빅스텝'을 단행한 데 이어 한 달 만에 추가 인상을 결정했다. 기준금리를 4·5·7·8월 네 차례 연속 인상하는 것은 처음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불과 1년 만에 7차례나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8월 0.5%였던 기준금리는 이달 2.5%로 1년새 2%p가 올랐다.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있다. 상당수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이 올해 남은 두 번(10월, 11월)의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해 연내 기준금리를 3%까지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다.

◇"빚내서 막아놨는데"…자영업자 대출부담 ↑

다수 자영업자들이 금융기관 대출로 자금난을 겨우 막아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결정되자 이들의 부담도 덩달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발생한 소득 및 매출 부진을 금융기관 대출로 메꿔왔다.

한국은행 '2022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자영업자 대출은 960조7000억원으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 대비 40.3%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 및 기업 신용대출은 16.2%, 23.7%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자영업자대출의 대다수가 복수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기 때문에 연쇄 채무불이행이 번질 우려도 있다. 돌려막기로 파산 위기를 넘겨온 이들이 이자를 감당할 수 없게 될 경우 업권간 부실전염이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위원회 취약부채 현황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 중 다중채무자는 3월 말 기준 33만명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말(7만5000명) 대비 4.4배 늘었다. 취약 자영업자 대출 역시 올해 1분기 말 88조8000억원으로 2019년 말(68조원) 대비 30.6% 증가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명동 상가일대 모습. (뉴스1DB) ⓒ News1 송원영 기자

◇중기부 '58조원' 신규·대환대출 공급…반응 엇갈려

금리를 올린 날 중소벤처기업부는 '새정부 소상공인 정책'을 내놨지만 이에 대한 업계 내부의 의견은 엇갈린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오래 기다려온 비전"이라며 크게 환영한 반면 일각에서는 '구체적 내용이 결여됐다'거나 '재탕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기부는 '새정부 소상공인·자영업 정책방향' 주요 추진 과제로 △코로나19·3高 충격 긴급대응플랜 추진 △스마트·디지털 기반 소상공인 경영혁신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 △민간 협업을 통한 행복한 로컬상권 조성을 발표했다.

대환자금 8조7000억원으로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하고 신규자금 49조원은 정상영업 회복 또는 재창업 수요에 활용한다.

소공연은 입장을 내고 "맞춤형 지원 체계와 사회안전망 구축, 디지털 전환 등의 구조적 체질변화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오래 기다려 온 비전이고 조속히 시행되어야 할 정책"이라며 "현실적으로 안착하는 정책으로 실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지원정책 방향을 유동성 지원에서 채무이행 지원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미 빚더미에 앉은 자영업자에 더 많은 빚을 내게 하기보다는 채무상환 능력이 떨어졌거나 회생가능성이 낮은 자영업자의 채무 재조정을 해주거나 다른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출구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상영업 회복과 재창업 수요를 위해 신규 투입하겠다고 한 자금 49조원을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활용·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 나와야 한다"며 "이외 생계형 창업자의 임금근로자 전환 지원 등은 현실화 방안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minju@news1.kr